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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의 새 비전, 한국판 뉴딜 패러다임과 지향점 다르지 않아

2020.11.25 장영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APEC 연구컨소시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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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APEC 연구컨소시엄 사무국장
장영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APEC 연구컨소시엄 사무국장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20년이 저물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속에서 점차적으로 약화돼 왔던 다자주의와 무역자유화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으로 더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20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확산과 봉쇄조치에 따른 고용충격, 수요감소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성장률인 –5.1%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는 상반기 역사상 가장 크고 빠른 감소세를 보였던 세계 무역이 올 한 해동안 13~3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코로나19가 확산-진전-재확산을 거듭하고 있고, 미중 갈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며, 그 동안의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인한 정부부담 증가뿐만 아니라 가계·기업의 채무도 급증하면서 실물위기가 금융위기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의 어두운 터널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제27차 APEC 정상회의(AELM: APEC Economic Leaders’ Meeting)가 한국시간으로 지난주 금요일인 2020년 11월 20일에 올해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무히딘 야신(Muhyiddin Yassin) 총리의 주재로 개최됐다. APEC 정상회의 역사상 최초로 화상 회의(virtual meeting) 형식으로 개최된 이 회의에는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등 APEC 21개 회원국 모두가 참석했다.

올해 APEC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2017년 5차 APEC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다낭 선언문’ 이후 3년 만에 정상들의 공동성명(Leader’s Declaration)이 채택됨으로써, 전 세계적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 정상들의 협력의지와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2018년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26차 회의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이견으로 정상선언문 합의에 실패해 의장성명(Chair’s Statement)으로 대체됐고, 2019년에는 개최국 칠레의 자국 정치 사정을 이유로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청와대)

올해 APEC 정상회의 공동성명의 핵심 내용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2040년까지 APEC 회원국이 공동으로 달성해야 할 미래비전(Post-2020 Vision)의 제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각국 정상들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최소화시키면서 침체된 역내 경제회복과 고용창출, 그리고 장기적으로 회복력 있는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하여 활용 가능한 정책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탈세계화를 막고 세계 공급망(GVC: Global Value Chain)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기업인 등 필수인력 이동 원활화’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등 필수 의료물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국제적으로 공정한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27차 APEC 정상회의의 또 다른 의미있는 성과물은 2040년까지 APEC 21개 회원국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 비전의 채택이다. 1994년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2차 APEC 정상회의에서는 2020년까지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를 달성한다는 ‘보고르 목표(Bogor Goals)’를 채택했는데, 이 목표의 달성 시한이 올해로 만료됨에 따라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미래비전(Post-2020 Vision)을 제시했다.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APEC Putrajaya Vision 2040)’이라는 명칭으로 발표된 이 미래비전의 핵심내용은 크게 ▲무역투자 담론 개선(Improving the Narrative of Trade and Investment) ▲디지털경제와 기술을 활용한 포용적 경제참여(Inclusive Economic Participation through Digital Economy and Technology) ▲혁신적이고 포용적 지속가능성 추진(Driving Innovative and Inclusive Sustainability)이다.

우선 무역투자 담론 개선에 대해 살펴보면, 무역투자 자유화를 위해 보고르 목표의 계승과 세계무역기구의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역내 경제통합 진전을 위해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Free Trade Area of Asia-Pacific)’ 실현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둘째, 디지털을 활용한 포용성 강화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디지털 경제의 발전 필요성, 개방적이고 안정적인 ICT 인프라 개선, 데이터 이동 활성화, 디지털 기술과 규제 분야에서 격차 해소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셋째, 혁신적·포용적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피해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인간안보·식량안보 이슈가 포함되었고, 기후변화·친환경 에너지·자연재해 등의 이슈를 다루기 위하여 국제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그렇다면, 전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로 평가받는 APEC에 창립 회원국으로 처음부터 참여한 우리나라는 그 동안 어떤 역할들을 해왔을까? 우리나라는 1989년 호주 캔버라에서 APEC이 12개국 각료회의로 출범할 당시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1991년 서울에서 열린 3차 각료회의에서는 당시 APEC의 최대 과제였던 중국, 대만, 홍콩의 가입협상을 주도하여 APEC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경제를 포괄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된 13차 APEC 정상회의에서는 WTO DDA(Doha Development Round) 협상 관련 특별성명을 채택함으로써, 다자무역 체제 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자유화를 주도하는 선진 통상국가로서의 위상을 정립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협력의제와 관련하여 적극적 활동을 하고 있는데, 2018년에는 APEC 내에서 디지털 경제분야 회원국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혁신기금(Digital Innovation Sub-Fund)을 제안, 그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2020년 11월에는 우리 주도로 시작한 사업인 APEC 회원국의 ‘포용성 정책 가이드북’이 작성·배포됐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 향후 20년의 방향성을 제시한 미래비전은 세계경제 전환기의 핵심적인 의제들을 균형있게 반영했고, 뉴노멀(New normal) 시대 아태지역의 공동번영을 위한 나침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래비전이 20년 전의 보고르 목표와 차별화되는 점 중의 하나는 ‘디지털경제’와 ‘포용성’ 의제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경제구조가 변함에 따라 APEC이 논의하는 의제도 다양해진 것이다.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은 2020년 7월 우리나라가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으로 제시한 한국판 뉴딜정책의 패러다임과도 그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향후 20년 동안 미래비전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APEC 창설국이자 주도국으로서 미래비전이 제시한 핵심의제와 관련된 협력 의제와 사업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국제적 논의를 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비전 달성 시한인 20년 후 개최될 2040년 APEC 정상회의에서 올해를 회상하면서, 코로나19로 힘들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가 추격자(follower)에서 선도자(leader)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한 모멘텀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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