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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바이러스 보다 더 심각한 ‘정보 바이러스’ 경계해야

경제는 심리에 좌우…과잉보도·잘못된 정보,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

2020.02.12 이완수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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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수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완수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인류 역사에서 바이러스(virus) 전파보다 빠른 것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인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사투(死鬪)를 벌여 온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이러스 보다 더 위험하고, 더 빠른 게 등장했다. 바로 ‘정보 바이러스(information virus)’다.

질병 바이러스는 의학적, 물리적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정보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퍼져 나가기 때문에 손쉽게 잡기 어렵다.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와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정보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를 실시간으로 바꿔 놓았다. 질병 바이러스는 한 개인의 생명을 위협하지만, 정보 바이러스는 사회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허위정보와 같은 인포데믹스(infodemics)가 대유행병을 의미하는 팬데믹스(pandemics)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우려대로 정보 바이러스인 인포데믹스가 한국 경제를 덮쳤다. 지난 1월 21일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한국 경제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사람들은 외출을 삼가고, 소비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 행사나 모임이 취소됐고 식당, 백화점, 영화관도 텅 비었다. 공장가동이 중지되고, 수출이 중단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자칫하면 국가 경제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과잉공포는 질병 바이러스 자체보다 언론의 잘못된 정보나 과도한 위험보도 바이러스가 더 큰 원인이다.

경제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심리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된다. 언론이 잘못된 정보 바이러스를 퍼뜨리면 경제주체들의 활동은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 프레이밍(framing)은 사람들의 경제심리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실제 경제에도 나쁜 결과를 낳는다. 경제학자인 조지 카토나(George Katona, 1964)는 일찍이 경제심리가 실제 경제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카토나 가설(Katonian Hypothesis)’를 통해 경제에 미치는 심리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경제심리는 미디어로부터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디어의 잘못된 경제보도는 실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를 ‘미디어 맬라디(media malady)’현상이라고 부르는데, 경제에 미치는 언론의 보도폐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경제는 심리에 좌우되기 때문에 잘못된 코로나19 정보를 퍼뜨리는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은 타당하다.

언론의 잘못된 경제보도가 국민들의 경제심리에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필자의 연구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실제 경제상황은 괜찮았지만, 언론이 적대적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경제심리와 실제 경제상황이 나빠졌다.

경제심리 위축은 쉽게 일어나지만, 이것이 회복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개인과 기업이 입는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경제에 대한 언론의 적대적 보도는 경제상황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의해 국가경제가 나빠지면,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덩달아 나빠진다. 언론의 보도를 대통령이나 정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대형마트 옥상 주차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8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한 대형마트 옥상 주차장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언론이 질병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질병 환경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보도하는 행위를 멈추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언론이 과잉 보도를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불안감과 공포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언론이 국민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악의적 정보(malicious information)’을 내보내면 그것은 유익한 정보매체가 아니라 위험한 바이러스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코로나19에 비이성적으로 과잉반응하고, 경제활동을 중단하는 배경에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에서 넘어온 이번 코로나19는  전적으로 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유포되었기 때문에 언론보도가 사람들의 심리에 일차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이번 코로나19는 2015년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 심각성이 훨씬 약하다. 무엇보다 발병진원지가 국내가 아니고, 사망자수가 38명이나 됐던 메르스때와는 달리 국내는 아직 한 명의 사망자가 없다. 확진자도 우려하는 만큼 늘어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코로나19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는 메르스 사태때 보다 훨씬 커 보인다. 이는 언론이 과도하게 또는 잘못된 정보를 유통시켰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성 대형 언론들마저 이번 코로나19를 지나치게 과잉 보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네이버에 올라온 코로나19 보도량(2월12일 현재 기준)이 메르스 사태 전체보다 이미 2.6배나 더 많다. 특히 정보의 옳고 그름을 걸러내는 게이트키핑(gate keeping) 과정을 거치지 않는 소셜 미디어나 유튜브의 무책임한 정보유통은 우려스럽다. 메르스 사태 때만 해도 가짜뉴스와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는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적 증상도 달라졌다. 가짜뉴스의 대량 확산과 유튜브 정보의 무절제한 유통이 국민의 경제심리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코로나19는 질병 바이러스의 문제이지만, 경제위축은 결국 정보 바이러스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질병 바이러스는 언제든지 조심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허위정보에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일상에서 코로나19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한번쯤 의심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인지제한(cognitive limits)으로 신종 코로나 사태와 같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정보에 대해 올바른 지각, 기억, 추론, 판단, 선택, 그리고 행동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 보다는 반대로 잘못된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더 자주 범하기 쉽다. 행동경제학자인 카네만과 트버스키(Kahneman & Tversky, 1986)도 사람들은 불확실한 정보에 노출될 때 이를 숙고해 판단하기보다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정보를 불안전하게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기자나 이를 소비하는 수용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기자는 코로나19 문제를 다룰 때 때 숙고의 과정을 거쳐 보다 신중하게 보도하고, 일반 국민들은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한번쯤 의심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가짜뉴스나 허위정보가 휩쓸고 있는 오늘날과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는 스스로 정보를 거르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사회적 차원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자정운동과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의 필요성은 말한 것도 없다. 경기 침체는 실제 경제가 나빠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미디어가 전달하는 잘못된 정보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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