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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좀 길다고 강제로 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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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이 학생의 진정에 대해 “강제이발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 침해”라며 재발방지 조처를 취하라고 해당 학교에 권고했다. 머리 모양 제한은 ‘교육목적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머리 스타일은 그 학생의 개성표현이고 사생활의 자유라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해당학교나 교사로서는 몹시 불유쾌하고 머쓱할 일이다.
인권위의 판단에 대해 찬반 의견이 분분할 것 같다. 어느 정도 학생들에게 두발 자유를 주자는 의견과 교칙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으로 나뉠 것이다. 나는 인권위의 해석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지나치게 학생들의 인신을 구속하고 획일화하는 규제 위주의 생활지도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복장불량으로 걸리면 옷을 찢을 것인가
과거에 우리 학교는 생활지도란 명분으로 지나치게 중고등하교 학생들의 복장이나 머리모양을 규제했다. 등교길 교문 앞에는 기율부 선생님이 고리눈을 뜨고 서서 위반자를 색출하기 일쑤였다. 사실 이발기계로 남학생의 머리를 잔디 깎듯이 밀어버리는 ‘빡빡머리’는 일제시대에 강요된 군국주의의 잔재였다. 게다가 군복을 변용한 검정교복과 모자, 그리고 검은 헝겊으로 만든 신발-. 일제의 스타일은 지난 70년대까지도 그대로 살아남아 학생지도의 기준이 되었고 단속의 근거였다.
빡빡머리에서 지금처럼 앞머리 3cm 정도를 허용하는 데에 몇 십 년이 걸렸다. 또 교복을 입히되, 스타일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고쳐 입히는 데도 몇 십 년이 걸렸다. 완전한 두발자유, 완전한 복장자율까지는 아니더라도 학교사회는 천천히 학생의 의사를 존중하는 쪽으로 변화해왔다. 그 변화의 틀은 일반사회와 마찬가지로 ‘민주-자율-인격존중’을 지향하는 흐름을 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두발검사에 적발된 학생을 ‘강제이발’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말이 ‘이발’이지 가위로 함부로 자르거나 기계로 머리 가운데 고속도로를 내는 처벌은 ‘이발’이 아니라 ‘모욕’이다. 한창 자의식에 눈 뜨고 자기주장이 강한 청소년기에 그런 모욕을 당하면 학생은 자기혐오에 빠지거나 공격적인 분노를 나타내기 쉽다.
강제이발은 이발이 아니라 모욕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이 제멋대로 머리를 기르고 제 맘대로 머리모양을 꾸미게 놔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두발검사는 인권위의 권고대로 '교육목적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인 생활지도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 교사가 3cm를 벗어나는 학생을 적발해 주의를 주는 것도 ‘교육목적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있겠지만, 두발단속을 당연시하는 학교 측 견해를 존중할 때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교사가 적발된 학생의 머리를 함부로 자르거나 이발기계로 박박 밀어버리는 처사는 가학적인 모욕은 될지언정 결코 교육적이라고 할 수 없다. 학생의 머리가 잡초가 아닌 바에야 그렇게 폭압적인 가위질에 잘려도 무방한 게 아니다. 얼마든지 적발된 학생에게 머리모양을 단정하게 하도록 훈계하고 이를 지키게 하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두발불량이라고 머리를 자르는 게 정당하다면, 복장불량에 걸리면 옷을 찢어버릴 것인가. 친구들이 보는 가운데 집행되는 교사의 서투른 가위질이 학생의 머리를 ‘쥐 뜯어먹은 꼴’로 만들고 학생의 마음도 그런 꼴로 만들기 십상이다. 학교에서도 좀더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는 교육의 장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정넷포터 이기옥 (artcd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