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우리 동네에 사랑방이 생겼어요

[문화, 공동체를 변화시키다] 생활문화센터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공간

2015.01.13 문화체육관광부
글자크기 설정
인쇄하기 목록

그저 그림 그리는 게 좋아 삼삼오오 모인 수채화 동호회 ‘무지개’ 회원들. 매주 화요일은 문화원에서, 수요일은활 문생화센터에서 서로의 꿈을 공유한다.
그저 그림 그리는 게 좋아 삼삼오오 모인 수채화 동호회 ‘무지개’ 회원들. 매주 화요일은 문화원에서, 수요일은 생활문화센터에서 서로의 꿈을 공유한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께서 머무시던 사랑채는 항상 손님들로 북적였다. 매일 오후 할아버지와 바둑판을 앞에 두고 즐거운 기 싸움을 하시던 쌀집 할아버지가 첫번째요, 함께 한학을 공부하시던 할아버지의 오랜 친구들이 두 번째였다. 간혹 할아버지께서 혼자 계실 때는 동생과 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늘 이야기와 웃음이 넘치던 곳. 추억 속의 사랑방을 30년이 훌쩍 지나 다시 만났다.

웰컴 투 생활문화센터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는 듯 새 옷 입고 꽃단장한 충남 서산 생활문화센터. 이곳엔 오감마저 덩실 춤을 추게 하는 묘한 매력이 숨어 있다.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는 듯 새 옷 입고 꽃단장한 충남 서산 생활문화센터. 이곳엔 오감마저 덩실 춤을 추게 하는 묘한 매력이 숨어 있다.
공간을 유영하는 기분 좋은 음악 소리에 가장 먼저 귀가 동한다. 이어 홍대 북 카페 뺨치는 인테리어와 작은 도서관을 옮겨 놓은 듯 빼곡히 들어찬 책들을 보느라 눈이 즐겁다. 한 잔의 커피까지 더하니 오감이 덩실 춤춘다. 게다가 이 모두를 무료로 누릴 수 있다니! 서산고용복지플러스센터 6층에 자리한 생활문화센터는 일단 첫인상에서 오감만족이다.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화구를 들고 온 중년여성 서너 명이 동아리3방에 자리를 잡는다. 잠시 후에는 동아리4방에서 한 여성이 첼로를 세팅한다.

“10시부터 수채화 동호회인 ‘무지개’와 현악 동호회 ‘SS 앙상블’이 이곳에서 연습을 해요. 방음 처리가 되는 동아리4방은 음악 동호회 우선으로 예약을 받습니다.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은 한산한 편이지만 오늘은 세 팀이나 예약을 했어요. 앞으로 더 꽉꽉 차겠죠.”

동아리방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자 생활문화센터를 관리하는 이희종 매니저는 오디오 볼륨을 살짝 낮추고 한쪽에 마련된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겨 방문자들이 마실 커피를 내린다.

잠시 후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이 생활문화센터를 휘감기 시작한다. 소리를 따라 동아리4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SS 앙상블’이 연습하는 메인 곡은 코렐리와 비발디를 비롯한 수많은 작곡가가 편곡한 ‘라 폴리아(La Folia)’. 변주·편곡에 따라 구슬프기도, 묵직하기도, 또 경쾌하기도 한 이 곡은 현악기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음악으로 유명하다. 눈을 감고 잠시 그들의 합주에 귀 기울여본다. 첼로를 중심으로 바이올린·키보드·플루트·오보에 등이 한데 어우러져 기분 좋은 하모니를 연출한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부르는 어울림이다

서로가 선생님이 되어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움이 캔버스 위로 스며든다.
서로가 선생님이 되어 가르치고 배우는 즐거움이 캔버스 위로 스며든다.
뭐지? 매일 놀러 오고 싶은 이 기분같은 시간. 동아리3방에서는 ‘무지개’ 회원들이 작업에 삼매경이다. 아직 주제를 정하지 못해 도록을 뒤적이는 회원, 샘플을 보며 스케치 작업을 하는 회원, 그리고 벌써 채색 작업에 들어간 회원까지 속도는 제각각이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한 치의 양보가 없다.

또 장미 한 송이 정물화부터 서정적인 풍경화까지 소재와 기법에서도 저마다의 개성이 오롯이 묻어난다. “언니, 라이브로 음악까지 흐르니 클래식 음악감상실에 온 것 같지 않수? 영감이 절로 떠오르네.” 이영숙 씨의 한마디에 모두 박장대소. 옆방에서 흘러나오는 ‘SS 앙상블’의 합주에 모두 손을 잠시 멈추고 눈을 지그시 감는다.

“문화원 직원이 추천해 개소식을 할 때부터 왔으니 오늘로 세번째네요. 화요일에는 문화원에서 수업을 받고, 수요일에는 시간되는 회원들끼리 여기 생활문화센터에서 연습을 해요. 이전에는 함께 연습할 공간이 없어서 못내 아쉬웠거든요. 혼자 그리다 보면 궁금한 게 생겨도 물어볼 사람도 없고, 의견 구하기도 힘들잖아요. 이런 공간이 고마울 따름이에요. 게다가 맛있는 커피도 마음대로 마실수 있고요. 시간만 허락한다면 매일 오고 싶어요.”

영숙 씨의 말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다른 회원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한손에는 붓을 들고 다른 손에는 샘플 도록을 들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회원들은 그러면서 가끔씩 리듬을 타며 살포시 춤을 춘다. 사이사이 콧노래도 흘러나온다.

누구나 함께하는 놀이터

9월 18일 개소한 서산생활문화센터는 주민 모두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이름하여 ‘우리 모두의 문화 놀이터’다. 그 이름에 걸맞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운데 넓게 북 카페가 펼쳐지고 테이블과 의자 사이사이 책장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입구 왼편에는 간단한 다과를 준비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사방가장자리에는 소모임을 할 수 있는 4개의 동아리방이 자리한다. 다양한 소모임활동을 비롯해 누구나 센터를 방문해 북 카페에서 책도 읽을 수 있고,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방문한 구직자들끼리 다과를 즐기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올 연말 개강 예정으로 문화교실을 준비합니다. 3개월 과정으로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주제로 짜고 있어요. 저기 갤러리용 벽면 장치 보이시죠? 그 옆에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만들었어요. 문화교실이 활성화되면 전시회나 공연등도 정기적으로 치를 예정입니다.”

생활문화센터 기획을 담당하는 서산시청 문화관광과 한정자공보관은 시작이 반이라며,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일상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지 고민이란다.

이미 답은 나온 듯하다. 한쪽 방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은은하게 흐르고, 다른 방에서는 그 음악을 들으며 유유자적 수채화를 그리는 풍경. 마치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 풍경’처럼 여유로워 보인다. 생활문화센터가 앞으로 만들어갈 풍경도 이러할 것이다. 이곳의 주인공은 누구도 아닌 주민. 주민들이 행복해지는 것은 바로 생활문화센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년차 현악 동호회 ‘SS 앙상블’은 내년에 있을 세 번째 공연 준비로 한창 바쁘다. 바쁜 일과를 쪼개서 하는 연습이 힘들만도 할 터인데,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할 수 있는 기쁨이 더욱 크단다.
2년차 현악 동호회 ‘SS 앙상블’은 내년에 있을 세 번째 공연 준비로 한창 바쁘다. 바쁜 일과를 쪼개서 하는 연습이 힘들만도 할 터인데,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할 수 있는 기쁨이 더욱 크단다.

하단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