요즘처럼 CCTV가 곳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시대에 어린이 유괴라는 것은 옛날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형을 사주겠다.", "간식을 사주겠다." 라는 식의 회유부터 "죽여버리겠다." 라는 협박에 이르기까지 유괴범들이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연달아 터져 나오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유아, 초등학생은 물론 성인 못지않은 체격을 가진 중학생들까지 유괴의 대상이 되고 있다니 꼬꼬마 축에 속하는 중학생 아들을 둔 나로서도 불안감이 밀려든다.
중학교 첫 시험을 앞두고 가끔 학원 끝나고 인근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다가 오곤 하는데, 전화를 안 받을 때면 '혹시나'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유아에서 초등학생, 중학생까지 유괴 미수가 이어지면서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도 관련 가정통신문을 배부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나도 이렇게 불안한데, 유아나 초등학교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마음은 말해 무엇하랴?
동네 초등학생 엄마들을 보니,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여름 방학을 보내고 2학기가 되어 혼자 등하교를 하던 아이들도 유괴 관련 뉴스에 다시 엄마 손을 붙들고 학교에 가고 있다고 한다.
비단 1학년뿐만이 아니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 아이와 등하교를 함께 할 수 없는 지인은 친구 엄마에게 부탁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등하교 내내 휴대전화로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는 나도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아이들을 꼭 친구들과 함께 가게 가도록 하고 저녁에 끝나 혼자 가는 여학생은 동 앞까지 데려다주고 있다.
해가 점점 빨리 떨어지니 더 걱정이 많아진다.
어쩌다 이렇게 아이들이 학교, 학원에 오가는 시간마저 불안에 떨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일까?
인근 초등학교 앞에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경찰들이 배치되었다.
계속되는 유괴 관련 뉴스에 인근 초등학교부터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학교에선 대대적으로 아동 실종· 유괴 관련한 가정통신문을 가정에 배부하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안전 교육을 하고 있다.
범죄가 잇따르자 경찰도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전국 초등학교(6,183개소) 등하교 시간대에 맞춰, 어린이들의 통행이 많은 학교 인근, 주요 통학로 주변에 경찰은 물론 기동순찰대, 교통경찰, 학교전담경찰관(SPO) 등을 투입한다고 한다.
또 장시간 정차하는 차량, 어린이 주변을 배회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는 등 수상한 사람을 발견할 경우엔 적극적으로 검문검색 실시는 물론 미성년자 범죄 관련 112 신고가 접수되면 긴급 신고인 '코드 1' 이상으로 지정해 총력 대응한다.
이어 23일에는 '아동안전지킴이'를 410명 증원해 총 1만 1,221명을 어린이 약취·유인 방지에 집중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에서도 통학로 주변에 경찰 등을 집중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처=경찰청)
실제로 아침 운동하러 가는 길에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다 보니, 경찰들이 나와 아이들의 등굣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다.
또 하굣길에는 '아동안전지킴이' 어르신들이 많이 나와 계셔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결 안심이 됐다.
아이들에게 늘 이야기하지만, 나쁜 사람의 얼굴이라고 해서 특별하지 않다.
씁쓸하지만 아주 평범하게 생긴 우리의 이웃이 될 수도 있다.
인자하게 생긴 할머니, 할아버지일 수도 있고 동네 아는 형이나 오빠가 될 수도 있다.
유괴라는 무서운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하고 예방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괴 예방 안전 수칙 일기. (출처=경찰청)
낯선 사람에게서 음식이나 선물을 받지 않고 아는 사람이라도 따라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절대 어른은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니 그럴 경우 거절하거나 주변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들에게도 늘 신신당부하지만 '어디를 가면 간다, 언제 온다' 반드시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해줘야 서로 안심할 수 있다.
흉흉한 세상만을 탓할 수는 없다.
경찰청이 적극 대응하고 있는 만큼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충분히 알려주고 아이들 스스로 신고하거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