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을 18.9명 이하로 낮추고 자살사망자 수를 1만 명 이하로 줄이기 위해 자살예방 안전망을 강화한다.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 한도를 최대 150만 원으로 높이고 정신응급 병상을 2030년까지 2000개로 확충하는 한편, 2027년 국가자살대응실과 24시간 일시보호서비스를 도입한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해 자살 위험을 조기에 찾아내는 체계도 구축한다.
국무조정실은 30일 자살예방 관련 첫 정례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6~2030)'의 주요 내용과 향후 추진 방향을 설명했다.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은 지난 12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1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에서 심의·확정됐다. 기존 9대 분야별 자살예방대책을 통합·조정·보완해 자살예방법에 따른 법정 기본계획으로 마련한 것이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살예방정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10.1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부는 2024년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던 자살률을 2029년 19.4명, 2030년 18.9명 이하로 낮추고 자살사망자 수도 1만 명 이하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살사망자 수는 2024년 1만 4872명에서 2025년 1만 4144명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자살률도 29.1명에서 27.8명으로 낮아졌다.
2026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자살사망자가 849명 감소했으며 이 가운데 453명은 경제생활문제 관련 감소분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법정계획으로 관리하고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행 책임과 성과평가도 강화할 방침이다.
추진전략은 ▲생명지킴 안전망 ▲적극적 발굴·예방 ▲구조적 근본 원인 해소 ▲맞춤·통합형 자살예방정책 ▲지자체·민간 공동 책임 강화 등 5대 분야로 구성했다.
◆ 국가자살대응실 설치…정신응급 병상 391개에서 2000개로
먼저 자살 위기 상황에 대한 긴급대응과 정신건강 치료체계를 강화한다.
2027년부터 국가자살대응실을 설치하고, 자살예방센터의 센터당 인력을 2026년 5.0명에서 2027년 7.1명으로 확충한다.
자살 위기자를 최대 24시간 보호하면서 상담과 회복을 지원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하는 일시보호서비스도 도입한다.
기존에는 입원하지 않는 경우 지구대나 파출소에 머문 뒤 귀가하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충분한 상담과 서비스 안내·동의 절차를 거쳐 귀가하도록 개선한다.
정신응급 분야를 필수의료로 지정하고 관련 병상을 2025년 391개에서 2030년 2000개로 늘린다.
자살 고위험군 치료를 위한 거점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수가를 추가 지급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난치성 우울증 치료제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가족상담과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도 확대한다.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 한도는 현행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응급입원료 지원 상한은 45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높인다.
아울러 보호의무자의 부담을 줄이고 입원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2027년부터 현장 출동 경찰의 판단 지원을 강화하고 공공이송체계를 도입한다.
현장 대응인력에 대한 면책과 전문요원의 현장 출동을 통한 행정입원 연계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언론·미디어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AI를 활용한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자살다빈도 장소 관리도 확대한다.
자살수단 관리를 위해 전문가와 생산·판매자, 유족, 언론 등이 참여하는 전문협의체도 운영한다.
◆ AI·데이터로 자살 위험 선제 발굴…시군구까지 정보 활용 확대
자살 위험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해야 지원받을 수 있는 기존 신청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위기징후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정신의료기관과 자살예방센터 간 의뢰를 확대하고 분야별 연계기관을 늘리는 한편, 서비스 연계에 동의하지 않은 대상자에 대한 관리방안도 마련한다.
환자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이 자살예방센터에 사례관리를 의뢰할 경우 수가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법률 개정을 통해 정신의료기관에 직권의뢰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위기가구 통합발굴플랫폼 등을 활용해 자살 위험요인을 조기에 파악하는 체계도 구축한다.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수집된 정보의 질을 높이고, 지자체의 데이터 활용을 적극 지원한다.
자살동기 분류체계는 기존 7개 사유에서 대분류 4개, 중분류 9개, 소분류 27개로 세분화할 예정이다.
사회보장정보 등 관련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데이터셋을 구축한다.
특히 자살이 급증한 지역에 사후 대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활용해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현재 중앙부처 중심으로 운영하는 자살동향시스템의 접근 권한도 시군구까지 확대해 지역별 자살예방정책에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10일 서울 마포대교에 '한번만 더 동상'이 놓여 있다. 2026.9.10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채무·빈곤·고립 등 자살 위험의 구조적 원인 해소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돌봄 부담 등 자살 위험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채무 분야에서는 대부업권 보유 채권 등 장기채무조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과잉추심 방지, 불법사금융·금융사기 예방, 금융취약계층 지원을 추진한다.
빈곤으로 인한 위기를 줄이기 위해 2027년 기준 중위소득을 6.7% 인상하고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긴급생계비 지원 등 저소득층 생활보장을 강화한다.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생애주기별 지원도 확대한다.
고립·은둔 청년에게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중장년층에는 관계 개선과 건강관리를 지원한다.
노년층에는 노인일자리를 확대하고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연계한다. 1인 가구와 한부모·다문화가구 등 가구 유형별 고립예방도 추진한다.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인·장애인·취약지역 돌봄을 확대하고 가족휴가와 주야간 보호 등 돌봄 제공자의 소진 예방을 지원한다.
돌봄휴직·휴가 확대를 검토하고 요양병원 간병비 본인부담도 경감할 계획이다.
◆ 청소년·범죄피해자·특수직군 맞춤 지원…유족보호관 도입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자살예방정책도 추진한다.
청소년, 범죄피해자, 특수직군 등 대상별 주관부처를 지정하고 성과지표를 수립해 매년 달성 여부를 평가·보고한다.
청소년에 대해서는 자살예방교육과 사회정서교육, 교원 교육을 내실화하고 진로·학업 스트레스 완화와 공동체 관계 개선을 지원한다.
학교 내 위클래스 등 마음건강 지원 기반을 확충하고 '학생 마음건강 지원법' 제정을 추진한다.
AI 과의존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고 SNS·디지털 과의존 예방과 치유도 지원한다.
범죄피해자에 대해서는 수사단계별 자살 위험을 확인하고, 자녀 살해 후 자살을 '동반자살'이 아닌 '아동살해'로 규정하기 위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추진한다.
범죄트라우마지원센터인 스마일센터와 유가족 자조모임도 지속 운영한다.
경찰·해경·소방·군인 등 특수직군에는 직무 특성에 맞는 예방·진단·치료·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병역판정검사에서 확인된 자살 고위험군을 자살예방센터에 연계해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고, 감정노동자와 재난피해자에 대한 보호 및 회복 지원도 강화한다.
자살유족을 위한 원스톱 지원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유족이 참여하는 정책자문단을 운영한다.
특히 사건 발생 직후 개입해 원인 규명과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는 '유족보호관'을 도입한다.
◆ 지자체 자살률·정책 평가결과 공개…우수 지자체 포상금 신설
자살예방정책의 현장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민간 협력도 강화한다.
각 부처와 광역지자체가 자살예방 이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법에 따라 실적을 평가해 필요한 개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부처별 주관부처 지정과 성과 보고를 추진하고 지자체의 자살예방 시행계획 평가결과와 자살률 등을 공개한다.
우수 지자체에 대한 포상금을 신설하고 평가결과를 재정지원과 연계해 자살예방정책 추진을 유도한다.
지자체 합동평가에는 자살예방 상담 실적과 지역별 자살 현황 등 지역의 자살예방 노력과 성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세부지표를 추가한다.
지역안전지수에도 자살다빈도 장소의 사망자 감소 실적과 지자체 자살예방 사업액 등 지표를 신설한다.
지역사회보장평가에는 자살 관련 지표를 추가하고, 민간 참여형 자살예방사업과 민관 협력 캠페인도 지속 추진한다.
정부는 이 같은 과제를 통해 자살 위기자의 조기 발굴부터 긴급대응, 치료·회복, 사회적 위험요인 해소까지 이어지는 자살예방체계를 구축하고, 부처와 지자체의 이행실적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