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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기차와 함께 경쾌한 모차르트의 ‘린츠 교향곡’을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41] 오스트리아/린츠(Linz)

2014.11.17 정태남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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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잘츠부르크로 가기 위해 고급열차 레일제트(Railjet)에 올랐다. 차창에 펼쳐지는 도나우 강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이어폰을 끼고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하나씩 감상하며 쾌적한 기차 여행을 즐겨본다.

1756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신이 지상에 보낸 음악의 천재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나라와 많은 도시를 여행하며 연주를 했는데 그가 머물렀던 곳이나 연주했던 곳은 거의 모두 ‘성역화’되어 후세의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매력적인 순례지가 되기도 한다.  

도나우 강변에 위치한 린츠 시가지.
도나우 강변에 위치한 린츠 시가지.

기차가 빈을 떠나 서쪽으로 달린지 1시간 10분 정도 지나자 린츠 역에 곧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린츠 교향곡’이 탄생했을까? 모차르트가 작곡한 1번에서 41번까지 이르는 교향곡의 제목을 훑어보면 세 개의 작품에 도시명이 붙어있는데 교향곡 31번 D장조 <파리>, 교향곡 36번 C장조 <린츠>, 교향곡 38번 D장조 <프라하>가 그것이다.

그런데 파리와 프라하는 잘 알려진 도시인 반면에 린츠는 그리 잘 알려진 도시가 아니다. 음악이 태어난 배경을 알고 나면 그 현장이 아주 새롭게 보이고 또 음악도 아주 새롭게 들리는 법이다. 갑자기 용솟음쳐 오르는 호기심 때문에 잘츠부르크 행을 몇 시간 연기하고 린츠 역에서 내린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기차로 여행할 때 자리예약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여행일정을 상황에 맞게 자유스럽게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린츠 역을 나와 번화가 란트슈트라세(Landstrasse)를 따라 시내 중심으로 향한다. 고급매장·레스토랑·카페·은행 등이 밀집한 이 거리에서는 성녀 우어줄라에게 바쳐진 바로크 양식의 성당이 유독 눈에 띈다.

이 성당이 봉헌된 것이 1757년이라고 하니 모차르트가 한 살 때였다는 사실이 문득 머리에 스쳐지나간다. 모차르트는 11세 때 처음으로 린츠에 온 적이 있으니, 우연의 일치로 이 성당 봉헌 10주년을 맞아 린츠를 찾았다고나 할까. 

린츠의 심장인 대광장 하우프트 플라츠.
린츠의 심장인 대광장 하우프트 플라츠.

번화가 란트슈트라세는 도나우 강변 가까이에 위치 널따란 대광장 하우프트플라츠(Hauptplatz)에 연결된다. 대광장 안에서는 베토벤이 머물렀던 집이 보이고 삼위일체 기둥 너머로는 린츠에서 활동했던 음악가 브루크너가 봉직하던 구(舊) 대성당의 종탑이 수수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광장에는 초기 르네상스 건물, 바로크 건물들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있고 광장을 수시로 가로질러 가는 매끈한 모습의 전차가 아곳의 고풍스런 분위기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린츠의 역사는 2천 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고대 로마인들은 이곳에 도나우 강 국경을 지키는 요새를 구축하고는 이곳을 렌티아(Lentia)라고 불렀는데 린츠라는 지명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다. 현재 린츠는 인구 약 20만 명의 도시로 수도 빈, 그라츠에 이어 오스트리아에서는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린츠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크게 끌만한 건축물은 별로 없다. 하지만 도시가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베토벤은 교향곡 8번을 작곡할 때 이곳에 체류했던 것일까?

모차르트의 <린츠 교향곡>이 탄생한 건물.
모차르트의 ‘린츠 교향곡’이 탄생한 건물.

이 광장과 서쪽으로 연결된 클로스터 거리를 따라 걷다가 이 길 20번지의 3층으로 된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이 건물의 벽면에는 ‘모차르트하우스(Mozarthaus 모차르트 집)’라는 표시판이 눈에 먼저 띈다. 

그 밑에는 이 건물이 1659-1779년에는 슈타르헴베르크 백작의, 1779-1789년에는 툰 백작의 면세특권이 있는 저택이란 것과 이곳에서 모차르트의 ‘린츠 교향곡’이 탄생했다고 쓰여져 있다. 

모차르트는 여행 중에 연주회를 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또 그의 연주를 듣고 싶어 하는 권세 있는 귀족의 초청이 있으면 어디서든지 머물렀다. 이 건물도 그런 장소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 조용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도시에서 모차르트는 이 교향곡을 매우 급히 작곡했다. 

모차르트의 <린츠 교향곡>이 1783년에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음을 알려주는 표지판.
모차르트의 ‘린츠 교향곡’이 1783년에 바로 이곳에서 탄생했음을 알려주는 표지판.

모차르트는 26세 때이던 1782년 8월 아버지의 허락 없이 콘스탄체와 결혼하고는 고향에 가서 신부를 소개하고 싶어하지만 아버지가 이 결혼을 처음부터 완강히 반대했기 때문에 고향에 가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혼한 지 거의 1년이 지난 1783년 7월 말에 고향으로 갔다.

그는 그 곳에서 10월까지 머문 다음에 수도 빈으로 돌아가던 중 린츠를 지나가게 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린츠의 툰 백작은 어떤 수를 써서든지 모차르트 부부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려고 하인을 린츠 시 입구 길목까지 내보내었다.

모차르트가 도착하자마자 툰 백작은 음악회를 부탁했는데 모차르트가 지니고 있던 악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급히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하기 시작하는데 그는 매일 사교적일 일로 바쁘고 흥청망청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4일 만에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C장조의 교향곡을 완성했다.

이것이 바로 ‘린츠 교향곡’이다. 이 곡은 린츠의 분위기나 풍경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가 린츠에서 작곡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여진 것이다. 

번화가 란트슈트라세. 우어줄라 성당이 시각의 초점을 이룬다.
번화가 란트슈트라세. 우어줄라 성당이 시각의 초점을 이룬다.

이 교향곡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현장을 보고 난 다음 잘츠부르크 행 레일제트에 오른다. 달리는 기차에서 ‘린츠 교향곡’에 귀를 기울이니 음악이 훨씬 더 밝고 경쾌하게 들리고 기차 여행도 더욱더 즐겁게 느껴진다.

정태남

◆ 정태남 건축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BAUM architects)의 파트너이다.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 미술, 언어, 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로마역사의 길을 걷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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