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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9월, 군산의 거리는 이랬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1930년대 군산 거리 재현…관광 활성화 한몫

2012.04.10 정책기자 박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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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할아버지, 이게 진짜 옛날에 쓰던 인력거예요? 와~ 진짜 신기하다.”
“이게 바로 1930년대 쓰이던 거란다. 예전에는 이것처럼 발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동수단도 없었단다. 자동차보다 더 유용했지.”

1930년 9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이상호(81)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 인력거 앞에 서서 다정히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곳은 1930년대 시대상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는 근대역사박물관 3층 근대생활관이다. 이처럼 군산에 가면 1930~1940년대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다.

군산은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인천항과 부산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항구였다. 1899년 항구가 문을 열면서 전북 군산엔 일본인이 몰려들었다. 세관과 은행이 들어섰고, 권력자의 가옥이 시내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항구엔 호남평야에서 거둬들인 쌀이 넘쳐났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뜬다리(부잔교)’ 위로 차곡차곡 실려 일본으로 실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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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장미동에 위치한 1930년대 시대상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는 근대역사박물관. 지금까지 그 원형이 잘 보존된 일본식 가옥과 은행, 관청 등이 산재돼 있는 군산시는 전라북도 ‘1시군 1프로젝트’ 사업의 하나로, 근대문화도시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새만금의 도시’로 불리는 전북 군산은 1920~40년대 개항기 근대문화 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은 가슴 아픈 역사현장이기도 하다. 다른 항구와는 달리 군산항은 오직 쌀 수출을 근간으로 하는 일본 상공인들의 경제적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곡창지대로 손꼽혔던 호남평야의 쌀이 반출된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곳. 도시화 바람에 구석으로 밀려 낡고 퇴색했지만 일본인이 남긴 흔적이 도시와 섞여 역사로 남아 있다.

이렇듯 지금까지 그 원형이 잘 보존된 일본식 가옥과 은행, 관청 등이 산재되어 있는 군산시는 ‘전라북도 1시군 1프로젝트’ 사업의 하나로,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갈대만 무성하던 과거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번화한 군산 장미동에 군산의 과거의 현재, 미래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근대역사박물관이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총넓이 4248㎡ 규모로,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특별전시실, 어린이관으로 꾸며졌다. 시민들과 단체의 기증유물 2250여 점 등 400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한다. 특히 4개 국어(한·영·중·일)로 전시물을 소개하는 음성 안내 시스템과 홈페이지를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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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한 ‘근대생활관’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1930년 9월, 군산의 거리에서 나를 만나다’는 주제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하얀색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두른 시민 자원봉사들이 관광객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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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중간 길목인 1930년을 테마로 당시 군산거리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 했다. 인력거방과 잡화점, 고무신집, 술 도매상, 내항창고, 군산역 등 건물 11채가 재현돼 있었고, 되로 팔던 성냥개비와 인력거, 지게, 막대저울도 볼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바로 ‘어청도 등대’다. 과거 3대 국제무역항으로 꼽혔던 군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기 위해 설치됐다고 한다.

1층에 자리잡은 해양물류역사관에서는 국제무역항으로써의 군산, 해양유통의 중신, 해상유통의 전성기, 근·현대의 무역, 등으로 각 연출공간에 관련 유물과 영상을 배치해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아울러 군산시 근해인 비안도를 비롯해 야미도와 십이동파도에서 출토된 국보급 청자양각 연판문대형통잔 등 해양유물 100여점은 군산이 항구도시로 예부터 중요한 물류유통의 중심지였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어 2층 특별전시관으로 올라가봤다. 이곳에는 옥구농민항일항쟁 기념전시실이 마련돼 의병항쟁과 3·1만세운동, 공장근로자들의 항쟁 등이 담겨있었다. 이 밖에도 군산 해양 물류유통의 역사를 소개하는 해양물류역사관과 청동기 유적 전시장이 있었다. 기증자 전시실을 비롯해 군산의 무형문화재, 전북의 서예가들, 농경유물 전시관 등에서 8종의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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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대표적인 이동수단인 인력거방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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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새만금의 도시’로 불리는 전북 군산은 1920~40년대 개항기 근대문화 유산이 곳곳에 남아 있은 가슴 아픈 역사현장이기도 하다. 다른 항구와는 달리 군산항은 오직 쌀 수출을 근간으로 하는 일본 상공인들의 경제적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3층에 위치한 1930년대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한 ‘근대생활관’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1930년 9월, 군산의 거리에서 나를 만나다’는 주제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하얀색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두른 시민자원봉사들이 관광객을 맞았다.
 
이곳에선 근대의 중간 길목인 1930년을 테마로 당시 군산거리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했다. 인력거방과 잡화점, 고무신집, 술 도매상, 내항창고, 군산역 등 건물 11채가 재현돼 있었고, 되로 팔던 성냥개비와 인력거, 지게, 막대저울도 볼 수 있다. 옥구 구마모토 농장 토지대장과 상공인 회계서류 등 눈길을 끄는 자료가 곳곳에 전시돼 있었다.

자녀들과 이곳을 찾은 주부 김서형(40)씨는 “요즘에는 각 도시마다 특색 있는 문화가 전시돼 있는데, 군산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일제 강점기 시대의 아픈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며 “이런 아픈 과거를 보니 마음이 아프지만, 새로운 역사를 자세히 알게 돼 아이들에게나 저에게나 뜻 깊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1930년대 당시 군산항의 주기능을 담당했던 내항의 당시 모습과 부잔교, 인력차방, 영명학교 등이 복원돼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1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각 전시관에서 체험과 안내를 돕고 있는데, 이 중 학생들은 역사신문 발행, 박물관 홍보, 홈페이지 관리, 국악공연 등 재능기부를 통해 박물관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은 ‘청소년을 위한 한국사’ 프로그램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후손들에게 고취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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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거리를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골목길을 따라 걷고 있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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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당시 군산항의 주기능을 담당했던 내항의 당시 모습과 부잔교, 인력차방, 영명학교 등이 복원돼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영명학교 교실의 모습

 
한편, 군산시는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도시관광 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도시 관광 활성화’ 사업은 지역관광활성화를 도모하고, 테마가 있는 다양한 관광프로그램 개발해 보다 많은 관광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다. 군산시는 ‘1930 근대 군산, 시간 여행’이란 주제로 전국 5개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
군산시는 근대역사박물관을 거점으로 구도심에 남아 있는 조선은행 군산지점, 일본 제18은행, 대한통운 창고 등을 문화벨트지구로 묶어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창조해 모두가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군산시 월명동, 영화동, 장미동 일원에 조성되는 근대역사경관 사업은 월명로에서 대학로 해명로 구간까지 근대 역사 문화 탐방로와 거리 조성을 추진해 가로등, 가로경관, 간판정비 등 기반시설경관정비 등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밖에도 금동 일원에는 일본 생활체험관 조성, 영화동에는 지역커뮤니티센터를 비롯해 복합문화센터 등 대중문화시설을 조성해 새만금 방조제 개통에 따른 군산을 찾는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항구 기능을 상실한 내항에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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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항구가 문을 열면서 전북 군산엔 일본인이 몰려들었단다. 세관과 은행이 들어섰고, 권력자의 가옥이 시내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항구엔 호남평야에서 거둬들인 쌀이 넘쳐났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뜬다리(부잔교)’ 위로 차곡차곡 실려 일본으로 실려 나갔다. 사진은 군산세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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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장미동에 위치한 근대역사박물관 주변에는 이처럼 근대역사문화공간이 한데 모여 있어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군산시는 이번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주5일 수업제 시실에 따른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요여행 프로그램과 연계해 근대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해간다는 방침이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군산이 지니고 있는 역사성, 자원성, 상품성을 고려해 주변 근대문화시설과 연계한 1930년대 삶에 대한 스토리텔링화 작업을 진행하고, 지역의 역사·문화와 지역 주민의 삶을 관광콘텐츠로 중점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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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역사박물관과 진포해양 테마공원 사이에는 군산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주최한 ‘군산 2010 마을미술 프로젝트’도 전시돼 있다.
 
50년 넘은 빵집에서부터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가옥들과 은행까지 군산의 거리 곳곳에는 지금도 근대 문화유산이 남아있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아이들에게는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어른들에게는 잊혀진 추억 속으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기회를 마련해주는 곳이었다.

정책기자 박기태(대학생) sosrncnf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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