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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열차에서 ‘쌀밥’을 논하다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전북 김제 ‘지평선의 쌀과 함께한 삶’ 탐방기

2017.06.13 정책기자 이혁진

“우리가 먹는 쌀에는 슬픈 과거와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특히 쌀밥에는 우리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배어있습니다.” 

지난 10일 김제 벽골제에서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가 쌀에 얽힌 역사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 교수는 “우리 쌀을 정확히 이해하고 먹는다면 삶에 보다 여유와 혜안을 가질 것”이라 강조했다. 

인문열차 탐방객들이 김제 벽골제를 구경하고 있다
인문열차 탐방객들이 김제 벽골제를 구경하고 있다.

 

벽골제 수문의 하나인
벽골제 수문의 하나인 ‘장생거’.


주 교수 일행과 함께 하고 있는 시간은 문체부 국립중앙도서관이 주최하는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탐방 프로그램으로 이날 주제는 ‘지평선의 쌀과 함께한 삶’이다. 여기서 지평선은 김제의 너른 황금들녘을 일컫는다.
 

◇ 김제 벽골제는 김제평야를 낳게한 젖줄

사적 제111호 김제 벽골제는 김제의 농경문화를 상징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고대 저수지다. 백제 11대 비류왕 27년(330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벽골제는 1925년 동진농지개량조합이 제방을 관개용 수로로 개조하면서 그 원형이 크게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벽골제 방죽 토목공사는 정밀하고 방대한 것으로 미루어 당시 토목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으며 오늘날 김제의 너른 평야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벽골제는 그 규모에 걸맞는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이 있어 제방의 역사를 한눈에 알수 있고 곡창지대 김제만경평야의 전통 농경사회와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내부 전시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내부 전시.

 

벽골제 인근에 있는 조정래아리랑문학관
벽골제 인근에 있는 조정래 아리랑 문학관.


이번에 탐방한 김제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 ‘아리랑’에 나오는 배경이다. 작가는 김제를 배경으로 수탈당한 땅과 뿌리채 뽑힌 민초들의 고난과 투쟁을 그렸다. 
 

김제 내촌·외리마을은 ‘아리랑’의 발원지다. ‘아리랑 문학마을’에는 만주 등지의 이민자 가옥, 주재소, 면사무소, 정미소 등 근대수탈기관과 하얼빈 역사 등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조정래 아리랑 문학관’은 조정래 소설가의 ‘아리랑’ 집필과정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작가가 아리랑 집필을 완료하며 ‘글감옥에서 가출옥‘이라 비유한 대목은 작가정신을 대변하고 있다.  

이어지는 주영하 교수의 쌀밥이야기. 일본에 강제 합병되면서 우리나라 벼도 침략을 받는다. 1912년부터 일본 쌀품종이 우리나라에 보급되면서 빠른 속도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1920년에는 일본 벼가 전체 53%를 차지하고 1935년에는 82%에 이른다. 

해방 이후 정부는 보다 많은 쌀 수확량을 확보하기 위해 1965년부터 1971년 까지 통일벼를 개발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를 보완하고 벼 위주 농업정책, 수로정비, 기계화가 병행하면서 1980년대 초반 쌀 수확은 드디어 자급자족 시대를 맞는다.  

아리랑문학마을에 재현한 하얼빈 역사, 안중근의사의 저격 장면이 보인다
아리랑 문학마을에 재현한 하얼빈 역사. 안중근 의사의 저격 장면이 보인다.

  

죽산면에 있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농장 사무소
죽산면에 있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농장 사무소.

   

지평선쌀, 지평선은 김제평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평선쌀. 지평선은 김제평야의 또 다른 이름이다.

 

◇ 우리의 쌀밥 사랑은 상추쌈밥, 비빔밥, 회덮밥으로 발전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주식은 역시 쌀밥, 특히 백미 선호는 유별나다. 최근 건강을 이유로 현미 등 거친 음식이 주목받고 있지만 백미는 한때 정미소에서 제삿밥을 짓기 위해 몰래 빼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주 교수의 쌀밥 이야기는 ‘상추쌈밥’으로 이어진다. 천금채(千金菜)라 불리는 상추에다 밥과 여러 반찬을 싸서 먹는 관습은 고려때로 올라가지만 이러한 ‘쌈’은 한국식사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상추쌈밥은 한류 음식을 대표하는 비빔밥으로 급기야 김밥, 회덮밥으로 발전했다는 분석이다. 비빔밥의 육회처럼 생선회를 올려먹는 회덮밥은 본래 일본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탐방객들은 이동해 만경대교 ‘새창이다리’ 위에 섰다. 단기 4266년 7월이 준공일로 적혀있는 걸로 미루어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이 극에 달하던 1933년이다. 만경·김제평야에서 거둬들인 쌀 전량이 한국 최초의 콘크리트 다리라는 이 교량을 건너 일본으로 실려갔다. 그야말로 일제수탈의 상징이다. 그 옆에는 현재 군산을 잇는 ‘새만경대교’가 있다.

이어 일행들은 진봉면 망해사 전망대에 올랐다. 왼쪽 새만금을 배경으로 휘어도는 만경강과 그 반대쪽 만경·김제평야 지평선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일제 수탈과 탈취를 상징하는
일제 수탈과 탈취를 상징하는 ‘새창이다리’.

  

망해사 전망대에 바라보이는
망해사 전망대에 바라보이는 ‘지평선’.


조정래 작가가 김제를 소설 아리랑의 배경으로 삼은 것은 어찌보면 수탈해간 쌀보다 식민지시대 민족수난과 투쟁을 더 직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주 교수는 쌀밥이 경의의 대상이라 말했다. 쌀 한 톨에는 슬픈 수탈의 역사와 식민지 시대 이주민들이 떠돌면서도 볍씨만은 고히 간직한 사연이 숨어있다며 쌀밥 예찬론을 마무리했다.  

탐방 당일 오전까지 비를 뿌리다가 정오 쯤 구름이 조금 낄뿐 날씨는 맑아졌다. 최근 가뭄을 감안해 비가 더 내려 해갈을 바랐지만 기우였다. 김제는 너른 평야에 농업용수로가 거미줄처럼 뻗어있어 가뭄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부분 모내기를 마친 상태, 올해 풍년을 기약해도 좋을 만큼 들녘은 멀리 보였다.  

◇ 인문열차 프로그램이 인기 있는 비결?

이처럼 국립중앙도서관은 ‘쉬운 인문학’을 보급하기 위해 ‘인문열차, 삶을 달리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연과 탐방을 연계하고 있다.  

특히 탐방은 인문학 저서의 배경과 선현들의 발자취를 인문학자들과 함께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해 인문학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회 탐방객을 모집할 때마다 몇 분만에 마감될 정도로 탐방객들의 인기가 높은데 이 프로그램은 인문학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돕고 궁극적으로 ‘독서문화’를 진흥하기 위한 것으로 연간 8회 진행하고 있다.

이번 탐방은 소설 ‘아리랑’의 감동을 되살리기에 충분했다. 서재에 있는 아리랑을 꺼내 다시 손에 쥐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김제시는 올해 김제지평선축제(9월 20일~24일)를 벽골제 일원에서 펼친다. 벽골은 김제의 옛 이름이다. 지평선축제는 대한민국 최초 5년연속 대표축제로 문체부가 지정해 국내외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혁진 rhjeen0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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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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