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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도둑' 거위벌레 퇴치방법 없을까

200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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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을 넘기고 선들바람이 불면서 뜸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을 오르다 보면 도토리가 달린 상수리나무 생가지가 잎사귀와 함께 잘린 채 땅에 떨어져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광경을 자주 보았다. 싹둑 잘린 나뭇가지엔 덜 익은 도토리들이 대개 한 두개씩 달려 있다.

도토리거위벌레가 잘라내 땅에 떨어뜨린 상수리나무 가지들. 알을 슨 도토리들이 달려있다.
동네 뒷산에서 흔하게 본 이런 광경을 북한산을 오르면서도 많이 목격했다. 승가사로 오르는 계곡 주변의 참나무 밑 땅바닥에 풋도토리를 매단 가지들이 널려 있었다.

이를 두고 청설모가 한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청설모에게 눈총을 주는 사람들도 많지만 청설모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오해다. ‘범인’은 따로 있다. 도토리거위벌레의 짓이다.

긴주둥이로 도토리속 알을 낳아

도토리거위벌레는 좀처럼 눈에 잘 안 띈다. 긴 주둥이를 가지고 있어 도토리에 꽂아 즙액을 빨아 먹고 산다. 산란 때면 주둥이로 도토리에 구멍을 뚫은 뒤 산란관을 넣어 도토리 속에 알을 낳는다.

땅에 떨어진 상수리나무가지를 주워 거기 달린 도토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바늘구멍만한 작은 구멍이 보인다. 까만 점 같아서 언뜻 보아선 예사롭게 보아 넘기기 쉽다. 바로 도토리거위벌레가 알을 슬어놓은 자국이다.

알은 1주일쯤 지나 부화한다. 애벌레는 도토리를 파먹으며 자라다가 3주일쯤 지나 도토리를 뚫고 나와선 곧바로 땅속으로 들어가 겨울을 난다.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과 나무들 중에서도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일명 돌참나무)가 가장 피해가 크다. 산란기의 도토리거위벌레는 좀 더 크고 튼실한 열매를 찾아 나선다. 그 때 상수리나 신갈이 갈참이나 굴참, 떡갈나무들보다 좀 더 큰 도토리를 달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다람쥐 겨울양식 가로채…참나무 피해도 커

도토리거위벌레는 ‘도토리 도둑’인 셈이다. 다람쥐의 겨울양식을 가로채고, 참나무과 나무들에게 상처를 안겨준다. 그러나 현재로선 뾰족한 구제책이 없어 보인다. 우선 급한대로 알을 슬어놓은 나뭇가지들을 모아 태우기라도 해서 번식을 막아야할 것이다. 참나무들이 더 큰 피해를 당하기 전에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서 도토리거위벌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야할 때이다. 방심하다간 가래로도 못 막을 일로 번질지도 모른다. 참나무류는 우리나라 산림 중에 가장 큰 식생을 이루고 있다.

끝으로 한 가지 밝혀둘 것은 도토리거위벌레의 행실이 비록 밉긴 하지만 그 미물이 가진 지혜는 인정해줄 일이다. 도토리거위벌레가 도토리 속에 알을 낳은 뒤 그 도토리가 달린 가지를 잘라 땅으로 떨어뜨리는 데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바로 유충이 알에서 깨어난 이후를 대비한 행동이다. 유충이 다 자라 도토리를 뚫고 나올 때를 생각해보자. 나무 위에 그대로 달려있다면 날개도 없는 애벌레가 땅에 떨어질 때 어떻게 되겠는가. 어미 벌레의 원려(遠慮)가 놀라울 따름이다.

국정넷포터 이덕림(virtueforest@panran.com)

※ 국정넷포터가 쓴 글은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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