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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타결, 국익 중심의 통상외교 성과

2025.08.04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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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은 농산물 시장을 방어하면서도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조선·첨단 산업 협력 확대로 양국 간 산업 동맹을 심화시킨 성과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


실용외교와 협상전략의 합작품

한미 간에 전격적으로 타결한 관세협상은 단순한 통상 협정의 의미를 넘어 양국 간 경제협력의 큰 틀을 재정립한 사건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도 한국은 통상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오히려 전략적 투자를 통해 실리와 명분을 모두 확보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이다. 이 투자는 반도체·이차전지·조선·에너지 등 주요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과 공급망 기반을 확장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실질적 실행 계획이며, 미국도 자국 내 제조업 복원 전략 차원에서 환영하고 있다. 

조선업 부흥의 전기, 1500억 달러 '전용 펀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조선업에 특화된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전용 펀드다. 이 펀드는 공동 연구개발, 친환경 선박 건조, 미국 조선업 생태계 복원, 인력 양성과 교류 등을 포함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기반의 투자에 활용된다. 한국 조선업은 LNG선, 암모니아, 수소 선박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에서 세계 선두권에 있으며, 이번 협력은 미국의 해운·국방 수요와 연결되며 새로운 시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이번 협력은 양국 간 '해양 동맹' 강화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도 직결된다. 미국은 자국 해운산업의 재건, 군수용 선박 확보, 탈중국 해상물류 확보 측면에서 한국과의 조선 협력 강화를 원하고 있다. 한국 조선사 입장에서도 고정 수요처 확보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라는 상호 윈윈의 협력 기회가 된다. 

한 시민이 경남 거제시 아주동 주거단지 너머로 조선소 대형 크레인을 바라보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 시민이 경남 거제시 아주동 주거단지 너머로 조선소 대형 크레인을 바라보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미국 내 첨단산업 생산기지 확대로 전략적 입지 강화

2000억 달러 중 상당 부분은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에 활용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셀트리온 등은 이미 미국 내 거점 확장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번 협상 타결로 규제 및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투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IRA, CHIPS Act, 바이오 전략 등을 통해 '자국 내 생산' 원칙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의 선제적 대응과 투자는 향후 미국 시장에서의 공급 안정성과 정책 우대 혜택을 동시에 확보하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이차전지의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와 맞물려 한국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농축산물 시장 미개방은 협상 전략의 승리

이번 협상에서 한국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막아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 EU와 일본 등이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주요 농산물 분야를 개방했던 것과 달리, 한국은 쌀, 쇠고기, 유제품 등의 민감 품목을 끝까지 지켜냈다. 이는 농업계의 안정을 확보하고, 국내 여론을 감안한 전략적 협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 방어에 그치지 않는다. 농산물 시장의 미개방은 국내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이며, 향후 기후변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식량 전략의 일환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한미 경제동맹, '양방향 가치사슬'로 진화

이번 협상 타결은 단순히 관세 문제를 해결한 것을 넘어, 한미 간 경제협력이 '양방향 가치 사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생산·판매하는 동시에 기술·노동력·자본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역시 한국을 단순한 공급처가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향후 안보·기술·산업 정책에서 한미 간 공조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동맹의 경제적 내실을 강화하는 성과이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한미 관세협상 타결은 실리외교의 정교함과 전략적 판단이 결합된 모범사례다. 관세 갈등을 협력으로 전환시키고, 전략산업의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도모한 점은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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