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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국가유산] 울주 반구천의 다채로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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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반구천을 먼저 깨우는 것은 소리다. 새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가 울림이 되어 반구천을 휘돌아 난다. 동이 트자 여명 속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변에 발자국 화석이 성큼 눈에 들어온다. 너른 암반 위 수생 파충류 발자국 화석은 울산에서 새롭게 발견되었다는 라틴어인 ‘노바페스 울산엔시스’로 명명되었다.

거북이 엎드린 형상을 뜻하는 반구(盤龜)의 천에는 기이하게 생긴 암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그중 특별한 바위면 2곳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수 천 년 시간을 이어오며 새겨진 그림과 글들이 있다. 반구천 암각화의 고래와 다양한 그림들은 뛰어난 관찰력과 사실적인 묘사가 탁월하다. 세월의 풍파를 겪은 흔적도 보이지만, 각 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의 중첩이 생생하다.

고래잡이 등의 모습이 흐릿하다 더러 말하지만, 국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두 바위에 새겨진 그림과 글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시간대가 있다. 햇빛이 바위 면에 스며드는 시간. 그때를 맞추면 짙은 음영을 띈 오랜 기억과 바람을 올곧이 마주할 수 있다.

여름 이즈음에 반구대 암각화는 맑은 날 오후 2시 30분에서 4시 사이, 천전리 암각화는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빛의 마법이 펼쳐진다. 자연이 빚고 사람이 새긴 흔적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세월을 증명한다. 선사인의 흔적에 더해 신라인들이 다녀갔던 경승지이자 고려 말 정몽주가 유배 당시 머물러 그의 호를 따라 포은대라는 별칭도 얻은 곳이다.

많은 묵객이 반구에 다녀간 흔적을 남겼다. 그 중 겸재 정선의 그림 반구의 기암괴석과 반구정으로 불린 집청정(集淸亭)이 남아 비교하는 묘미가 있다. 맑음을 모은다는 집청정 마루에서 차경을 바라보면, 정자의 옛 주인이 강 건너 반구 각자 옆에 학을 새긴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이곳이야말로 선계였을 터. 달리 명승일까 싶다. 이제는 신선놀음하던 산수 주인도 강가 파묻힌 바둑판도 기억 넘어 사라졌지만, 울주 반구천은 세계가 주목하는 곳이 되었다. 정자 앞 배롱나무 꽂 핀 소식에 기쁜 마음이 먼저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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