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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의 흐름에 따른 국제스포츠 교류협력 정책

2022.08.26 조현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
조현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
조현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

새로운 국제질서의 움직임

글로벌 무대에서의 미·중 패권 경쟁은 올해 2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영향으로 더욱 가속화되었다. 예상보다 장기화된 전쟁으로 러시아는 결국 서방국가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기에 이르렀고, 중국을 포함한 비서방국가들과의 연합을 통해 새 국제질서를 만드는 이른바 신 냉전 체제의 구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이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정설적인 분석이다. 이러한 관계를 ‘블록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의 연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결국 급변하는 국제관계 속에서 외교, 안보와 같은 전통적인 하드파워(hard power)의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 스포츠와 같은 소프트파워(soft power)의 분야까지 고려하여 가치와 규범, 경제질서 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국가들끼리 연합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지닌 한반도의 경우는 고유 난제인 북한 ‘핵문제’까지 가지고 있어, 더욱더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치선점과 관계설정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제스포츠 교류협력 정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흔히들 국제스포츠 교류협력은 우리나라의 외교관계와 남북관계에서 종속변수로 예단하기 쉽다. 물론 큰 틀에서 앞서 언급한 국제정세와 북한의 핵문제와 같은 대형 이슈를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제스포츠 교류협력은 하드파워로서의 국제관계 흐름과는 또 다른 소프트파워로서의 국제스포츠 외교의 현장과 사업, 사건과 인물을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정치와는 독립적인 것을 추구하는 스포츠 본연의 특성으로 인해 국제정치관계적 대립과 분쟁 등에 대해 항의와 반대, 불응의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으로 스포츠현장에서 이러한 국제관계의 대결구도를 용납하지 않는 것 역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한미동맹이 강조되고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가운데에서도 스포츠에서 남북교류를 간과하거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다.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관해 러시아에 대한 책임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2022 윔블던테니스대회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의 테니스선수들을 출전 금지시킨 것에 대한 선수들의 반응을 살펴보자. 세계 랭킹 4위의 라파엘 나달 선수는 이에 대해 ‘러시아 테니스선수들에게 매우 불공평한 조치다. 이 순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였고, 세계 랭킹 1위인 노박 조코비치 선수는 이를 ‘미친 짓’이라고까지 하였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엘리나 스비톨리나 선수는 주최 측의 출전 금지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현 러시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선수의 출전을 허락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스포츠계에서는 국제관계 식의 편가르기가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국제스포츠 교류협력 정책은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 중심의 원칙과 전략 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비록 국제스포츠 진흥을 위한 독자적인 법은 아니지만, 「스포츠기본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그리고 「국제 문화교류 진흥법」에서 국제스포츠 교류협력에 대한 지원 근거가 명시되어 있다. 또한 국제스포츠경기대회는 물론 종목별 육성을 위한 교류협력, 개도국 및 선진국의 스포츠 교류협력 차원의 정책이 추진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정책의 목적과 그 의미를 간략히 도식화하면 <그림 1>과 같다.

여기에 더해져야 할 전략의 수립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국제스포츠 교류협력의 발전을 위한 방안의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스포츠기본법」에 근거한 기본계획 내에 국제스포츠 영역에서 기본법의 각 영역을 다루는 측면의 계획을 수립하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보다 구체화하여 국제스포츠 전반의 교류협력 정책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세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거시적으로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지만, 전략의 수립을 위해서는 <그림 2>와 같이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제관계 속에서 국제스포츠계가 우리의 당면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더욱 섬세한 전략을 통한 접근을 펼쳐 나가야 한다.

이른바 신 냉전 체제와 신 블록화가 추진되면서 그간의 미국 중심의 세계화는 종식되었고, 서방의 스포츠 강국들도 각기 자국의 이익에 따른 스포츠외교 전쟁을 펼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꾸준히 길러온 국제스포츠 인재들의 역량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국제스포츠 인재 풀을 국내·외 스포츠기관에 전 방위적으로 파견하여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재원을 확충함으로써,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을 위한 청년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한 명의 인재를 통해 스포츠조직의 역량과 사업의 질적 향상이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획기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시기에 도래했다. 그간 지속적이지만 충분치 않게 지원해 온 스포츠단체의 선진화 측면에서 단체 발전을 위한 역량모델 및 진단체계의 구축을 통한 인재 중심의 경영 기반 확립 역시 필요하다.

국제스포츠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주요대회를 유치하거나 종목 간 교류협력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영향력 있고 동기가 풍부하며 사업추진이 용이한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중앙부처에서는 외교부가 공공 외교적인 차원에서 앞서 언급한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대한민국 알리기와 대한민국의 매력 자산으로서의 스포츠를 활용해왔다. 그중 태권도는 이미 잘 알려진 성공적인 콘텐츠이며, 앞으로도 디지털화를 더해 더욱 멋지게 발전할 것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ODA)를 들 수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와 외교부가 함께 스포츠를 활용하여 다른 국가의 개발을 돕는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OECD)와 같은 선진국 모임에 가입한 나라는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GDP) 일정 비율 이상의 책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공적개발원조 역시 국제스포츠 교류협력의 중요한 추진 전략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국제스포츠 교류협력의 움직임

이렇듯 우리나라는 국제스포츠 교류협력을 통해 신 국제질서 속에서 가치, 규범, 경제질서, 정치적 성향 등을 우리와 공유하는 국가들과 교감하고 교류하며 상호 협력할 것이다. 스포츠를 매개로 상호 간의 간극을 좁혀가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지만, 가까운 나라들은 더욱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국연방이나 걸프국가 등과 같이 문화를 공유한 국가들의 연대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이고, 국제스포츠계에서 이들 국가의 단결 역시 강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국제스포츠 교류협력의 전략적 차원에서 역사, 문화 등 우리와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동아시아, 인도 태평양 지역 국가 등과 보다 친밀한 관계 형성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바야흐로 연대의 시대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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