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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필수와 선택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2010.10.22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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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
 최근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OECD국가 중 총의료비 증가율 1위를 기록했고,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의료비용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05년에 24조원이던 건강보험 재정이 2009년에는 39조원에 달했다. 금년 8월 현재 건보재정은 3천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으며 연말에는 1조 3천억원 안팎의 재정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암환자의 경우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비중이 5%에 불과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본인부담 비중은 35% 이상이고, 한국은 OECD국가 중 끝에서 3번째로 의료보장성이 낮은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가 보장성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비중 본인부담금 비중에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비급여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지원해주는 급여 의료행위와 환자가 전액을 부담해야하는 비급여 의료행위를 나누는 기준은 환자가 받는 의료서비스가 필수적인가, 선택적인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위암수술과 성형수술 두 가지를 비교하면 급여와 비급여의 기준이 명백하게 이해되나, 신의료기술과 신약이 끊임없이 개발되면서 ‘필수와 선택’를 구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수 억 원을 상회하는 고급차는 일반적인 주행에 필요한 필수기능을 갖춘 천만원대의 자동차와 비교해서 필수기능이 수 십 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선택사양을 더해 제품 가격을 높인 것이다. 의료분야에도 동일한 현상이 관찰된다. 기존의 약과 비교해서 부작용 감소와, 개선된 효능은 미미하지만, 가격은 수십배인 신의료기술과 신약이 있다. 모든 의료는 필수적이라는 관점에서 국민들은 건강보험이 선택가능한 모든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기를 바라지만, 선택적인 의약품과 의료서비스의 사용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바람이다.

 반면에 ‘필수’로 분류되어 보험 급여가 보장된 의약품중 상당수는 특허가 만료되고 가격 통제가 되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생산을 기피하여 정부가 ‘퇴장방지의약품’이라는 제도로 생산을 권장하고 있는 품목이 500개를 상회한다. 페니실린은 세균성질환에서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는 대표적인 항생제이지만 제약회사들은 주사제 1병에 1,000원도 받지 못하는 페니실린 생산보다 수 만원을 호가하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의료 기술에서도 필수의료기술일수록 저수가의 틀에 갇히게 되어, 의료기관들이 비급여의료행위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한해 동안 병·의원에서 건강보험 진료비 1억원 이상을 쓴 환자는 1,238명으로 집계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9년 건강보험 고액환자를 분석한 결과  최고액 진료비 환자는 22억247만원(비급여 제외)을 쓴 30대 혈우병 남성 환자이며 이중 21억9947만원은 건강 보험에서 지불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에는 고령화율이 24.3%로 높아지면서 적자 규모가 약 6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저술한 '정의란 무엇인가'가 우리나라에서만 최장기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벗어나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국 사회에서 ‘정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은 부의 분배 문제에 대한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여 진다. 공정한 분배를 위해 자유와 평등, 개인과 공동체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둬야 하는가의 문제는 건강보험재정에서 필수의료와 선택의료의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와 맞물려 있다. 포퓰리즘에 빠져 무조건 보장성 강화라는 주장을 하기 전에 한정된 건강보험재원을 어떠한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이 ‘정의’인지 정책입안자, 의료인, 국민 모두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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