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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보사 노바의 조류를 만든 위대한 설계자

[장르의 개척자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

2023.06.01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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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후반 시작된 ‘보사 노바(Bossa Nova)’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 장르로서 여전히 그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흑인들의 삼바, 그리고 백인들의 무드가 결합된 보사 노바는 당시 주로 브라질의 중산층에게 애호됐는데 이후에는 전세계로 뻗어 나갔다. 

보사 노바라는 뜻 자체가 ‘새로운 경향’을 의미하며 이 기분 좋은 음악은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전혀 퇴색되지 않았고 여전히 신선한 바람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곤 한다. 

보사 노바의 시작점에는 주앙 질베르토,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그리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있었다. 

이들 각자의 역할이 있었고 브라질 전통 음악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소생시켜내려 하는 지에 대한 견해 또한 달랐다.

하지만 이 재능들이 결합하면서 보사 노바는 민족과 지역성, 그리고 시대를 넘어 현대 대중 음악사에 있어 중요한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음악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이파네마 해변에 있는 브라질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동상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이파네마 해변에 있는 브라질 작곡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동상 (사진=저작권자(c) EP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세기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은 위대한 작곡가이자 연주자, 그리고 ‘중재자’였다. 브라질에서 축구 선수를 제외한 유일한 영웅이기도 했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태어나 외교관인 아버지, 그리고 상원의원, 의사인 친척들 사이에서 부유하게 성장한 조빔은 14세 무렵부터 피아노와 작곡을 배웠지만 이후 건축 학교에 입학했다. 

결국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라디오나 나이트 클럽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일했는데, 이후 레코드 회사에 입사해 악보와 편곡 일을 담당했다. 

조빔과 루이즈 본파는 <흑인 오르페>의 사운드트랙을 위해 기용됐고 거기서 외교관이자 작사가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조빔 작곡,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 작사의 콤비가 이어진다. 

비슷한 시기 ‘음반으로 취입된 최초의 보사 노바 노래’로 알려져 있는 ‘Chega de Saudade’를 조빔이 작곡했다. 

원래는 삼바의 여왕 일리제트 카르도주를 위해 만든 곡이었지만 삼바의 리듬을 차용한 획기적인 보사 노바 기타 주법을 발명한 주앙 질베르토에게 이를 녹음하게끔 하면서 기존 삼바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브라질 젊은이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기분 좋은 리듬에 우아한 멜로디, 그리고 속삭이는 듯한 보컬을 지닌 보사 노바는 이렇게 세력을 확장해 갔다.

수많은 이들이 조빔에게서 곡을 요청할 무렵, 주앙 질베르토와 미국인 색소폰 연주자 스탠 게츠의 합작 <Getz/Gilberto>가 공개되고 이는 전세계를 뒤흔든다.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트랙들이 조빔의 곡이었는데, 특히 주앙 질베르토의 아내 아스트럿 질베르토가 계획없이 보컬을 녹음한 ‘The Girl from Ipanema’가 특히 널리 알려져있다.  

이 노래는 비틀즈의 ‘Yesterday’에 이어 역사상 가장 많은 버전으로 녹음된 곡으로 알려지면서 보사 노바라는 장르를 뛰어 넘는 인기를 획득했다. 

노래를 작곡한 조빔으로 인해 이파네마 해변가 또한 인기있는 관광지가 됐는데, 실제로 이파네마 해변에 가면 기타를 어깨에 걸친 조빔의 동상을 확인할 수 있다.

<Getz/Gilberto> 앨범 녹음 당시에 대한 말들이 많은데 오만한 스탠 게츠와 완고한 주앙 질베르토 사이 불화가 심하던 와중 조빔이 둘 사이에서 일부러 통역을 긍정적인 의미로 유도하면서 가까스로 앨범이 완성됐다는 루머까지 돌기도 했다. 

마침 앨범 내부에 있는 사진을 보면 조빔은 주앙 질베르토와 스탠 게츠 사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재즈 애호가들은 이 앨범의 단순함에 대해 비난했고, 역으로 보사 노바 애호가들의 경우 미국식 상업주의에 보사 노바가 유린됐다며 손사래 쳤다.

게다가 이 앨범의 성공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트럿 질베르토와 주앙 질베르토는 이혼한다. 

2004년 6월에 주앙 질베르토가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4년 6월에 주앙 질베르토가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럼에도 <Getz/Gilberto>가 막대한 성공을 거두면서 조빔 또한 솔로 앨범을 녹음하게 된다. 

그의 데뷔 앨범에는 <Getz/Gilberto>에 수록된 ‘Desafinado’의 히트로 인해 ‘Desafinado의 작곡자가 직접 연주’라는 뜻의 <The Composer of Desafinado Plays>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연주 곡들로 구성된 이 앨범에서 조빔은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했다.

1965년 작 <The Wonderful World of Antonio Carlos Jobim>에서는 연주는 물론 자신이 직접 보컬까지 녹음하기도 했고, 1967년에는 프랭크 시나트라와의 합작을 발표하기도 했다. 

CTI와 계약한 이후 내놓은 <Wave>와 <Tide>, 그리고 <Stone Flower> 등의 걸작 연주 앨범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았다. 

이 앨범들은 브라질 본토의 보사 노바 보다는 미국 연주자들과 함께 특유의 도시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는데, 역사적 명반인 동시에 궁극의 카페 뮤직이기도 했다. 

70년대 이후에는 주로 보사 노바를 기조로 한 크로스오버 앨범들을 완성했다. 요절한 천재 엘리스 레지나, 그리고 (이후 주앙 질베르토와 결혼하는) 미우샤 등과의 합작 앨범들 또한 인기를 끌었다.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던 조빔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활동을 직접적으로 전개하기도 했고 이에 관련한 노래와 앨범들 또한 발매하곤 했다.

휴지기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조빔은 1994년 뉴욕에서 심장 발작으로 인해 사망한다. 이후 조국으로 돌아와 리우 데 자네이루에 묻혔고 브라질에서는 대통령령의 국가장으로 3일간 치르게 된다. 

사망 이후에도 조빔의 흔적은 꾸준히 찾아볼 수 있었는데, 1999년에는 리우 데 자네이루 갈레앙 국제 공항이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국제 공항”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 패럴림픽의 마스코트인 ‘통(Tom)’ 또한 조빔의 애칭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알려진 대로 사후에도 장르를 뛰어넘는 수많은 이들이 조빔의 곡을 녹음했고 다수의 헌정 앨범들이 발매됐다. 특히 국내에서는 마이클 프랭스의 조빔 헌정 곡 ‘Antonio’s Song’이 TV 광고에도 삽입되면서 히트했다. 

미국의 팝, 그리고 일본의 시부야 케이 같은 분야에서도 너무도 쉽게 보사 노바 그리고 조빔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음악들이 존재하지만 만일 음악적인 아름다움에 집중하는 장르가 존재한다면 바로 보사 노바가 그에 가장 근접할 것이다.

소리에 여백이 많은 듯, 혹은 단순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복잡한 기타 테크닉과 편곡을 지닌 것이 바로 보사 노바인데, 음악적인 완성도와 구성이 짜임새 있게 전개되는 와중 반대로 듣는 이들의 마음은 편안하게 유도해내곤 한다. 

특히 조빔의 연주 곡들은 보통보다 약간은 작은 음량으로 멀리서 감싸듯 흘러가게끔 틀어 놓으면 정말 좋다. 단순하고 깨끗한, 그리고 차분한 이 소리들은 듣는 이들에게 소란스러운 억지 행복 따위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약간의 리듬감이 기분을 고양시키는 와중 일말의 쓸쓸한 감정이 온화하게 남겨진다. 보사 노바, 그리고 조빔의 곡 들에는 그런 아름다움이 있다. 

☞ 추천 음반

◆ The Composer of Desafinado Plays (1963 / Verve)

보사 노바의 교과서. 연주 방식과 편곡, 그리고 레퍼토리 등 보사 노바의 기본 DNA가 바로 여기서 확립됐는데, 굳이 보사 노바라는 장르를 정의 내려야 한다면 고개를 들어 이 앨범을 보게끔 하면 된다. 

내 경우엔 이 앨범 버전의 ‘Insensatez’를 데이빗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 사운드트랙을 통해 처음 듣게 됐는데, 그 혼란스러운 영화조차 이 곡이 아주 잠깐일지라도 우아하게 정화시켜낸다.

다가오는 여름, 집에 이 앨범 하나 없다면 반드시 장만해야만 한다.

◆ Elis & Tom (1974 / Philips)

조빔의 수많은 합작 중 가장 사랑받았던 앨범. 데뷔 이래 언제나 조빔의 노래로 전체가 구성된 앨범을 만들고 싶어했던 엘리스 레지나의 오랜 소원이 성취된 작품이다. 

엘리스 레지나가 필립스와 계약 10주년이 되던 해에 레이블은 마치 엘리스 레지나에게 선물처럼 이 프로젝트를 승인해줬다. 특히 ‘Aguas de Marco’의 엘리스 레지나와 조빔의 듀엣 버전이 유독 애호됐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On the Pulse>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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