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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예능 전성기, 스포츠 스타의 재발견

2022.05.31 신규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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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신규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요즘 스포츠 예능이 열풍이다. <뭉쳐야 찬다>, <골 때리는 그녀들>, <라켓보이즈>, <씨름의 희열>, <세리머니 클럽>, <국대는 국대다> 등 이름을 모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목과 포맷을 적용한 스포츠 예능들이 방영되고 있다. 이렇게 스포츠 예능이 증가하고,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계, 시청자, 출연자들의 관점에서 스포츠 예능에 대한 열풍의 이유와 스포츠계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스포츠 스타가 가진 희소성과 스포츠 자체의 재미 요소

방송계에서 스포츠 예능을 선호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유명 연예인들은 출연료나 일정 등으로 인해 스포츠 예능 섭외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말 한마디를 조심스러워한다. 반면, 스포츠 스타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이미 대중매체에 친숙한 좋은 자원이며, 방송 중에 톡톡 튀는 말투나 미숙한 모습을 보여도 대중들은 이를 용인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스포츠 스타들은 어릴 적부터 스포츠를 접하면서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나 동질감과 같은 심리적 결속력이 높다. 관련 예로 안정환, 서장훈, 허재와 같이 꾸준히 인기가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경우 촬영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제작진을 한 팀이라고 여기며 먼저 이해해주고 포용하기 때문에 제작진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예능 스타라고 자주 언급되고 있다. 

또한 시기적으로 음식, 트로트, 대중음악 등 유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서 방송계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던 시점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스포츠 예능은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 속에 편성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듯 스포츠 스타들이 가진 장점과 스포츠 자체의 재미 요소가 융합되어 스포츠 예능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에 대한 향수와 연대감 그리고 성장 욕구의 충족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스포츠 예능에 열띤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스포츠 예능이 인기가 많아진 시기는 단체활동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이었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대면 접촉과 체육시설 이용에 대한 제한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바이러스 감염의 두려움뿐만 아니라, 외로움과 우울감으로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 상황에서 홈트레이닝과 같은 집에서 홀로 즐기는 운동이 유행하기도 하였지만, 동료와 함께하던 스포츠활동에 대한 추억과 즐거움을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즉, 스포츠 예능의 인기는 여럿이 함께 모여 운동했었던 코로나19 이전의 삶에 대한 향수와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누군가와 연대하고 싶은 욕구의 충족이다. 한동안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101> 등의 음악 예능들이 인기를 누렸다. 이러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무명이었던 출연자가 공개경쟁을 통해 데뷔하거나 혹은 실패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기쁨과 안타까움 등의 감정을 공유하는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그러나 공정성이 중요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시청률을 높이고자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악의적으로 편집하여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등의 연출방식은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불편함과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면, 스포츠 예능은 경쟁 구도가 강조되기는 하지만, 팀플레이에서 나오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출연자들은 상대 팀과 격렬하게 몸싸움하기도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상대 팀 선수의 부상을 걱정하고 서로를 안아주며 감정적 교감을 나눈다.

셋째, 스포츠 예능은 성장드라마에 열광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특정 운동을 전혀 못하던 출연자가 카메라 밖에서도 운동을 잘 해내기 위해 땀 흘리며 성장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팀을 위해 더 나은 팀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생존 전쟁에서 살아가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도전과 열정을 끓어오르게 한다. 

마지막으로 출연자의 관점에서 볼 때 스포츠 예능이 스포츠계에 어떠한 메시지를 주는지 여성선수와 은퇴선수의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여성선수들의 해방 공간이 된 <노는 언니>

먼저 <노는 언니>는 ‘못 놀아본 언니들의 세컨드 라이프’라는 주제로 현역 시절 운동만 해온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을 도전해보는 예능이다. 

<노는 언니>를 시작으로 이후 방송계에는 <골 때리는 그녀들>, <컬링 퀸즈>와 같이 여성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스포츠 예능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실제 <노는 언니>의 시청률이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전 골프선수 박세리를 비롯하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직 여성 선수들이 단순히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자신의 모습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은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였다. 선수로서의 삶 이외에 다양한 욕구가 허용되기 어려운 우리나라 여성선수들의 삶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여성선수들은 그동안 말하기 어려웠던 종목별 고충이나 여성의 생리주기로 인한 어려움,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갈등과 같은 속내를 드러냄으로써,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선수 시절의 열정을 다시 느끼고 싶은 스타들 <뭉쳐야 찬다>

스포츠 예능 중에서 꾸준하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뭉쳐야 찬다>는 여러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이 전국 조기 축구팀과 축구경기를 통해 조기 축구계의 전설로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이만기, 이형택, 이봉주, 여홍철, 심권호 등 추억 속 스포츠 전설들의 출연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박태환, 모태범, 이대훈 등 후배 선수들이 출연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종목에서는 전설이지만, 축구에 대해서는 열정만 앞서는 생활체육인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은퇴선수들이 오디션에 참가하여 함께 축구경기를 뛰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는데, 전 농구선수인 김태술은 “아쉽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설렘을 느껴보고 싶었다.”라며 은퇴선수로서의 애환을 비추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현역 시절 정상급의 기량을 보여준 후 젊은 나이에 후배 선수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은퇴하게 된다. 대한체육회의 <2020 은퇴 운동선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선수들의 평균 은퇴 나이는 23세이며, 10명 중 4명은 무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지도자의 길을 걷지만,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운동에만 몰두하며 살아온 스포츠 스타들은 젊은 나이에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삶의 강도와 방식을 바꾸어 새로운 역할을 찾아 적응해나가야만 하는 운명을 맞는다. 물론 정부에서 은퇴선수를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제공하고 있지만, 나를 지탱하던 선수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것이기에, 심리적 스트레스를 넘어 트라우마까지 겪는 것이 현실이다.

스포츠 전설의 옷을 벗어 던지고, 여가로서 축구하는 즐거움

그래서 은퇴선수들에게 <뭉쳐야 찬다>는 여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던 과거 선수 시절의 삶에서 벗어나, 다른 생활체육인들처럼 운동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이 바로 여가 경험이기 때문이다. 선수 시절에는 경기 결과에 부담을 가지고 오로지 승리와 기록을 위해 운동에 임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롭게 만난 축구는 이들에게 놀이이며, 선수 시절의 열정을 기억하게 해줄 즐거운 도전 과제이자 그 자체로서 즐거운 활동이다.

스포츠 전설에서 인간미 넘치는 보통 사람, ‘부캐’의 재발견

최근 부캐라는 개념이 유행하고 있다. 부캐란 본 캐릭터와 별도로 자신의 두 번째 캐릭터, 즉 부 캐릭터를 의미한다. 이는 게임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였으나 최근에는 방송계를 비롯하여 사회 전반에서 나의 본 정체성과는 별도로 나의 부 정체성, 즉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자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에서 개그맨 유재석이 트로트가수 유산슬이라는 부캐를 만들어 화제가 된 바 있다. 과거 유재석의 본캐는 예의 바른 배려남의 이미지였다면 부캐는 발랄하고 파격적인 이미지이며, 그는 그런 부캐를 활용하여 이전의 그에게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부캐의 개념을 예능에 출연한 스포츠 스타들에게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스포츠 스타들의 본캐가 스포츠 영웅, 악바리, 근성, 예민함 등이었다면 예능에서는 부캐로서 엉뚱함, 인간미 등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스포츠 스타들은 경기장에서의 모습만 보여지기에, 신비주의와 영웅의 이미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대중매체 또한 그러한 틀을 만드는 데 기여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스포츠 예능은 스포츠선수들의 경기장 밖에서 자신의 성격, 취향, 취미,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러한 모습을 공개함으로써 스포츠 영웅 또는 전설이라는 책임감을 벗고, 편안하게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마무리하며

일각에서는 스포츠 예능의 열풍이 스포츠선수들의 일상적이고 미흡한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엘리트선수들을 희화화하고, 그 위상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이 예능에 출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땀과 노력에 대한 또 하나의 결과이며, 예능활동의 선택 여부는 오로지 선수들의 의지에 맡겨두어야 할 것이다. 이들은 스포츠 영웅이기 이전에 자유로운 선택과 책임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는 실존적인 존재이며, 자신의 삶을 즐길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스포츠 스타들이 본캐와 부캐의 개념을 가지고 예능에 출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출연의 시작은 또 다른 사회 진출의 통로로, 은퇴 후 제2의 삶을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엘리트선수 양성시스템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닐까?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의 국가에서 스포츠선수는 ‘운동만 하는 선수’가 아니라 현역 시절에도 다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볼 때, 우리나라의 엘리트선수 양성시스템은 어떠한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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