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유연근무, 임신·육아 근로자 지원, 휴가제도 등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운영 중인 203개 기업을 선정하고 '제1회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사례집으로 소개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은 저출생 극복과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기업의 의지와 그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6개 기업을 탐방 취재하고 일과 가정의 균형은 물론, 지속가능한 조직문화를 위한 이들의 꿈과 비전을 들어 보았다.
'2023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 고용 평등 및 일·가정 양립을 위해 바라는 정책 1+2순위 응답으로는 "남성과 여성의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이 34.4%로 가장 높았다.
☞ 2023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 바로 가기 다음으로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27.8%, "시차 출퇴근, 재택, 시간제 근무 등 유연근로제 확산"이 27.2%, "남녀 고용차별 개선 및 직장 내 성희롱 예방" 25.8%,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 지원 및 점검" 24.4%, "사회 인식 및 기업 문화 개선 캠페인" 22.2% 순이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 일·가정 양립이 정착되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다.
주식회사 토마스(thomas.kr)는 산업용 네트워크 통신 및 FA 자동화 분야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 기업으로, 기술 지원과 컨설팅, 시스템 설계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2025년 4월 말 기준으로 임직원은 약 18명 규모이며, 남녀 비율은 약 6:4 정도, 연령대는 30대부터 50대까지 분포되어 있다.
토마스의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사례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시차 출퇴근제 전 직원 활용, 매주 수요일 정시 퇴근, 출산 후 육아휴직 직장 복직률 100%로 육아 경력 단절 없음 등이 있다.
출입문을 열고 마주한 사무실의 풍경이 도서관과 캠핑장을 절반쯤 섞어놓은 것 같았다.
경기 안양시에 소재한 사무실 문을 열자 '이곳이 내가 알고 있었던 사무실이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야외 캠핑장에 작은 도서관을 조성한 듯 낯설고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실내이지만 묘하게 개방감이 느껴지고 자유로워 보였다.
캠핑장에서 볼 수 있는 간이테이블에 의자가 있고, 책장이 있고, 골프 연습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있다.
더구나 사내 키즈룸이 있었다.
통유리창으로 비치는 내부엔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고, 그 옆에 여성이 앉아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다.
오늘 사정이 생겨서 아이가 집에 있게 되었단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출근한 직원이 아이를 보면서 일하고 있다.
이런 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성호준 대표, 임현아 차장이 필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성호준 대표와 임현아 차장은 토마스 임직원을 대표하여 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고용노동부가 선정한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축하 인사를 건네자, 성호준 대표가 "10년에 걸쳐서 진행했던 일이 지금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깨가 무거워진 만큼 충실해야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토마스가 시행 중인 일·생활 균형 정책을 알아봤다.
사내 키즈룸이 있어서 자녀와 함께 출근한 직원이 자녀를 돌보면서 일하고 있다.
◆ 전 직원 대상 시차 출퇴근제 적용
토마스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차 출퇴근제를 적용하고 있다.
시차 출퇴근제는 1일의 소정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모든 직원이 일률적으로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고수하지 않는다.
직원 각자 정한 대로 일찍 출근하면 일찍 퇴근하고, 늦게 출근하면 늦게 퇴근한다.
시차 출퇴근제를 임신이나 출산한 직원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직원에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육아기에 있는 직원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모든 직원의 삶의 균형을 고려한 전사적인 정책이다.
직원의 생애 주기와 무관하게 적용, 모두를 위한 워라밸을 추진하고 있다.
반반차 제도도 있다.
반차가 4시간 휴가라면 반반차는 2시간 휴가인 셈이다.
직원은 매일 정시 퇴근하고 있다.
그래서 야근이 없다.
하지만 직원 본인이 필요하면 야근할 수도 있다.
직원 기념일에는 2시간 앞서 조기 퇴근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관리자 결제를 득하고 실행하는 게 아니라 직원이 공지하면 끝난다.
직원이 근무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스낵바를 운영하고 있다.
◆ 매주 수요일 정시 퇴근
매주 수요일은 '패밀리데이'로 정시 퇴근을 장려하고 있으며, 가정의 달에 선물을 지급하고, 아이가 있는 직원은 사내 키즈룸을 활용하거나, 필요시 가족 돌봄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 출산 후 육아휴직 직장 복직률 100%
토마스에선 육아휴직 후 전원 복직으로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없다.
또한 복직한 직원에게 근로 시간 단축을 허용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육아휴직과 근로 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 공백을 어떻게 메꾸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것 때문에 육아휴직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도 많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전 휴직할 직원을 포함한 팀원들이 모여서 휴직으로 인한 공백기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할지를 협의한다.
대부분 새로이 직원을 충원하지 않고 나머지 팀원들이 업무를 분담하는 식으로 결정이 난다.
휴직하기 전 충분한 인수인계 기간을 보장하고, 업무 매뉴얼을 바탕으로 팀 내에서 업무를 분담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사내 오락 시설(닌텐도, 탁구대, pc방 등)이 있어서 직원들이 탁구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업무 복귀자에게는 준비 기간을 운영하고, 근로 시간 단축 등의 옵션을 지원한다.
토마스는 구성원 간 '서로 돕는 문화'가 조직에 잘 정착되어 있어서, 공백이 생겨도 이를 일시적 협업으로 인식한다.
업무 자체가 일정 기간 증가할 수 있어도 나중에 나도 그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운영하기 위해선 먼저 사내 직원들 간에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업무 공백이 발생할 경우 팀원들이 여러 번의 협의를 통해서 업무를 개선하는 등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간다.
이 과정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다.
직원이 개별적으로 근로 시간 단축을 정한다.
하루 1, 2시간가량이다.
임현아 차장은 지금 10년째, 이 제도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밖에 토마스가 시행하는 제도로 어떤 게 있을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업 문화나 기업 분위기, 근무 환경 등에도 분명 일과 생활의 균형이 녹아 들어가 있을 것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서 임직원에게 제공된 선물.(출처=주식회사 토마스)
◆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
토마스의 가장 큰 강점은 '직원 간의 깊은 신뢰와 따뜻한 동료애, 그리고 회사와 직원 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건강한 조직문화'에 있다.
이를 성호준 대표는 한 단어로 '동료애'라고 표현했다.
팀원들이 친밀감이 높아서 이슈가 생겨도 재빨리 해결하고 있다.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업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인데 그게 없다고 보면 된다.
또한 직원이 연차나 반차, 반반차를 사용해도 팀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가족 초청 행사를 통해 가족과 자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출처=주식회사 토마스)
◆ 가족 친화 기업
회사 내부에 오락 시설(닌텐도, 탁구대, pc방 등)과 여성 휴게실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또한 회사에서 직원의 골프 교습 및 첫 라운딩을 지원한다.
토익 점수별로 특별수당 지급, 도서 구매 지원, 스낵바 운영, 법인 콘도 운영을 통한 가족 여행 장려 등의 제도가 있다.
5년 단위 장기근속 포상 및 안식휴가 제공으로 근무 중 재충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토마스는 직원이 육아든, 공부든, 부모님을 돌보든 각자의 인생이 존중받는 분위기가 있다.
위와 같이 토마스는 직원이 경력 단절 없이 일할 수 있고,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고, 직원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혀 있다.
주식회사 토마스는 가족친화인증서,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선정서를 받았다.
Q. 토마스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가장 잘하고 있는 것 하나를 꼽으라면 무엇인가요?
A. '신뢰 기반의 유연근무제도'입니다. 관리자가 직원의 출퇴근 시간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습니다. 각자 주어진 일을 완수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업무 성과를 내고, 업무의 공백을 채워줄 협업 중심의 문화가 자리 잡혀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들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느끼고 일할 수 있어서 직원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Q. 일·생활균형 누리집(worklife.kr)에서 살펴보니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의 요건으로 유연근무, 근로 시간 단축제도, 임신·출산 육아기 지원, 아빠 육아 지원 등을 꼽고 있더군요. 토마스에선 4가지 요건을 전부 충족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다면 4가지 요건 외에도 일·생활 균형을 위해서 필요한 게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토마스는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시차 출퇴근제로 직원이 자유롭게 조정하고 있습니다. 근로 시간 단축제도는 육아휴직 복귀자가 100% 활용하고 있습니다. 직원의 임신·출산 육아기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아빠 육아도 지원하고 있어요.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법정기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토마스는 장기 재충전 안식휴가를 5년 단위로 제공하고 있으며, 매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9가지 핵심 요소를 주기적으로 진단하고 결과를 공유하여 피드백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가족 초청 행사 등을 열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정서적 안정과 소속감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현아 차장(좌), 성호준 대표(우)와의 인터뷰 시간은 사무실 분위기만큼 유쾌하고 즐거웠다.
회사를 설립하면서 바로 일·생활 균형 제도를 시작한 게 아니라면 제도 시행 전과 후 매출 등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직원 개개인은 환영할 만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선 근로 시간 단축, 육아휴직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일·생활 균형을 바라보는 임직원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
토마스는 일·생활 균형을 제도화하면서 오히려 생산성과 효율성이 더 높아졌다.
임직원은 경험을 통해 근무시간이 짧더라도 집중력 있고 창의적인 업무가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생산성과 효율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임직원 모두가 이를 공감하게 되었다.
토마스가 영업 수주 및 매출 실적의 성장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직원들이 각자 시차 출퇴근제, 근로 시간 단축 등 유연근무제를 자유롭게 조정하고 있다.
최근 젊은 세대는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이 비전이나 연봉보다 개인의 생활에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직원들이 회사에 바라는 점도 다양해졌다.
토마스에선 직원들의 바람을 충족해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개인의 가치관과 목표를 존중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원에 대한 평가 자체를 없애고 독서 발표 등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교육비 지원, 도서 구매, 교육비 지급으로 자기 계발을 독려하고 있다.
사내 동호회와 여가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제안 TF팀을 통한 피드백 루프를 빠르게 운영한다.
일과 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후 정부에서 받는 혜택을 알아봤다.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대외적으로는 공공기관 입찰 시 가산점, 인증마크 활용, 홍보 지원 등의 혜택 및 홍보 효과가 있었다.
대내적으로는 직원들의 자부심과 신뢰가 높아졌고, 신규 입사자 유치나 인재 채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우리 회사가 정부로부터 인정받았다. 즉 대한민국이 인정했다'라는 점이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Q. 정부에서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둘 만큼 우리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국가, 기업, 개인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그밖에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먼저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기업이 직원의 삶의 질을 향상해 주고, 고용 안정성을 제공한다면 출산의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겠지요. (성호준 대표) 저도 자녀가 넷이니 다자녀 가구입니다. 다자녀 가구에 다자녀 스티커 등을 지급해서 차량 등에 부착하고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장애인이나 임산부에게 주는 혜택을 다자녀 가구에도 제공한다면 좋겠습니다.
주식회사 토마스 사무실 벽면에 걸린 '직원이 행복한 일터'라는 글이 눈에 띈다.
토마스 사무실 벽면에 내걸린 '직원이 행복한 일터'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었다.
토마스를 탐방하면서 내린 결론이 '직원이 행복한 일터'라는 슬로건에 있는 것 같았다.
토마스는 직원이 행복한 일터가 되기 위해 직원 간에 신뢰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기업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그러면서 일·생활 균형을 이루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하니 직원들에게 자연스레 녹아든 것이다.
앞으로 일·생활 균형 제도를 도입하려는 기업에서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을 적극 지원하는 우수기업을 선정,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산업현장에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고용노동부가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근무 혁신 우수기업(2019~2023년)을 선정했다.
2024년부터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및 경제단체가 합동으로 대기업까지 포함해서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을 선정하는 것으로 확대·개편했다.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선정을 위해 유연근무 활용, 근로 시간 단축, 휴가 사용, 일·육아 병행, 기타 일하는 방식·문화 등을 평가하여 실적이 탁월한 기업을 선정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