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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권 개념 없는 한국은 우리에겐 천국”

[르포] 연예인 초상권 침해 심각하다는 명동거리 나가보니

2011.04.18 정책기자 강윤지

[서울] 지난 3월 25일 서울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열린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방안 토론회’.

이 자리에 참석한 류시관 알스컴퍼니 대표가 마이크를 넘겨받기 무섭게 ‘초상권 보호’ 요청으로 말문을 열었다. 

“서울 명동에 나가면 배우들의 사진이 버젓이 팔리고 있습니다. 초상권을 방치하게 되면 거대한 부가가치 시장이 무너지고 맙니다. 정부가 문화예술인들의 부가사업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초상권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 주셨으면 합니다.”

초상권은 자기의 초상이 무단으로 촬영되거나 그 사진 등이 사용되지 않도록 할 권리로 다른 사람의 초상을 본인의 동의 없이, 특히 영리상의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초상권 또는 프라이버시권의 침해가 된다.

초상권은 이처럼 엄연한 법적 권리이지만 아직 초상권에 대해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고, 초상권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류 대표의 말처럼 연예인의 경우 일반인과 달리 초상권이 곧 재산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본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연예인들의 얼굴이 들어간 제품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연예인들의 얼굴이 들어간 제품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최근 한류 붐을 타고 해외에서 무단으로 도용당하는 우리나라 스타들의 초상권 문제가 국내 누리꾼들의 입방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정작 서울의 한복판인 명동에서조차 연예인들의 초상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명동거리에선 발에 치이는 게 연예인 상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서울 명동거리에 직접 나가봤다. 명동은 한류 붐을 타고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 중 하나로 급부상한 곳인 만큼 이곳에선 한국어 만큼이나 일본어와 중국어를 친숙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들 관광객들이 유명 배우가 운영하는 카페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화장품 가게의 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런 곳이니 만큼 한국 연예인들의 사진, 브로마이드 등 각종 제품들 역시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좋아하는 배우의 사진이 들어간 제품을 고르고 있던 일본인 스즈키 아야코 씨는 “한국 명동에 오면 ‘굿즈’를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굿즈’는 상품, 또는 제품을 가르키는 일본어로 일본인 관광객들 사이에선 연예인과 관련된 상품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아야코 씨는 “좋아하는 배우가 광고하고 있는 화장품 가게에 들렀다”며 “일본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하고 종류도 많아 많이 사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명동에서는 연예인들의 사진이 들어간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명동에서는 연예인들의 사진이 들어간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일본인 관광객 후쿠하라 치요 씨는 “여행의 목적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체험해보는 것이었다. 드라마와 관련된 상품을 잔뜩 샀다”며 자신이 구입한 브로마이드와 DVD를 한가득 보여주었다. 그가 구매한 DVD는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불법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초상권 개념 없는 한국 우리에겐 매력적”

치요 씨는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할 가격에 살 수 있었다”며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치요 씨는 또 “일본에서는 길에서 연예인을 만나더라도 사진을 찍을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솔직히 한국에는 아직 초상권의 개념이 없는 것 같은데, 이는 (나 같은) 타국의 팬의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연예인들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제품을 사기 위해 일부러 명동을 찾았다는 대만인 지아오 타오 씨는 “명동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대만 사람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라며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좋아하는 배우가 광고하는 한국 화장품 매장이 많아 이곳을 찾게 된다”고 전했다.

타오 씨는 이어 “대만에서도 이런 불법 제품이 성행하지만 같은 불법 제품이라도 한국에서 사온 것이 더 특별해 보인다.”면서 “가격도 싸고 품질이 더 좋으니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날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명동 거리. 연예인들의 초상권이 가장 크게 침해당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날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명동 거리. 연예인들의 초상권이 가장 크게 침해당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불법인 줄 알지만 양심의 가책 못 느껴”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연예인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곳을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초상권에 관련된 불법 제품들의 인기는 높은 편이었다. 불법 제품들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길거리에서 한류 스타들이 출연한 불법 DVD를 판매하던 이재우 씨(가명)는 “돈 벌려면 무슨 짓을 못하겠냐”며 “불법인 것은 아는데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주전부리를 파는 것보다 이게 훨씬 돈이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어차피 한국 사람들은 이런 제품을 잘 사지 않는다”면서 “돈 쓰러 온 외국인들에게 파는 것이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초상권이고 뭐고 단속이 뜨지 않으면 솔직히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이것도 혹시나 걸릴까 계속 자리를 옮겨가며 판매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한류 가수들의 오피셜 굿즈. 이러한 굿즈가 불러일으키는 수익이 어마어마하다.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한류 가수들의 오피셜 굿즈. 이러한 굿즈가 불러일으키는 수익이 어마어마하다.(공식 홈페이지 참조)
 
연예인 관련 제품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모두 초상권에 무관심한 것만은 아니었다. 유명 한류가수의 팬클럽에 가입했다는 김미정 씨는 “만약 연예인들의 초상권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 경우 당연히 권리 권자인 해당 연예인에게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고 초상권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초상권에 관련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만약 사용하고자 하는 사진이나 내용이 드라마나 영화 관련 컨텐츠와도 관계 있다면 해당 권리권자인 방송사, 또는 영화사, 투자 배급사에게 허락을 받고 비용을 지급해야한다”면서 “개념이 있는 팬이라면 좋아하는 연예인을 위해 정품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막대한 부가가치 시장 우리 손으로 무너뜨려서야

또 다른 한류가수의 팬인 박수연 씨(가명)는 “정품이 아닌 것은 구매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하며 “오빠(한류가수)들에게 도움이 된다면야 열 개, 스무개라도 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불법 제품을 신고하는 것이 팬들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박 씨는 특히 “초상권에 관련된 것에 있어서 누구보다도 한국 팬들이 예민하다”며 “민간에 뿐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해당 연예인들의 권리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가보니 연예인들의 초상권 침해 사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판매하는 상인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연예인들의 사진이 들어간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고, 주요 구매대상인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러한 제품을 사기 위해 일부러 한국을 방문할 정도로 구매욕이 높았다.

관광객 1천 만 시대를 앞둔 지금,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상당수가 한류붐을 타고 들어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거대한 부가가치 시장이 지닌 잠재력 또한 묵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연예인들의 초상권으로 얻을 수 있는 막대한 부가가치 시장을 결국 우리 손으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초상권 보호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보호 노력이 절실한 이유이다.

정책기자 강윤지(대학생) hi_ang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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