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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래성장과 경제안보에 기여할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꼽힌 ‘반도체’!
여러분은 ‘반도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정책브리핑과 함께 할 미래 기술 이야기.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이병훈 교수님과 함께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요즘 반도체와 관련된 얘기를 뉴스와 방송에서 많이 듣게 됩니다. 심지어 미국의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방문해서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기도 하는 것을 보면 반도체가 뭐길래 이렇게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될까 하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겁니다. 저는 포스텍에서 새로 설립한 반도체공학과의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이병훈입니다.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반도체 관련 뉴스를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반도체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도체의 절반이란 뜻입니다. 도체는 전기가 통하는 물질, 부도체는 전기가 안 통하는 물질이니까 반도체는 전기가 반만 통하는 물질이란 뜻으로 이름을 붙인 걸까요? 사실은 전기를 잘 통하게도 하고 안 통하게도 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쓰는 전기 스위치처럼 불을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스위치가 있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볼까요?
집에서 늘 보시는 TV를 이런 스위치로 만든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스위치가 켜지면 TV 화면이 밝아지고, 꺼지면 어두워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겠죠? 이번에는 이런 스위치가 10개쯤 있다고 하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켰다가 끄면 마치 밝은 점 하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 TV는 이런 스위치가 천만 개 가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일초에 60번쯤 다른 모양, 다른 색깔로 켰다 껐다 하면 화면에 우리가 보고 있는 것 같은 다양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천만 개의 스위치를 1초에 60번이나 동작시키는 것을 손으로 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이런 동작도 또 다른 반도체 스위치를 쓰게 됩니다. 최신 반도체는 1초에 30억 번 동작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일도 척척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화면을 제어하는 것 말고도 반도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척 많습니다. 핸드폰으로 게임을 한다면 한편으로는 우리 눈에 보여주는 화면을 제어하는 일을 하는 반도체가 있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게임회사의 컴퓨터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게임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도 있어야 하고, 전화나 문자를 받는 일을 하는 반도체도 있어야 합니다.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쓰려면 내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반도체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안에는 수십 종류의 반도체 칩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들어있는 반도체들이 워낙 빠르게 일을 하니까, 우리는 잘 못 느끼고 바로바로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흔히들 눈 깜짝할 사이라고 하는데요. 이게 얼마나 빠른 시간인지 아시나요? 눈 깜박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0.3초가 걸린다고 합니다. 반도체 스위치는 1초에 30억 번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는 10억 번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이런 반도체 스위치가 스마트폰 안에 수천만 개가 있으니까,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사람보다 수백만 배 빠르게 뭔가 할 수 있는 반도체를 쓰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직 잘 못하는 일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주변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중 중요한 정보를 추출해서 안전한 운전을 위해 활용합니다. 즉, 카메라에 보이는 사물이 사람인지 신호등인지 등등을 구분해서 자동차의 속도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데요. 이런 기술은 1초에 30번 내지 40번 정도 주변을 살펴보고 그 정보를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어야 하니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엄청난 거죠. 그래서 아직 사람만큼 운전을 잘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만들기 어렵고, 전기도 많이 써야 합니다. 사람은 짜장면 한 그릇을 먹고 운전한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는 백 그릇은 먹어야 한다고 비교하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렇게 자율 운전이 어려운 것이라면 보통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운전을 하는 걸까요? 우리의 두뇌가 반도체만큼 빨리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은데요. 여기서 반도체가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인간의 우수함이 발휘됩니다. 우리의 두뇌는 학습을 통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불필요한 정보와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운전에 필요한 정보만을 활용하도록 잘 훈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활용하는 데이터보다 어마 무시하게 적은 정보만으로도 운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제 말이 맞는지 잠깐 검증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늘 아침 운전하면서 출근하신 분들은 출근길에서 본 장면 중 어떤 장면이 기억나시는지 생각해 보세요. 어, 하고 놀라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왜냐하면 어디를 통해서 왔는지는 경험을 통해서 알지만 그중 어떤 장면도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실 테니까요.
반대로 자율주행 자동차라면 모든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보관하고 있겠죠? 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애초에 대부분의 정보를 받아들이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고, 저장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운전을 부주의하게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여러 번 지나간 길의 이미지는 두뇌 어디엔가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심각하게 다른 점이 있지 않은 한 새로 저장하지 않고, 전체적인 이미지를 비교해가면서 판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갑자기 길 위에 싱크홀이 생긴다든지 하는 긴박한 상황이 되면 우리의 두뇌도 열심히 일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놀랍게도 어제와 다른 점만 비교해가면서 운전하는 겁니다. 인간의 두뇌가 운전할 때 작동하는 방식을 잘 배운다면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도 훨씬 빨리 진보하게 될 텐데요. 이런 기술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 반도체입니다.
물론 요즘 얘기가 나오는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은 제가 방금 얘기한 두뇌의 수준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는 초보 단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더 좋은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고 만들기 위해 국가 간의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반도체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나라들은 다들 미래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산업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처럼 설계를 잘 하지만 제조는 조금 뒤처진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제조는 잘하지만 설계는 조금 못 미치는 나라도 있습니다. 서로 잘 하는 분야가 다르니까,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서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을 다녀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2편에서는 <지구환경을 지키는 반도체>라는 주제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병훈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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