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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그림의 떡은 아니겠죠?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에 바란다] ② 아이와 함께하는 일·생활 균형

2018.08.03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생활균형분과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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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생활균형분과위원회 위원장)
윤자영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생활균형분과위원회 위원장)
지난 7월 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저출산 대책은 출산율 제고보다는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삼았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힘들고 불행하다면 어느 누구도 자녀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지 않을 것이다.

부모의 일·생활 균형이란 일하면서도 자녀를 키울 수 있는 시간과 소득 안정을 보장받는 것이다.

대책의 주된 정책 방향으로 설정된 ‘아이와 함께하는 일·생활 균형’의 주요 정책 과제는 시간과 소득 안정 지원을 위해 육아기 근로시간 하루 1시간 단축제도 활용 및 통상임금 100%보장,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활용 촉진, 중소기업의 일생활균형 지원에 초점을 두었다. 

기존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이용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지금까지는 하루 2시간 이상을 단축해야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1년의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한 경우에는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지 않았고 1년의 육아휴직 사용 기간 가운데 미사용 기간에 대해서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만 8세 이하의 아동을 둔 부모라면 단축 시간이 하루 1시간 이상인 경우, 그 1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받으면서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도 추가로 1년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부모의 경력단절예방, 특히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루 9시간 직장에 매여있는 것도 모자라 일상화된 초과근로와 야근을 해야 하는 근로자가 시간과 노력으로 책임져야 하는 아이를 낳고 키우기란 상상하기 어렵다.

1년 육아휴직 제도의 활용자는 상당히 증가했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나서도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 근로자가 여전히 많다. 마땅한 보육시설을 구할 수 없었거나 구했어도 아이가 시설에 적응을 못했거나, 직장에 복귀했지만 전환배치된 직무 적응이 어려웠거나,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었거나 등 많은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직장 현실은 아이를 키우기에 녹록지 않다. 여전히 정시 퇴근이 어렵고 정시 퇴근이 가능하더라도 보육시설에 아이를 찾으러 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기에 늦은 시간이 되어 버린다.

일과 아이 사이에서 촌각을 다투며 사투를 벌이는 부모에게 임금 삭감 없는 1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은 좀 더 여유로운 저녁을 맞이하며 경력 단절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여유 인력 운용이 어려워 육아휴직조차 가기 어려운 중소기업 재직 근로자에게 제도 혜택의 기회가 확대된다는 큰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일·생활 균형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아빠들이다. 이번 대책은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육아휴직 급여 지원금을 인상하고 배우자 출산휴가에 대해 정부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뿌리깊은 가부장적 유교 문화 전통에서 아빠는 자녀에게 도구적이고 규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각인되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가정의 상징적 울타리로서 훈육을 제공하고 돈을 벌어오는 아빠만이 아니라 밥을 차려주고 옷을 입혀주고 놀아주는 정서적인 친구같은 아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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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는 전과 달리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아빠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성별임금격차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아빠를 주된 생계부양자로 만들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번 저출산 대책은 엄마에 이어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의 육아휴직 보너스의 급여 지원 상한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높여 남성 육아휴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고 육아휴직 참여를 높이고자 한다.

또 배우자 출산휴가 중 유급휴가 기간을 현행 3일에서 10일로 확대하면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유급휴가 5일 분에 대한 임금을 정부에서 지원한다. 또한 출산한 날부터 90일 이내로 청구 시기를 확대하고 1회 분할사용도 허용한다.

지금까지 배우자 출산휴가는 정부지원금없이 기업이 유급으로 보장해야 하는 휴가였기 때문에 출산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는 아빠들이 많지 않았는데 제도 개편을 통해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이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직까지 우리의 직장 문화가 돌보는 남성의 일·생활 균형의 욕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지원금 증가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아빠들이 육아휴직과 배우자 출산휴가를 한 명 두 명 가기 시작할 때 직장의 분위기도 더욱 가족친화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아이와 함께하는 일·생활 균형의 주요 대책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제도 수혜 사각지대 해소에 있다. 중소기업은 직장 여건의 어려움 때문에 대기업 근로자와 달리 근로자로서 마땅히 누리고 보장받아야 할 일·생활 균형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일·생활 균형 지원과 확보는 소득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청년층에게 좋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절실한 정책 과제이다.

중소기업은 기업 차원에서 여유있는 인력 운용을 통해 근로자의 일생활균형을 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과 직장 복귀를 적극 지지해주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저출산 대책은 기업에서 대체인력의 원활한 활용을 통해 업무공백에 대응하고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대체인력 활용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다.

인수인계기간 중 대체인력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금액을 월 60만원에서 월 120만원으로 2배 인상하고 증액된 금액을 지원하는 인수인계기간도 15일에서 2개월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금을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한다.

오래 일해도 충분한 소득을 거둘 수 없는 팍팍한 삶의 현실에 나홀로 일·생활 균형도 어려운 마당에 ‘아이’와 함께하는 일·생활 균형이 가능한 사회가 몇 가지 정책 과제만으로 달성되지 않을 것이다. 일하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삶의 방식이 개인의 희생과 손실이 아닌 성장과 연대가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사회경제적 구조를 개혁해야만 가능하다는 데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이번 대책이 마련한 정책 과제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인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이상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개선이, 권리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있기 보다는 결국 실질적으로 권리가 보장된 자들만이 권리를 행사하여 삶의 질 향상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육아휴직은 커녕 근로시간 1시간의 단축조차 어려운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추가 1년의 근로시간 단축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고용불안과 승진 경쟁에 시달리는 아빠는 아무리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이 높아져도 육아휴직을 선택해 자신이 일보다는 가족에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감히 고용주에게 알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가 노동시간과 노동시간대를 단축하고 조정할 수 있는 문화와 권리,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일하면서 돌보는 사회, 고용형태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일·생활 균형의 권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저출산 대책이 마련한 정책 과제들이 큰 그림의 한 조각으로 정확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아낌없는 노력과 정부와 지자체 등 여러 정책 단위의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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