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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도 폐업하면 실업급여 받는다
자영업자 실업급여 첫 수급자인 신용길(61·부산) 씨가 수급 소감을 밝히며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22일 ‘자영업자 고용보험’이 도입된 지 1년 1개월만인 지난 2월 21일, 실업급여 첫 수급자가 탄생했다.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생활안정과 재취업을 위해 지급하는 급여로 근로자에게만 적용하던 고용보험을 지난해 자영업자로 확대했다.
이로서 자영업자도 근로자처럼 보험료를 납부하면 부득이 폐업할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 씨는 자영업자 최초 실업급여 수급자로 선정돼, 지난 2월 부산고용센터에서 수급자 1호 인증서 수여식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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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신용길(왼쪽)씨가 자영업자 실업급여 1호 수급자로 선정돼 강현철 부산고용센터소장으로부터 인증서를 받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
신 씨는 부산 진구 전자 도매상가에서 7년 3개월간 무전기와 CCTV 등을 판매했다. 관련업계에서 10여 년을 근무하다 지난 2005년 회사를 나와 처음 가게를 열 때만 해도 사업 전망은 밝았다. 사업이 한창 잘 될 때는 연매출액이 2억 원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무전기 등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만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 씨는 지난해 1월 근로복지공단에서 보낸 안내문을 우연히 접한 뒤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그 뒤에도 신 씨는 신축건물과 건설현장을 돌며 백방으로 뛰었다. 하지만 사정은 더욱 나빠져 연매출이 1천만 원 이하로 급감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지난 1월말 폐업하고 말았다.
다행히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해둔 신 씨는 폐업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돼 석달 간 매월 115만 원정도를 받았다. 신 씨에게 실업급여는 생활에 보탬이 됨은 물론 창업의 꿈을 키우는 든든한 밑천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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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길 씨가 실업급여 상담사로부터 취업활동 계획 등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
신 씨의 첫 수급 이후 지난 3월 초까지 4명의 수급자가 추가돼 현재 12명이 수급여부 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자영업자 실업급여 수급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자영업 체감경기가 더욱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실업급여는 이처럼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되고 있지만 아직 이 제도에 대한 인식과 홍보는 미흡한 실정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도 아직은 적은 편이다. 강제보험이 아닌 탓도 있지만 이 제도를 모르고 있는 사람이 아직 더 많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 고용보험은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거나 50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다. 영세사업자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이다. 사업자 신규 등록 후 6개월 이내에 가입해야 한다. 이전 사업자는 지난해 7월 21일까지 가입을 받았다.
가입은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가입하는 임의 보험이다. 자영업자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사업 개시 후 6개월 이내에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1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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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지역고용센터에 비치된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 안내문 |
월 보험료는 실제 소득과 무관하게 본인의 희망에 따라 1등급 월 3만4,650원에서 5등급 5만1,970원까지 선택 가능하다. 수급조건을 보면 폐업 이전 6개월 동안 연속해 적자가 발생하거나, 폐업 이전 3개월 평균 매출액이 전년도에 비해 20% 이상 감소하는 등 경영악화 등으로 불가피하게 폐업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즉, 자발적 폐업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확인되면 자영업자는 자신이 선택한 등급에 따라 월 77만원에서 월 115만5,000원까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에 걸쳐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획과 한은숙 사무관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경영악화로 인한 폐업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평소 매출총계정원장, 필요경비 내역 등 관련서류를 잘 갖춰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의 취지가 자영업자가 폐업했을 때 재취업이나 재창업을 안정적으로 준비하도록 지원하는데 있는 만큼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폐업 후 재취업을 한 노력도 열심히 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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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실업급여 수급자는 직업훈련과 전직지원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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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자영업자도 실업급여 혜택을 받게 됐다.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재취업과 재창업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
실업급여 혜택만 있는 건 아니다. 자영업자가 직업능력 개발을 위한 훈련을 원할 경우 훈련 비용의 50~80%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 재취업과 재창업을 위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과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신 씨 또한 이 제도를 활용해 현재 직업능력개발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
자영업자는 요즘 불황의 늪에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한 조치는 매우 시의 적절해 보인다. 자영업자 고용보험이 폐업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듣든한 사회안전망으로 조속히 정착되길 기대한다.
정책기자 이혁진(직장인) rhjeen0112@emp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