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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능력이자 긍정적 착각, 자신감

2022.08.02 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홍준희 국민대학교 교수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예선 경기에서 우상혁 선수는 도움닫기를 하기 전 웃는 얼굴로 양팔을 위로 올리며 자신이 뛰어넘어야 할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상혁 선수는 왜 이런 행위를 했을까? 이런 행위가 높이뛰기를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만약 이 행위가 높이뛰기와 아무 상관이 없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우상혁 선수가 아주 중요한 순간에 이와 같은 행위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행위의 가장 큰 목적은 나는 높이뛰기 바를 뛰어넘을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위함이다. 높이뛰기 행위를 피상적으로만 보면 신체 움직임에 국한할 수 있지만,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행위자의 정신이 행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각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다는 생각 등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하기 전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을 주는지, 행위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게 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할 수 없다는 생각이나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 똑같은 신체 조건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자기 자신을 약간의 최면에 빠진 듯한 상태로 만들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더 많은 근육과 신경을 가동하게 한다.

지구상에 수많은 동물 중 신체만 놓고 보면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빈약하지만, 미래를 생각하고 어떤 행위를 하기 전 할 수 있다는 착각과도 같은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인간 정신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바다 건너 미지의 대륙을 탐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지구를 벗어나 달 혹은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마음, 한 번도 넘어본 적이 없는 높이의 높이뛰기 바를 이번에는 넘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 등은 인류 과학과 문명 및 문화 예술을 창조하고, 스포츠에서 끊임없이 세계신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자신감을 어떻게 만들까?

자신감이라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일찍이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자신의 자기효능감이론을 통해 네 가지 자신감의 원천을 제시하였다. 

첫째, 성공 경험이다. 과거 성공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감을 가질 확률이 높다. 둘째, 관찰이다. 자신의 능력과 비슷한 주변 사람이 어떤 일을 성공하면 ‘이 친구도 했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셋째, 언어적 설득이다. 주변에서 ‘너는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많이 해주면 처음에는 부정하고 의심하다가도 ‘혹시 이번엔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나오기 마련이다. 넷째, 신체의 생리적 상태이다.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자신감 원천을 다 가지고 있다 해도 먹고싶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잠도 개운하게 잘 자서 신체적 컨디션이 좋으면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솟지만 그렇지 않거나 부상 혹은 상해가 있다면 자신감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 자신감 원천을 가지면 된다. 작지만 많은 성공 경험을 해보고, 성공한 사람을 자주 만나고 대화하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할 수 있다는 말과 칭찬을 많이 듣고, 신체적 컨디션을 좋게 하면 된다.

결과 기대보다는 효능감 기대

자신감이 성공을 이끄는 중요한 심리요인이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자신감이 지나치면 자만에 빠질 수 있다. 자만은 준비를 소홀하게 하고 각성수준을 낮추어 운동수행에 필요한 단서를 놓치게 한다. 또한 자만은 성공이라는 결과의 기대만을 높인다. 앨버트 반두라는 인간의 행동에 행동할 수 있다는 기대가 중요하지만, 막연한 성공이라는 결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성공을 이끌 수 있는 과정과 방법을 알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감이란 용어 대신 효능감이란 말을 사용했다.

이를 우상혁 선수에게 적용해보면 도움닫기를 하기 전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결과 기대가 아닌 높이뛰기의 바를 뛰어넘을 방법과 기술을 잘 알고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보다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에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한국스포츠심리학회지(2021)의 <고등, 대학 선수의 스포츠 자신감 형성요인 규명>과 국가대표 선수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경기 전 가장 중요한 심리기술로 자신감을 꼽았다.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감이라는 마음이 쉽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공은 불과 한두 번이고 그 외 나머지는 실패이기 때문에 대부분 성공보다는 실패를 훨씬 많이 경험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점이 자신감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감도 습관이다

우리는 매일, 매달, 매년 계획을 세우고, 미래에 대해 막연한 결과 기대만을 갖고 결심과 자신감을 갖는다. ‘오늘은 짜증과 화내지 말고 기쁘게 보내야지’, ‘이번 달에는 체중을 5kg 이상 감량해야지’, ‘올해부터 일주일에 3번 이상은 1시간씩 운동해야지’라는 결심과 함께 이번만큼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작심삼일로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을 한 번만 먹기 때문이다.

운동을 잘하려면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길이 없는 산을 걸어서 길을 만들 만큼 반복해서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처음에는 없는 길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하고 잡초도 없애면서 길을 내야 하기에 쉽지 않다. 이는 처음 운동을 배울 때 잘 안되는 경우와 비슷하다. 그러나 반복해서 길을 만들고 걷다 보면 단단하고 올바른 길이 만들어진다. 길을 따라 걷는 것이 편안해지고 아무런 생각 없이 걸어도 길인 것처럼 운동도 반복 학습 단계를 지나 자동화 단계에 진입하여 의식 없이도 운동신경과 근육이 저절로 형성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리가 마음에도 적용된다. 자신감이라는 마음을 한 번만 가져서는 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자신감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아 쉽지 않지만, 반복해서 되뇌면 나중에는 자신감이 몸과 마음에 베어 저절로 찾아온다. 스포츠에서 잇따른 실패로 자신감이 떨어지려고 할 때나 사업에서 실패가 거듭될 때,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못해 대인기피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우울과 상실, 불안감이 엄습해올 때 평소에 잘 닦아 놓은 자신감이라는 고속도로를 가진 사람은 언제든 이 도로에 접어들기만 하면 힘찬 가속 페달을 밟은대로 나아갈 수 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자신감의 생각을 가져서 자신감 있는 동작과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기뻐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기쁘다’는 말처럼 자신감 있는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에이미커디(Amy Cuddy)는 자세가 자신감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신경생리학적 측면에서 증명하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가슴과 어깨를 편 자신감 있는 자세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낮출 수 있었다.

우상혁 선수가 높이뛰기 경기에서 도움닫기 전에 했던 자세를 취해보자. 그리고 한 번이 아니라 수십, 수백 번 따라해보자. 방, 거실, 화장실 어디든 사진을 붙여놓고 반복해보자. 그렇다면 행동한 대로 마음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체육과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비단 육체뿐 아니라 정신도 올바르고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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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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