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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리, 국악

2020.11.30 차우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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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 음악평론가
차우진 음악평론가

2020년은 이날치의 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으로 시작된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에 대한 열광은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으로 폭발한 뒤 각종 언론과 휴대폰 광고를 접수하며 그야말로 올해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이에 대해 여러 의견이 가능할 것이다. 먼저 국악의 변형, 국악의 재해석 등의 관점으로 이 현상을 볼 수도 있다. 어렵거나 구닥다리처럼 여겨지던 국악이 가장 ‘힙’한 음악이 된 데에는 아무래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국악계가 젊은 국악인들의 상상력 혹은 열정을 수용하기엔 너무 딱딱했다는 점. 실제로 많은 음악가들이 국악인으로서의 긍지와 대중적인 감각을 결합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체로 그 노력은 국악계가 아니라 대중음악계나 재즈 등 국악 바깥에 있었다.

한편 국악을 전공하지 않은 음악가들이 국악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였고, 그 과정에서 인상적인 성과도 만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국악은 정악, 제례악, 판소리 등도 있지만 대체로 전통가락인 오음계나 전통악기에 대한 관심이기도 하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참신하면서도 너무 낯설지 않은’ 것들을 찾는다. 음악적으로는 그러한 리듬과 음색을 찾는 셈인데, 국악기와 리듬은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괜찮은 해결책이었다.

적어도 2000년대 초반, 2010년대 이후에 국악이 주요 역할을 하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중요한 성과를 낸 음악가들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997년 결성된 ‘공명’은 한국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세계무대에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퓨전 국악’이라는 말을 지양하고 ‘국악’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는 방향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해외의 페스티벌과 아트마켓에서 동시대 한국 음악을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최근 미국의 유명한 라디오 채널 NPR의 인기 유튜브 채널 <타이니 데스크 쇼>에 출연한 ‘씽씽’과  ‘고래야’도 새로운 국악을 선보이는 팀으로 꼽을 수 있다.

‘씽씽’은 ‘이날치’의 장영규 감독이 참여한 팀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선보이며 그 해 가장 주목받은 아티스트가 되기도 했다.

이들이 파격을 지향한다면 ‘고래야’는 재기발랄한 음악을 통해 한국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팀이다. 2011년 싱글 <물속으로>를 발표하며 데뷔한 ‘고래야’는 국악에 여러 지역의 민속음악을 결합하면서 음악 그 자체의 영역을 넓히는 팀이다.

또한 이 분야의 대표격인 밴드 ‘잠비나이’도 있다. 지난 <2018평창올림픽> 폐회식 무대에서 80명의 거문고 연주자들과 함께 대표곡인 “소멸의 시간”을 연주한 이들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온갖 찬사를 받아온 팀이다.

이들은 세상에 없던 소리를 만들며 해외에서 먼저 큰 주목을 받은 이들의 등장은 오히려 국내의 음악가들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 지난 2018년 11월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조화에 빛 공연에 참가한 거문고 연주자들이 국악밴드 <잠비나이>의 연주와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2018년 11월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조화에 빛 공연에 참가한 거문고 연주자들이 국악밴드 <잠비나이>의 연주와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편 국악을 기반으로 재즈, 일렉트로닉, 록 뿐 아니라 실험적인 미니멀리즘 사운드를 선보이는 ‘블랙스트링’ 또한 화제의 밴드다.

거문고와 대금에 전기기타와 드럼, 각종 타악기가 결합되는 이들은 아시아 그룹 최초로 독일의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ACT에서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다양한 방식으로 거문고를 연주하는 이 소리는 그야말로 어디에도 없는 소리이기도 하다.

또한 <케이팝 스타>에서 매력적인 음색과 연주로 주목받은 김예림의 새로운 프로젝트 ‘림 킴’이 있다. 그는 2019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데뷔 앨범을 제작했는데, 2천 명에 가까운 후원자로부터 9천만원 이상의 금액을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아시아와 여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의 젊은 아티스트 그룹과 협업해 독특한 사운드를 만든다. 국악 뿐 아니라 아시안 비트라고 할 만한 소리가 내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그외 ‘악단광칠’과 ‘추다혜차지스’는 또다른 방식의 사운드를 선보이는 젊은 음악가들이다. ‘악단광칠’은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서도민요를 발굴하고 재해석하는데 큰 관심이 있다면, ‘씽씽’의 멤버였던 추다혜가 굿 음악을 레게나 덥 같은 장르와 섞어 완전히 새로운 소리를 내는 것이 ‘추다혜차지스’다.

사실 이런 흐름은 완전히 새롭다기보다는 물밑에 있던 흐름이 이제야 주목받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겐 국악이야말로 가장 멀리 있는 음악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 거리가 좁혀진 바대로, 지금은 이런 시도와 노력에 대한 애정어린 응원이 필요한 때다. 단지 관심을 가지는 것 이상의 무엇, 그러니까 음원을 듣고, 노래를 공유하고, 앨범을 사고, 공연에 가고, 굿즈를 사는 등의 응원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국악이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선입견 없이 그저 지금 들어서 좋은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국악’을 ‘국악’이란 이름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일이야말로 2020년 이후에 한국의 제도가 지향해야할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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