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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육4.0 위한 새로운 스포츠 가치는 무엇인가

최의창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2021.06.11
최의창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최의창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처방: 아레테주의와 아레테스포츠

다행히도, 한국체육4.0을 위한 첫 번째 청사진인 2018년의 <스포츠비전 2030>은 의미와 가치의 체육을 지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처럼 보인다. ‘사람을 위한 스포츠, 건강한 삶의 행복’을 비전으로 삼고, ‘사람 중심, 삶의 질 향상, 건강한 공동체, 정의로운 스포츠, 민주적 거버넌스’가 핵심어로 선정되었다. 추진전략으로 ‘신나는, 함께하는, 자랑스러운, 풀뿌리 스포츠’를 강조하고 있다. ‘사람 중심, 정의로운, 민주적, 풀뿌리’ 등의 어휘들은 앞으로의 한국체육에서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 직접적으로 드러내준다. 다만, 3년이 지난 지금 이것이 구체적 실행이나 실천이 아니라, 수사학에 그치는 정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계로 드러났다. 물론 아주 세부적인 수준에서는 개선이 있을 것이며, 또 커다란 목적들은 시간이 지나야 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성과의 체육을 넘어서는 의미의 체육, 금은동 스포츠 가치로의 기울어짐에 저항하는 진선미 스포츠 가치의 강조를 위해서는 철학적 수준에서의 치료가 더해져야 한다. <스포츠비전 2030>의 추진전략들은 비유하자면, 신경정신과적 조처라고 하겠다. 약물처방과 심리상담을 통해서 환자의 정신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방법들이다. 여기에 ‘철학치료’의 최신 요법이 추가되어야만 한국체육4.0을 위한 가치론적 처방이 주어지며, 이에 따라 스포츠 가치관의 개선이 가능하다. ‘철학치료’는 삶의 태도나 자세, 가치관, 영성, 사고방식 등 윤리적, 도덕적, 영적, 철학적 차원에 대한 성찰과 검토를 통해서 자기 자신의 현재 상태와 모습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내면을 온전하게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려는 노력이다.

의미의 체육과 진선미 가치가 강조되는 한국체육4.0을 위한 철학처방의 한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있다. 스포츠철학자 Holowchak과 Reid는 저서 「아레테주의(Aretism)」에서 현대 스포츠계에 지배적인 철학이 ‘투기주의/상업주의(Martial/Commercialism, MC)’와 ‘탐미주의/오락주의(Aesthetic/Recreationalism, AR)’로 양분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전자에서는 경쟁상대와의 대결을 강조하면서 승리를 우선시하는 특징을 지니고 상업과 산업의 맥락에서 금전적, 재정적 이익을 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행되는 스포츠 자본주의가 우선시된다. 후자는 스포츠 체험의 감각적 즐거움과 여흥적 가치만을 부각시키면서 기분전환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스포츠를 간주한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것도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에서 추구한 스포츠의 이상인 ‘arete(excellence, virtue)’ 즉, 훌륭한 덕과 뛰어남이 새로운 스포츠에서 추구해야 하는 대안적 이상으로 가장 올바르다고 제안한다. ‘아레테주의’는 신체능력의 뛰어남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그 과정에서 훌륭한 미덕을 함양하는 것을 강조한다. 신체활동이 수단과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목적으로 추구됨으로써 그 안에 내재된 가치들이 그것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온전하게 구현되는 것을 강조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철학을 근거로 들면서, 아레테주의는 투기/상업주의의 경직된 도구주의와 탐미/오락주의의 경박한 여흥주의의 중간에서 균형을 유지한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한국체육3.0이 갖는 한계를 넘어 한국체육4.0으로의 올바른 성숙을 위한 철학적 차원의 처방은 무엇인가? 금은동 스포츠 가치와 진선미 스포츠 가치가 역동적 균형을 유지하는 한국체육4.0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 가장 거시적인 차원에서 말하여, 한국체육4.0은 ‘아레테 스포츠(arete sport)’를 추구해야 한다. 아레테 스포츠는 스포츠의 황금시대였던 그리스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포츠를 말한다. 탁월성과 미덕이라는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이 용어는 목적의 바름과 수단의 옳음이 동시에 충족되고 있다. 자신의 능력으로 최고의 탁월성을 발휘하되, 그것이 정정당당한 과정을 거쳐 성취되는 것을 뜻한다. 아레테 스포츠는 한국체육의 모든 관계자들로 하여금, 한국체육4.0이 현실 속에서 성취해내야 하는 최고의 스포츠를 구체화시켜 준다.

치료: 스포츠교육과 스포츠 리터러시

재덕겸비(才德兼備)나 문무겸전(文武兼全)이라는 표현이 있다. 재능과 덕성, 기능과 학문, 역량과 심성 등 중요한 두 가지 핵심 요소들을 함께 골고루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달성하기 쉽지 않은 이상적 상태다. 하지만, 한국체육4.0은 이 두 가지 특징을 모두 구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외적 성취와 내적 성숙을 함께 얻어내는 체육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문질빈빈(文質彬彬) 스포츠’를 일궈내야 한다. 스포츠의 금은동 가치와 함께 진선미 가치를 중시하는 체육을 펼쳐내야 한다. 한국체육4.0의 피할 수 없는 비전이자 지향점이다. 이 둘을 모두 이루어내는 것이 세계체육에 대하여 한국체육이 공헌하는 바가 될 것이다. 이럴 때라야 스포츠 강국에서 벗어나 스포츠 가치국이 된다.

이를 위하여 ‘스포츠교육’에 대한 새로운 주목이 요청된다. 새로운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하고 그것을 체육인은 물론 일반 국민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포츠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투기주의의 훈련적 스포츠교육이나, 오락주의의 여흥적 스포츠교육이 아니라, 아레테주의 스포츠철학을 제대로 구현할 인문적 스포츠교육이 요청되는 것이다. 스포츠에 담긴 금은동 가치와 진선미 가치를 함께 발견하고 실천하고 실현해내기 위해서는 스포츠체험과 함께 스포츠과학적 지식과 스포츠인문적 지혜를 다 함께 맛보아야 한다. 스포츠문학, 스포츠예술, 스포츠종교, 스포츠역사, 스포츠철학 등의 인문적 지혜들이 스포츠경기방법과 함께 가르쳐져야 한다. 진선미 스포츠 가치는 스포츠인문학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스포츠 리터러시(sport literacy, 운동소양)’ 함양을 위한 스포츠교육이 되어야 한다. 스포츠 리터러시는 스포츠를 ‘잘 하고, 잘 알며, 잘 느끼는 자질’이다. 한국의 스포츠교육은 스포츠 잘 하기만 부추기는 스포츠 컴피턴시(sport competency, 운동기량) 강조의 일차원적 특징을 벗어나야 한다. 한국체육4.0을 위한 스포츠교육은 총체적, 입체적 특징을 띠어야 하며, 스포츠를 하는 것, 아는 것, 느끼는 것으로 향유(능향유, 지향유, 심향유)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이제 스포츠 컴피턴시와 스포츠 리터러시가 함께 주목받아야 한다. 금은동 가치와 진선미 가치의 균형을 위해서는, 둘 다 중요하다.

표1. 한국체육 4.0과 한국체육3.0의 주요특징 비교


예후: 뉴노멀로서의 스포츠 문질빈빈

한국체육의 중요한 현안 중 한 가지를 살펴보고 진단하고 처방전을 소개하였다. 이 현안은 시설, 재정 등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적 측면에 숨어있는 것이다. 한국체육이 성적지상주의, 메달중심주의에 지나치게 중독되어 있다고 진단하였다. 스포츠 4대악이나 스포츠인권의 이슈들이 바로 그 중독의 부작용 증세다. 이런 증상의 저변에는 금은동 스포츠철학이라는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것을 감쇄시키거나 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진선미 스포츠철학의 적극적 수용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큰 대회에서의 높은 성적과 입상을 강조하는 성과와 규모의 체육에서 참되고 올바르고 아름다운 스포츠를 추구하는 의미와 윤리의 체육으로의 전환을 말하였다. 의미와 윤리를 강조하는 스포츠선진국과 국제스포츠단체의 정책 동향도 소개하였다.

가치관 차원의 치료를 위해서는 의료적 치료가 아니라 철학적 치료가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물론, 기존의 가치관을 완전 폐기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 금은동 가치의 적절한 추구를 지향하고, 새로운 스포츠철학을 덧붙여 균형 있게 강조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문질빈빈’의 처방을 제시하였다. 금은동 가치와 진선미 가치는 모두 다 필요하다. 철학적 처방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교육을 수반한다. 새로운 스포츠 가치는 스포츠교육을 통해서만 전파되고 수용될 수 있다. 새로운 스포츠교육에서는 스포츠과학과 함께 스포츠인문학이 강화되어야 한다. 스포츠인문학은 진선미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교육의 구체적인 목적은 스포츠 리터러시의 함양이 되어야 한다. 체육을 잘하는 것에서 벗어나, 잘하고, 잘 알고,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입체적 운동소양을 함양하는 것이어야 한다.

최근 한국영화, 음악, 요리 등 한국문화가 세계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다. 반짝 인기가 아니다. 그동안의 축적된 역량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있다. 한국문화가 세계문화에서 새로운 뉴노멀이 되려하는 초기 시점이다. 한국체육도 21세기에는 세계스포츠에서 새로운 뉴노멀로 부각될 것이다. 다만, 세계신기록 수립이나 메가 스포츠경기대회 개최 등으로만 각인되어서는 부족하다. 세계스포츠에는 없는 한국스포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새로운 뉴노멀을 만들어내어야 한다. 재덕겸비와 문무겸전, 즉 문질빈빈의 스포츠스타일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 시대가 아니고 지금 현시대에 아레테 스포츠의 정수를 구현해 보여주는 스포츠 가치국으로서 말이다.

2500년 전 외화내빈의 성찰 없는 삶에 빠진 그리스의 아테네 시민들을 향하여 소크라테스는 큰 소리로 질책했다. - “위대하고 강력하고 현명한 도시 아테네의 시민, 나의 친구여, 엄청난 액수의 돈과 명예와 명성을 쌓았으면서 지혜와 진실과 영혼의 함양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부끄럽지 않소?” 소크라테스의 경고를 무시한 아테네 시민들의 미래가 어찌 되었는지는 역사가 이미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지난 30년간 한국체육3.0은 지나치게 명성 쌓기에 몰두하고 영혼함양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되살펴볼 일이다. 앞으로 30년간 한국체육4.0에서 추구해야 할 스포츠 가치는 무엇인가? 역사가 한국체육을 주물러 만들어내기 전에 한국체육이 역사를 다듬어 가꾸어내기를 소크라테스만큼 간절히 희망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성과의 체육과 의미의 체육을 함께 추구하고 성취한다는 말은 듣기 좋은 구두선에 그치지 않는다. 다대고(多大高)적인 성과를 이루어내는 과정 자체가 진선미(眞善美)적인 의미를 실현해내도록 하는 실제적 노력을 말한다. 한국체육4.0이 성과와 의미, 외양과 바탕이 모두 함께 무성하게 우거지는 울창한 체육의 숲이 되도록 애쓰자. 한국체육4.0에 스포츠 문질빈빈의 기운이 가득차고 넘치도록 하자. 문질빈빈 스포츠를 K-스포츠의 시그니처 특징으로 키워내자. 이 노력은 21세기 세계스포츠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지속가능한 스포츠’를 한국적 방식으로 해결해 낸 훌륭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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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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