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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을 통한 복지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윤석열정부에 바란다] 복지 정책

2022.05.30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회장)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한국사회복지교육협의회 회장)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가다듬고 세부 시행 계획을 짜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복지 분야 정책 기조는 ‘필요한 국민께 더 두텁게 지원합니다’로 요약되는 국정과제에서 볼 수 있듯이 ‘맞춤형 복지’다. 

과거에 보편적 복지 확대의 구호 아래 이루어진 현금 살포식 복지는 지양하고 필요한 곳을 세밀히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 새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다.

지원방식에서도 현금 위주의 지원보다는 사회서비스 지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사회서비스의 확대는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한 대응이면서 동시에 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공급 측면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윤석열정부의 복지정책은 이렇게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관계를 강화해 큰 틀에서 ‘생산적 복지’를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의 복지정책이 우리나라 복지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복지정책의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꼭 챙겼으면 하는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연금개혁을 통한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전체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 제도로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공적연금의 재정 지속가능성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온 지 오래다.

문제는 폭탄 돌리기식으로 필요한 개혁을 미루는 사이 치러야 할 비용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장기재정 전망 결과, 현행대로 국민연금제도를 유지한다면 2057년에 연금기금이 고갈된다.

특수직역연금도 열악한 재정 상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2000년부터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매년 국고 지원을 하고 있다.

급여 지급을 위해 2019년에는 무려 2조 이상의 정부 보전금이 투여되고 있다. 군인연금의 경우도 국고 보전금 지원이 1973년부터 지속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2019년 국고 보전금 규모는 1조 5740억 원에 달하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는 공적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의 왜곡을 가져오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공적연금은 고소득자로부터 저소득자로의 소득 이전을 통한 수직적 재분배와 세대 간 소득 이전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제도의 원래 목적과 달리 수직적 재분배가 발생하지 않고 세대 간 이전, 즉 과도하게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인해 현행 모든 가입자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부담과 비교해 더 높은 급여를 받음으로써 모든 비용이 미래 세대에 전가되고 있다.

공적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제도 내적인 수지 균형을 위한 보험료 인상이 시급하다. 지난 20년 동안 네 차례에 걸친 재정계산을 통해 지속해서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수지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인 낮은 보험료 체계는 개선되지 않았다.

현행 40% 급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험료를 시급하게 인상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적 이해와 무관하게 작동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의 신설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국민연금과 특수 직역연금의 제도 통합이 필요하다. 현재는 공적연금의 제도 내용 및 담당 행정 부서, 전달체계 등이 모두 분절적으로 존재한다.

공적연금 통합화를 위해 제도 내용, 즉 보험료와 급여 형태 및 급여 수준 등의 일원화를 진행하고 이를 담당하는 행정 부서도 일원화해야 한다.

사회보장청(가칭)의 신설을 통해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각종 사회보험 및 소득보장 제도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보험 분야가 실업, 빈곤 등 전통적인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주요 기재라면, 상대적 불평등의 심화, 저출산, 고령화, 가족 기능의 변화 등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서비스를 통한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 안목에서의 빈곤의 문제, 특히 빈곤의 세대 간 전이의 문제는 소극적인 소득지원의 확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며 집중적이고 예방적인 인적자본 개발을 통한 기회의 평등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해결이 모색되어야 한다.

빈곤은 아동에게 건강, 인지능력, 학업성취도 등의 정상적 발달의 장애를 초래해 성인기의 빈곤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인다.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성인 빈곤층에 대한 대책과 별도로 빈곤아동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초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태어난 아동 하나하나가 모두 행복하고, 자녀를 출산하여 키우는 것이 행복한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활성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드림스타트와 같은 취약계층 아동 대상 조기 개입 서비스를 대폭 확대·강화할 필요가 있다.

생애 전체에 걸쳐 장기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강에 적극적이고 예방적으로 투자해 출발선에서의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빈곤 세습을 방지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신생아와 산모를 대상으로 한 영유아 가정방문 보건 서비스를 보편적 서비스로 시행하여 어린 시기의 발달에 가장 중요한 영역의 하나인 아동과 산모의 건강복지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사회복지 정책은 주로 소득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주로 생계비 지원 위주의 복지정책으로는 자립의 기반을 닦기가 힘들다. 자립을 위해서는 자산의 축적이 중요하다. 자산 축적을 통해서 딛고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저소득층 아동들이 성장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을 형성하는 아동발달계좌의 확대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아동발달계좌는 아동의 보호자나 후견인이 아동 명의로 일정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같은 금액을 매칭해서 적금해주는 프로그램이다.

18세까지 축적된 자산은 18세 이후에 아동이 출금하여 쓸 수 있는 성인기 초기의 귀중한 자산으로 작동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시설보호아동, 저소득층 아동들 일부만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이런 제도를 일반 저소득층 아동 가구까지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활성화 복지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는 사업기획과 관리의 중복성과 복잡성, 대상자 선정과 관리의 비합리성, 관련 정보의 분산과 통합관리 부재, 업무 확대와 기존 행정체계와의 불일치 등의 문제로 복지지출이 의도된 효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사회복지 전달체계는 복지 부문 기획과 행정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문제다, 이미 비효율적인 행정체계와 업무 과부하로 복지업무가 적절히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도 효과를 나타내기 어렵다.

특히 사회문제가 정책적 관심을 끌게 되면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새로운 센터나 기관을 땜질 형식으로 추가하다 보니 전달체계가 누더기 식으로 성장해온 문제가 있다.

대부분 사회복지 기관은 그 기능 면에서 중복 가능성이 크지만, 각 기관 자체는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역설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통폐합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복지개혁’이 요구된다.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중앙정부에서 사업별, 프로그램별로 편성한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 집행하게 하는 방식에서 포괄보조금 형식으로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

현재의 구도로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복지를 하는 것이 어렵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명제 아래 복지에서도 대폭 지역의 자치권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중앙정부에서 칸막이를 치고 지자체로 내리는 복지예산으로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복지서비스를 하기 힘들다. 복지 부문에서의 중앙과 지방의 역할 구분을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모든 복지서비스의 재정을 중앙과 지방정부가 비율을 정해서 부담하는 형식이다. 현재 체제에서는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는 혹은 필요치 않은 복지제도에도 일정 비율을 매칭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와 같이 현금 급여 형태의 국가 단위의 사업은 중앙정부가 전담하고, 대신 사회서비스는 포괄보조금 형식으로 지자체를 지원해 지자체가 책임지고 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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