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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전수조사, 불안 넘어 농지제도 개선 출발점으로

1996년 농지법이 시행된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농지의 소유와 이용 실태를 확인하는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토지대장·농지대장·농업경영체 정보가 따로 관리되고 장부와 현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지 국가가 정확히 알지 못했던 셈이다. 이번 전수조사의 목적은 위반자를 찾아 처벌하는 데 있지 않고, 농지가 필요한 농업인에게 제대로 연결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기본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농지의 약 27%에 해당하는 284만 필지가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사유별(중복 포함)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 무단 휴경 의심이 11.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임대와 휴경은 투기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지만, 고령화와 상속 증가로 소유와 경작이 분리된 농촌에서는 관행처럼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현장의 불안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평생 농사를 짓다 몸이 아파 이웃에게 논을 맡긴 고령 농업인은 "투기꾼으로 몰린다"고 하소연하고, 형제들과 상속받은 농지를 이웃에게 경작하게 한 상속인은 "물려받은 농지를 팔아야 하느냐"고 묻는다. 여기에 "농사를 안 지으면 무조건 처분명령이 나온다"는 식의 소문이 농촌 전반으로 번지자, 정부와 여당은 지난 9월 21일 보완책을 내놓고 원칙을 분명히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휴경하거나, 농업법인을 내세워 부동산업을 하거나, 경매로 지분만 취득한 뒤 불법 임대하는 투기 유형과 농업진흥지역 내 중대한 불법전용은 엄정하게 조치하되, 고령·상속·영농관행에서 비롯된 일반적인 사안은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어 10월 8일 정부는 상속 농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 등 영농이 어려운 농지, 농업용 창고 등 미허가 시설을 포함하여 투기가 아닌 사항은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며 이를 농지법에 우선하는 특별조치법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특별조치법의 성격이다. 처분하지 않겠다는 것은 '벌하지 않겠다'는 뜻이지 '적법하다'는 뜻이 아니다. 위반 상태가 그대로 남는 한 실경작자는 농업경영체 등록이나 직불금 신청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다음 조사에서 같은 농지가 다시 위반으로 잡힌다. 따라서 이 법의 요체는 과거 무허가축사 적법화가 그랬듯 처분 제외가 아니라 적법 전환이어야 한다. 관행적 임대차는 신청만 하면 서면계약과 농지대장 등재로 적법한 관계로 바꾸고, 종중·미등기 상속 농지처럼 계약 주체가 분명치 않은 농지는 대표자 계약이나 대리경작자 지정으로 계약 자체가 가능하게 길을 열어야 한다.
전수조사로 확인된 현실을 제도에 반영하는 과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임차농 보호다. 최소 임대차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갱신 보호장치를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농지은행이다. 고령농의 은퇴와 상속으로 유동화될 농지를 농지은행이 선제적으로 확보해 청년농·전업농·공동영농법인에 연속된 농지로 공급하려면, 매입과 농지연금 예산을 확충하고 임대차계약과 경영체 변경을 한 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필요하다. 셋째는 농지법 개정이다. 농촌에서 실제 이뤄지는 이용형태를 제도권으로 흡수하고, 맹지·급경사지처럼 영농이 어려운 농지는 규제를 완화하여 '사후 제재 중심'에서 '이용·관리 중심'으로 농지관리의 축을 옮겨야 한다.
특별조치법이 과거를 정리하는 법이라면, 농지법 개정은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앞으로의 농지 이용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돌아보면 1949년 농지개혁이 땅을 농사짓는 사람에게 나누어 준 일이었고, 농지법 30년이 '누가 가질 수 있는가'를 지켜 온 시간이었다면, 이번 전수조사는 그 물음을 '앞으로 누가 농사를 지을 것인가'로 옮겨 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농가 인구의 절반 이상이 65세를 넘긴 지금, 앞으로 10년은 농지개혁 이후 가장 많은 농지의 주인이 바뀌는 시기가 될 것이다. 전수조사로 얻은 정보를 처분의 근거가 아니라 이 세대교체를 설계하는 자료로 쓸 때, 전수조사가 일회성 조사가 아니라 상시적인 국가 농지관리체계의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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