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환희와 뜨거운 눈물을 남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17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고, 오륜기는 2030년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프랑스 알프스로 건너갔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두 도시의 지명을 표기해 분산 개최했으며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총 10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종합 1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메달의 순간만큼이나 뜨거웠던 것은 경기장 밖의 '코리아' 열기였다. 밀라노 도심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는 주요 외신으로부터 '가장 인기 있는 국가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케이(K)-컬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노보드 최가온이 지난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날 최가온은 1, 2차 경기에서 넘어진 후 3차 시기에 90.25점을 받아 단독 1위에 올라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가 장식한 '피날레'
폐회식은 23일 오전 4시 30분 이탈리아 '메인 도시'인 밀라노에서 동쪽으로 150㎞ 떨어진 베로나의 아레나에서 열렸다. 이곳은 기원전 30년경 건립된 고대 로마 검투사가 맹수와 대결을 벌였던 원형투기장이다.
1994년 이탈리아 크로스컨트리 대표팀 선수들이 올림픽 성화를 들고 입장해 오륜 모양 구조물에 불을 붙였다. 이어 '라 트라비아타'를 시작으로 '리골레토', '아이다', '피가로의 결혼', '나비부인' 등 오페라 명작의 주인공들이 등장해 이탈리아답게 올림픽 축제의 마지막을 수놓았다.
23일 이탈리아 베로나 올림픽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 선수단은 최민정(성남시청)과 황대헌(강원도청)이 기수를 맡아 22번째로 입장했다. 이후 대회 기간 뽑힌 IOC의 신임 선수위원 선거에서 1위를 득표한 한국의 원윤종 전 봅슬레이 선수와 2위로 당선된 요한나 탈리해름(에스토니아)이 함께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과 잔루카 로렌치 코르티나담페초 시장이 오륜기를 반납한 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은 2030 알프스 대회를 개최하는 프랑스의 크리스티안 에스트로 니스 시장에게 오륜기를 전달하며 '다음 무대'의 시작을 알렸다.
전통의 '빙상'·도약의 '설상'…한국이 남긴 명장면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전통적으로 강했던 쇼트트랙뿐 아니라 설상종목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6개 종목 71명의 선수가 출전한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모두 10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선수단은 개막 이틀째에 첫 메달을 신고했다.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에 출전한 김상겸이 은메달을 수확했으며 이는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끝에 거둔 값진 결실이자 한국 동·하계올림픽 통틀어 통산 400번째 메달이라는 금자탑까지 세웠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최가온이 16일 인천공항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첫 금메달은 개막 6일 차에 나왔다. 주인공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여고생 선수인 최가온이다. 그는 지난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해 우상인 클로이 김 미국 선수와 오노 미츠키 일본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최가온은 1차 시기에서 공중 3바퀴를 도는 '캡텐'을 시도하다 파이프 상단 가장자리에 보드가 걸려 크게 넘어졌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들것까지 들어가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아픔을 참고 나선 2차 시기도 부상 여파로 착지에 실패, 상황은 암울해졌다. 하지만 최가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다관왕'을 기록한 쇼트트랙 김길리는 현지 취재기자가 뽑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는 여자 3000m 계주에서 최민정, 노도희, 이소연, 심석희와 함께 8년 만에 금메달을 합작했고, 개인전인 1500m에선 금메달을 획득하며 최민정(은메달)과 함께 시상대에 올랐으며, 1000m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쇼트트랙 김길리가 21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보한 후 환호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길리는 MVP 수상 직후 "뜻깊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며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응원해 주신 분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고 앞으로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이번 올림픽은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이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우며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무대였다.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 달리고 또 달린 그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선언하며 아름답게 퇴장했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후 태극기를 두르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8년 전 스무 살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금·은 메달을 추가해 모두 7개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스포츠사의 이정표를 세웠다. 최민정은 진종오(사격), 김수녕(양궁), 이승훈(스피드스케이팅)을 제치고 '단독 1위'로 한국 동·하계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을 수립했다.
한편, '카스 비욘드 메달 어워즈(Cass Beyond Medal Awards)'에는 알파인스키 정동현(Excellence),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선(Respect), 스켈레톤 정승기, 홍수정(Friendship)이 선정됐다.
밀라노 사로잡은 '코리아하우스'…주요 외신들 "가장 인기"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 '코리아하우스'는 경기장 밖에서 밀라노를 사로잡았다. 주요 외신들은 '코리아하우스'를 밀라노와 산악 지역에 설치된 국가관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장소 중 하나로 뽑았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뉴스분석팀에 따르면, 주요 외신들은 '코리아하우스가 가장 사랑받는 장소', '코리아하우스가 밀라노를 사로잡다', '가장 인기 있는 건 코리아하우스' 등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2월 7일부터 23일까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관련 주요 외신 보도 총 29개 국가의 143개 매체, 총 612건이었다.
6일 이탈리아 밀라노 빌라 네키 캄필리오(Villa Necchi Campiglio)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한복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코리아하우스'는 밀라노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스포츠 외교와 K-컬처 홍보의 장으로 활용됐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탈리아 대표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지난 14일 "올림픽 열기가 고조되면서 경기장 밖에서도 밀라노 시민과 관광객, 팬들이 올림픽 하우스로 몰려들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입지가 매우 좋은 빌라 네키 캄필리오(Villa Necchi Campiglio)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는 찾는 방문객 수가 가장 많다"고 보도했다.
특히 'K-컬처'를 사랑하는 팬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으며 주말 하루 동안 최대 3200명이 방문하는 기록을 경신했다. 방문객들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놀이를 체험하거나 한국 길거리 음식의 대표 메뉴인 어묵 등을 맛보거나 한복을 입어보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또 이탈리아 시사주간지 '파노라마'는 지난 16일 최휘영 문체부 장관 단독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전통과 한국의 혁신이 밀라노-코르티나 2026을 넘어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재정의하고 있다"며 양국 문화동맹을 조명했다.
올림픽의 불씨는 이어진다…3월 '패럴림픽'도 분산 개최
올림픽의 불씨는 계속 이어진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패럴림픽은 올림픽이 열렸던 곳과 같은 장소에서 내달 7일부터 16일까지 치러진다.
"IT'S YOUR VIBE(이것이 그대의 분위기)"라는 슬로건 아래 파라 알파인스키, 파라 바이애슬론, 파라 크로스컨트리스키, 파라 아이스하키, 파라 스노보드, 휠체어 컬링 등 6개의 종목, 79개 세부 종목이 진행된다.
한국은 이 대회에 알파인스키,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스키, 스노보드, 휠체어컬링 등 5개 종목에 선수 20명을 포함한 총 56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목표는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앞세운 종합 20위권 진입이다.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최휘영 문체부 장관,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편, 4년 뒤 알프스에서 열릴 다음 동계올림픽을 향해 각국 선수들이 이미 출발선에 선 가운데, 한국 스포츠계는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남은 숙제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결산 기자회견에서 "동계 종목의 숙제를 많이 안고 간다"며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훈련과 지원 등의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4년 뒤, 2030년 알프스 올림픽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38년 만에 프랑스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이다. 프랑스는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이후 6년 만에 다시 세계인의 축제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