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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체육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제언

2021.11.02 하웅용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하웅용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하웅용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본 전문체육의 현실

2020 도쿄올림픽 종합 순위 16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종합 순위 10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도쿄에 입성하였지만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순위 16위의 성적으로 일정을 마쳤다. 이는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가 올림픽 첫 금메달을 획득한 1976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종합 순위 19위를 달성한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다. 내용적으로 본다면, 양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종목에서 예상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다. 전통적 메달 획득 종목이었던 태권도와 사격 등은 예상보다 주춤했으며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야구와 축구는 저조한 성적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장기화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국민들에게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선전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였고, 또한 개최지가 우리의 역사적 라이벌인 일본 도쿄라는 점에서 이러한 결과는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2012 런던올림픽 때만 해도 대한민국은 금메달 13개, 일본은 금메달 7개로 우리의 경기력이 일본을 앞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2013년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이 확정된 직후부터 적극적인 전문체육 정책을 추진한 결과 2016 리우올림픽에서 12개의 금메달을 획득하여 9개를 획득한 대한민국을 제치고 우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라이벌이라 부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경기력 차이를 보여주었다. 개최국의 이점을 고려하더라도 일본이 27개의 금메달을 획득할 때 우리는 6개에 그침으로써 금메달 수의 차이가 무려 21개에 달했다. 2020 도쿄올림픽 기간 동안, 각종 미디어에서는 과거 올림픽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경기 결과보다는 다른 이슈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중점적으로 보도하였다. 이에 대해 “국민들이 더 이상 메달 색깔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거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선수들 간 경쟁이 중심이 되는 전문체육에서 국민 누구나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변모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경향신문, 2021.8.14). 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올림픽의 결과에 대해 느끼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누가 뭐래도 국제스포츠경기대회에서는 경기력이 최우선이다. 이처럼 아쉬운 결과를 초래한 원인에 대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전문체육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전문체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국민체육진흥법 제2조에서는 전문체육을 ‘선수들이 행하는 운동경기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선수란 ‘경기단체에 선수로 등록된 자’를 의미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결과적으로 전문체육이란 ‘경기단체에 선수로 등록된 자들이 행하는 운동경기 활동’이 된다. 전문체육을 흔히 ‘엘리트스포츠(elite sports)’라고 지칭하는데, 여기서 엘리트란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뛰어난 소수의 사람을 일컫는 것이므로, 엘리트 스포츠는 ‘신체능력이 뛰어난 소수의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이루어지는 스포츠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전문체육에서는 ‘경쟁’이 자연스럽고, ‘경기력 향상’과 ‘한계에의 도전’을 추구한다. 국제 올림픽위원회의 표어 역시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Citius – Altius – Fortius: Faster – Higher – Stronger)’이다.

한편 전문체육 현장에서 경험하는 극한 경쟁, 승리를 향한 염원, 인간 한계에의 도전, 우수한 경기력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 전문체육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이 필수이고 스포츠산업, 스포츠과학을 동원한 체계적인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전문체육은 재능이 있는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여 학창 시절부터 전문적인 지도자가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스포츠 육성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많은 국가들은 올림픽과 같은 국제스포츠경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왜 국가가 전문체육을 지원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운동선수가 대회에 나가 경기력 향상과 기록 달성이라는 개인적 목표를 성취하는 데에 왜 국가가 개입을 하며 공적자금을 투입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실상 이 질문은 오랜 기간 쉽게 풀리지 않는 화두였으며,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밝힌 전문체육 육성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문체육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제언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정부는 전문체육이 선수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 그리고 전 사회분야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에 정책적으로 개입하며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사실 선수 개인이 아무리 뛰어난 소질과 경기력을 지녔다 해도 일부 프로스포츠나 인기 스포츠를 제외하고는 선수가 자비만으로 훈련을 지속하면서 일상생활을 지탱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국제스포츠계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완벽한 훈련 시설과 장비, 스포츠과학적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는 정부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즉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 전문체육의 발전은 요원하다.

전문체육은 생활체육의 저변확대를 이끈다

일부 스포츠전문가들은 생활체육이 토대가 되어 전문체육이 발전하는 시스템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한다. 생활체육으로 종목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그것이 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이는 전문체육의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 환상이라 할 수 있다.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생활체육에 바탕을 두고 전문체육으로 발전하게 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운동선수는 그 가능성이 일찍이 발견되어 조기교육이 진행되고, 집중적인 훈련을 받음으로써만이 스포츠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 생활체육 현장에서 어린 스포츠인재를 발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둘째, 올림픽, 아시안게임 또는 전국체전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선수조차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종목들은 전문체육 육성 시스템이 없을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범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컬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컬링이나 스켈레톤을 생활체육으로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체육이 발전하기를 바랐다면 메달 획득이라는 결과는 불가능했으리라 단언할 수 있다. 전문체육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국민 대부분은 이들 종목의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장인화 단장은 “당당한 10대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국민들을 매료시켰다. ‘Z세대(체조 여서정, 탁구 신유빈, 수영 황선우)’가 한국스포츠의 희망과 미래를 만들고 있으며 그들이 이번 대회 최고의 결실이다.”(스포츠서울, 2021.08.08)라고 하였는데, 한국스포츠의 희망인 여서정, 신유빈, 황선우 선수는 생활체육의 결과가 아니라 학원스포츠의 결과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확산 순서가 잘못되었다.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전문체육에서 비롯된 영향력이 생활체육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선수가 각종 국제스포츠경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국민들은 해당 종목과 선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종목에 대한 대중적 참여 또한 유도된다. 실제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펜싱의 경우 비인기 종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함께 올림픽 기간 동안 펜싱클럽의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중앙일보, 2021.08.19).

생활체육만을 토대로 하여 전문체육을 육성한다면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일부 인기 종목에만 집중될 것이고 결국 타고난 재능과 경기력을 가진 운동선수들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갖추어지기 어렵다. 학생선수들의 경우 자신의 주어진 능력을 발휘도 못한 채 도태되고 마는 것이다. 학령기에는 모두가 학업에만 집중해야 하는 사회, 이는 운동선수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일률 단편적이고 개개인의 다양한 미래 가능성을 저해하는 부정적 교육 시스템을 형성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획일화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스포츠종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량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여 지도함으로써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이를 통해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며, 나아가 이들이 은퇴 후 지도자가 되어 가능성 있는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여 이끌어가도록 하는 선순환이 유지되어야 한다. 생활체육도 결국 해당 종목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며 그것이 없다면 생활체육의 기반 또한 사라지게 된다. 이는 비단 체육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며, 예술계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원스포츠를 통한 전문체육의 안정화

엘리트스포츠의 젖줄이었던 학원스포츠, 학교운동부가 도태되고 있다. 그 이유는 먼저 중앙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학원스포츠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홀대하고  있기 때문이며, 학교운동부 존속을 위한 비정상적 학원스포츠의 운영, 저출산에 따른 학생선수 감소 등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실상 이미 수년째 학교운동부가 해단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으로, 인기 종목이거나 진학 성적이 좋은 경우는 살아남지만 이마저도 학생선수의 수는 감소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 3년간 전국에서 문 닫은 학교 운동부는 392개에 달했다(연합뉴스, 2019.11.05). 2020년의 경우, 전국에서 창단되는 학교운동부의 수가 1개일 때 해단되는 학교운동부는 5.8개에 달했다. 또한 전국 학교운동부 지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7.7%가 학교운동부 감소추세가 전문체육의 쇠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 했고, 96.2%가 유망선수 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생활체육의 활성화에 대한 저해요소가 될 것이라는 응답도 56.5%에 이르렀다. 결국 학교운동부 감소는 학교체육, 전문체육, 생활체육 모든 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볼 수 있다(스포츠경향, 2021.10.12).

실상 기존의 학원스포츠 시스템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학생선수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학원 스포츠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스포츠클럽이다. 스포츠클럽이 전문체육 시스템이 지니는 부정적 측면을 없애고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배출하는 토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 하지만, 현장의 소리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학생들의 건전한 여가선용이나 건강을 위해 스포츠클럽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스포츠클럽이 학교운동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학원스포츠를 대신할 수 없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학교에서의 스포츠클럽은 생활체육의 일환이며, 학교운동부는 전문체육의 뿌리이다. 목적이 다른데 기대하는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스포츠클럽을 전문체육의 전(前) 단계로  활용하고, 학교운동부와 연계하여 육성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학교운동부가 빠르게 해단되는 지금 학교운동부와 연계된 공공스포츠클럽을 추진해야만 그나마 전문체육의 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즉 스포츠클럽과 학교운동부는 서로의 취약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는 상생구조가 되어야만 공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지해야 할 것은 종목에 따라 스포츠 클럽으로 유인하는 것이 좋은 종목이 있고 학교에서 운동부로 계속해서 육성하는 것이 유리한 종목이 있다는 점이다. 즉 축구, 농구, 야구 등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는 자생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비인기 종목은 애초에 클럽 활성화가 될 수 없고 학원스포츠가 주축이 되어 이끌어가야 한다.

글을 정리하며

지금까지 전문체육은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의 발전을 이끄는 기본 인프라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그러한 스포츠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다. 체육계는 전문체육 위주의 문제점들을 깨닫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 주도 하에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혁신위원회에서 지금까지의 전문 체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수많은 정책들을 권고하고 이를 추진하려 하고 있으나, 현장의 목소리는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전문체육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도태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전문체육이 이룩한 성과는 무시되고 있으며, 정작 주요한 문제점이나 시스템의 오류가 개선되기보다는 전문체육의 뿌리인 학교운동부 자체가 해산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체육의 뿌리인 학원스포츠 시스템 문제를 개선하려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는 학생선수, 지도자, 학교 등의 입장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떠한 시스템이든 그것이 전국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자본 그리고 노력이 필수적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큰 성장통을 겪고 있으며, 이는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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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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