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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부럽다!… 축구전쟁이 시작됐다

[김한석 기자의 스포츠 공감] 유로 2016 열전 돌입

스페인 3연패냐 개최국 프랑스 우승이냐 초미 관심

2016.06.10 김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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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국가대항전인 유로2016이 10일 프랑스 국립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리는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경기를 시작으로 한 달 동안 열린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유럽축구 국가대항전인 유로2016이 10일 프랑스 국립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리는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경기를 시작으로 한 달 동안 열린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이 유로 2016에서 스페인과 같은 조가 아니라는 것이 아쉽다."

스페인 일간지 아스(AS)가 지난 1일 한국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벌어진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대 6 참패를 당하자 내놓은 조롱 섞인 평가였다.

‘티키타카’, 즉 짧고 빠른 패스로 경기를 지배하는 점유율 축구를 앞세워 2008,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연패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으로 열어젖힌 ‘무적함대의 대항해 시대’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격랑을 맞았지만 다시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이 논조에 배어났다.

“스페인이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은 1주일 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7위 조지아에 1-0 충격패를 당하며 유로 출정식을 망쳤다.

닷새 만에 5골차 대패의 트라우마를 털며 프라하 원정 평가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은 한국과는 다시 대조되는 부진이었다.

15년 전 히딩크호에 ‘오대영(5-0패)’ 악몽을 안겼으나 이번 한국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체코의 베테랑 토마스 로시츠키는 쿨하게 인정했다. ‘피치의 모차르트’로 불리는 그는 “한국은 준비가 잘 된 강한 상대였다. 우리의 실수가 반복돼서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유로2016을 앞두고 경험한 좋은 테스트였다”고 했다.

“지더라도 유럽에 나가서 강호와 겨뤄봐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첫 유럽 평가전을 준비해왔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 덕에 한국 축구팬들은 A매치에서 무승 징크스를 이어가던 스페인과 체코를 상대로 슈틸리케호의 탈아시아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아울러 유로2016 ‘죽음의 D조’에 속한 스페인과 체코의 전력을 비교하면서 유로2016에 대한 눈높이를 맞춰볼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미니 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국가대항전 유럽선수권대회. 창설 100주년을 맞아 미국에서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로 펼쳐지고 있는 남미선수권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세계축구의 메가 이벤트다.

1960년 창설돼 지구촌 시청자수가 25억 명, 총상금 3억1000만 유로(4000억 원), 경제유발 효과만도 12억 유로(1조5700억 원)에 달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한 유럽선수권이다.

15회째를 맞는 올해 본선 출전국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나 7월 11일까지 어느 때보다 많은 명승부와 이변으로 31일간의 열전을 이어가게 된다.

프랑스 10개 도시에서 펼쳐지는 유로2016은 확대된 규모만큼이나 많은 신드롬과 징크스의 변주곡이 펼쳐질 듯하다. 강자들은 신드롬을 넘어선 극강의 전통을 이어가려 하고 언더독들은 징크스를 깨고 대도약을 벼른다.

유럽의 유명한 베팅업체들은 이견 없이 프랑스, 독일, 스페인, 잉글랜드, 벨기에 순으로 우승 후보를 꼽았다.

개최국 프랑스의 ‘16년 우승 주기론’에 힘이 실린 예상이다.

조별리그를 거쳐 녹다운토너먼트로 자웅을 가리는 현재의 방식으로 처음 치러진 유로1984에서 개최국으로서 처음 앙리 들로네(유럽선수권 창설자인 초대 UEFA 사무총장) 트로피를 치켜든 뒤 1998년 안방에서 첫 월드컵 우승의 위업을 이루더니 유로2000까지 석권했던 프랑스다.

 ‘예술축구의 지휘자’ 미셸 플라티니를 앞세워 유로대회를 석권한 지 16년 만에 지네딘 지단을 위시한 아프리카 이민자 자원들을 보듬은 톨레랑스(포용)를 통해 ‘아트사커’의 위세를 떨쳤던 레블뢰 군단이 다시 16년 만에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로 뭉쳤다.

대표팀 동료에 대한 ‘동영상 협박 논란’으로 주공격수 카림 벤제마를 내치면서까지 화합에 방점을 찍었다.

지단의 후계자로 꼽히는 폴 포그바와 골게터 앙투완 그리즈만, 레스터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첫 우승을 이끈 은골로 캉테 등이 시너지를 내는 공격력은 국가비상사태를 불렀던 지난해 11월 파리 참극 이후 고조되는 최악의 테러 불안에도 프랑스 국민들의 우승 열망을 끌어올리는 희망요소다.

1984년 마지막으로 개최국 우승을 달성한 이후 굳어져온 ‘개최국은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직접 깨뜨리면서 16년 주기의 우승 신드롬을 이어가려는 프랑스의 행보에 먼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월드컵 챔피언 독일과 디펜딩 유럽챔피언 스페인은 신드롬을 최강 전통으로 이어가려 한다. 이번에 우승하면 어느 쪽이든 최다 4회 우승국 보위에 오르게 된다.

독일은 최다 6회 결승에 올라 1972, 1980, 1996년 세 차례 우승했다.

2006년부터 메이저무대인 월드컵과 유럽선수권에서 5연속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게르만 전차군단.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24년 만에 정상에 오른 이후 세대교체를 통해 ‘공간 해석자’ 토마스 뮐러와 ‘도움왕’ 메수트 외질, ‘제로톱의 승부사’ 마리오 괴체 등으로 공격진을 재편하고 스리백 변형 수비전술도 실험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2008년 준우승, 2012년 3위로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들었던 요하임 뢰브 감독으로서는 유로 제패로 화룡점정하면 명장의 롱런시대를 열게 된다.

유로대회 1964년 첫 우승 이후 2018, 2012년 최초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그 사이 2010년 월드컵까지 석권했던 스페인의 명장 델 보스케는 사상 최초의 유럽선수권 3회 연속 우승으로 2년 전 월드컵 조기탈락으로 구겨진 자존심 회복을 벼른다.

올해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결승을 점령해 프리메라리가 성공시대를 연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비야 소속 스타들과 ‘패스 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위시한 바르셀로나 멤버들을 앞세워 무적함대의 위용을 회복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15회째를 맞는 올해 본선 출전국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나 어느 때보다 많은 명승부와 이변으로 나올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프랑스 폴 포크바, 독일 메수트 외질, 스페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이들은 조국의 명예를 걸고 우승을 장담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5회째를 맞는 올해 본선 출전국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나 어느 때보다 많은 명승부와 이변으로 나올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프랑스 폴 포그바, 독일 메수트 외질, 스페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이들이 속한 국가들은 저마다 우승을 장담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무관의 강호’들은 저마다 황금세대의 힘을 기대하고 있다.
유럽에 가장 높은 FIFA랭킹 2위 벨기에가 골든제네이션을 앞세워 유로 우승으로 신드롬을 이어갈지가 관심사다.

1993년 FIFA랭킹이 도입된 뒤 유럽의 FIFA랭킹 선두주자가 2004년 그리스의 무명반란만 빼고 모두 앙리 들로네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유로2000 개최국으로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유소년육성 10년 대계를 마련했던 성과가 빛을 발할 시기가 됐다. 집중 육성에만 그치지 않고 수출정책에 따라 EPL로 지평으로 넓힌 에당 아자르, 로메루 루카쿠, 케빈 데브루잉, 티보 쿠르투아 등이 주축세력이다.

 본선 최종엔트리 552명 중 EPL에서 뛰는 선수가 모두 103명, 18.6%를 차지한다. 잉글랜드 하위리그까지 포함하면 145명으로 전체의 4분의 1이나 된다.

유럽선수 활동무대의 대세가 된 잉글랜드. 그 위상에 걸맞게 축구종가는 비원의 첫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유로대회가 열릴 때마다 잉글랜드가 확인해야 했던 ‘희망고문’이었다.

1966년 안방에서 첫 월드컵을 품은 뒤 유로1968, 1996에서 두 번 4강에 오른 게 유로대회 최고 성적이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과연? 유일하게 예선 10전 전승을 이끈 로이 호지슨 감독은 역대급 젊은피들에게 기대를 건다.

16년 만에 토종선수 EPL 득점왕에 오른 해리 케인,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 공을 차는 8부 리그 선수로 출발해 레스터시티의 우승주역으로 거듭난 득점 2위 제이미 바디, 중원의 키맨 델레 알리 등 황금세대들이 보무도 당당히 도버해협을 건넜다.

1986년 월드컵 득점왕 개리 리네커는 “현 스쿼드가 너무 어리다”고 지적했지만, 1966년 월드컵 우승 주역 제프 허스트 경은 “바디의 축구지능과 알리의 활동력에 우승 기대를 건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잉글랜드로선 무엇보다 메이저대회 울렁증을 벗는 게 중요하다. 특히 ‘승부차기의 저주’부터. 1990년 월드컵 4강전서 서독에 승부차기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월드컵과 유로대회에서 1승6패로 처참한 징크스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축구가 홈으로 돌아온다’는 희망가를 부르며 처음으로 유럽선수권을 개최했던 1996년 당시 현장 취재를 할 때의 기억이 새롭다. 8강에서 거함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꺾었을 때만해도 기세등등했다. 하지만 삼사자 전사들은 준결승에서 독일과 사투 끝에 ‘11m 룰렛의 저주’에 분루를 뿌렸다.

다음날 아침, 한 영국 일간지 1면 헤드라인은 ‘사우스게이트’였다. 미국의 워터게이트를 빗대 축구종가의 종말을 이슈화했다. 승부차기 마지막 6번째 킥을 실축해 결승행을 날려버린 키커의 이름, 가레스 사우스게이트였다.

승부차기가 악몽의 부비 트랩이었던 잉글랜드와 대비되는 게 독일이다. 월드컵에서 4번 모두 11m의 룰렛을 이겨내면서 승부차기를 결승행의 지렛대로 삼았던 것이다. ‘토너먼트의 종결자’ 독일도 단 한 번 승부차기에 실패한 적이 있다.

체코가 유일하게 우승했던 유로1976 결승전 승부차기. 안토닌 파넨카가 서독의 명수문장 제프 마이어 정면으로 느리게 킥을 날려 5-3승을 완성한 것. 좌우로 한쪽을 택해 미리 몸을 던지는 골키퍼의 심리를 역이용한 강심장의 킥인 ‘파넨카킥’의 유래다.

파넨카는 4년 뒤 유로 3-4위전 승부차기에서도 이탈리아를 상대로 파넨카킥을 또다시 성공시킨다. 체코는 유로1996 준결승에서도 프랑스를 꺾어 유로무대 승부차기 100%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잉글랜드보다 나은 우승 1회, 준우승 1회, 4강 3회의 성적을 거둬 ‘승부차기도 실력’임을 입증한 체코다. 죽음의 조에 속한 체코가 이번에도 우승 후보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언더독인 이유다. 게다가 명수문장 페트르 체흐가 버티고 있으니.

‘무관 징크스’는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포르투갈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04년 준우승, 2012년 4강에 그쳤다.

라이벌 리오넬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28차례 우승을 맛보고도 대표팀에서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해 6월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전력투구하고 있는 가운데 클럽레벨에서 17차례 우승을 거뒀던 호날두는 유로대회 4연속 득점을 노리며 금빛 도전을 이어가게 된다.

포르투갈로선 6시즌 연속 50골 고지를 돌파했던 호날두를 활용해 얼마만큼 ‘원맨팀’의 한계를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스웨덴 전력의 절반으로 불리는 프랑스 리게앙 득점왕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도 유로무대 4연속 골행진에 도전하면서 유로1992에서 거둔 최고 4강 성적을 뛰어넘는 도약으로 조국에 마지막으로 봉사하겠다는 의지다.

유럽선수권은 월드컵 못지않게 세계축구 변혁의 한축을 담당해왔다.

돌풍을 일으켜 강호로 군림하다가도 현실에 안주하면 얼마 가지 않아 그 신드롬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된다.

신드롬이 전통으로 탄탄히 다져지기 위해서는 확고한 철학으로 팀 체질을 강화시켜가는 노력이 필요하고, 실패했을 때는 장기적인 투자로 재도약을 노리는 비전이 중요하다.

 징크스는 포기하는 자들의 변명일진대 용기와 희망의 긍정에너지로 결속하는 것이야말로 운명을 극복하는 반전의 마중물이리라.

원맨팀의 에이스가 희생과 헌신의 구심점이 되고 황금세대로 일컬어지는 투자의 열매가 신드롬의 동력이 되는 도전들을 지켜보는 것은 유로2016을 즐기는 또 다른 포인트일 듯하다.

주목할 대목 하나 더. 유로 본선무대 첫 출전의 꿈을 이룬 아이슬란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슬로바키아, 알바니아 등 5개국이 ‘변방 돌풍’의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까.

 1992년 덴마크, 2004년 그리스의 우승 반란만큼은 아니더라도 약진조차 충분히 감동을 줄만하다.

그중에서도 화산과 빙하로 이뤄진 인구 32만의 얼음왕국 아이슬란드의 도전에 눈이 간다. 2000년부터 UEFA의 지원으로 건설된 실내축구장에서 자라난 ‘인도어 키즈’가 해외로 대거 진출했고 이제 그들이 동토에 봄바람을 불러오고자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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