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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2)

[마음 다독 주치의 이동우의 희망심기] ⑦ 활동할 수 있는 시간

2021.03.30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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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지난 2월 말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이번 달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으로 1차 접종을 받았습니다. 접종 후 약간의 근육통이 있었으나 타이레놀을 복용한 후 쉽게 완화되었습니다.

이처럼 예방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2차 접종이 남아 있고, 2차 접종 후에도 면역 형성까지의 시간이 있으며 변이 바이러스마저 등장하고 있어 아직도 상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할 상황입니다.

백신이 도입되면 자유로운 생활이 시작될 것이라 기대했던 분들은 실망스러울 수 있겠으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제한된 생활이 계속됨에 낙담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누리며 지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에게 주어진 것 중 하나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제한되는 활동들이 얼마나 많은데, 무슨 활동하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거야?”라고 반문하실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활동’의 의미를 새기면서 우리의 평소 생활을 되돌아보면 코로나로 인해 진정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활동(活動)’이란 글자 그대로 ‘살아서 움직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면서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코로나 이전의 현대인들은 수많은 활동들 속에 매우 분주하게 지내왔습니다. 산업화와 정보화로 인한 생산 공정의 가속화로 인해 직장인들은 갈수록 분주해지고 있고, 도시화로 인해 얕고 넓으며 유동적인 인간관계를 맺게 되면서 관계의 홍수 속에서 지내왔습니다.

현대인은 이처럼 유사 이래 어느 때보다도 분주한 움직임 속에 살고 있지만 그러한 분주함 속에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의 생각과 욕구 속에서 살아움직이는 존재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현대인들이 마치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산업사회의 일부로서 살아가고 있으며 모든 사람에게 미소짓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기본 행동이 “마치 전기스위치를 켜고 끌 때처럼 자동적”으로 일어난다고 하였습니다.

지방 출장 길에 걸어다니는 태엽 인형을 사서 아이에게 선물로 사준 적이 있습니다. 한참 가지고 노는 아이를 “이리 오라”고 불렀는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태엽 인형 흉내를 내면서 타원형 경로를 밟으면서 맴돌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자발적으로 태엽 인형의 흉내를 낸 것이었지만, 현대산업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게 피동적인 상태에 빠져들어 마치 자동 인형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프롬의 분석인 것입니다.

프롬은 이렇게 된 이유가 외부적으로는 대중 매체와 상업 광고의 홍수로 인한 외부 자극의 조종 때문이며 내부적으로는 현대인이 진정한 자기 자신과의 접촉을 상실한 결과라고, 즉 자기 소외의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자기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의 접촉을 회복하여 ‘나의’ 경험,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결심, ‘나의’ 판단, ‘나의’ 행동의 주체로서의 자기 자신을 경험하여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다수의 외부 활동이 제약받고 있는 지금이 우리들 자신과의 접촉을 회복할 기회의 시간입니다. 외부와의 접촉이 줄어든 이 시간들이 외부 자극에 휘둘리는 일 없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나의 생각, 나의 감정을 경험하고 나로부터 비롯된 생동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인 것입니다.

그동안 외부 자극에 의해 기계처럼 살아오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처럼 자발적이고 생동하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이 처음에는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과거와 현재의 자신의 결정들과 선택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바와 일치되는 결정, 선택을 해 왔는지, 그러지 못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생각들을 거듭하는 가운데 마음 깊숙한 곳으로 밀려나 위축되어 있었던 자기 자신이 자라나면서 생동감 속에 생활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동우

◆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임상의사로서의 진료업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정신보건업무, 정신건강정책 개발에도 참여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 읽기, 즉 마음 다독(多讀)에 매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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