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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고향 남원서 금오신화를 만나다~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남원 현장 취재기 ①

2018.04.18 정책기자 박솔이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책 밖의 인문학을 실천하고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코레일과 함께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거나 선현들의 자취가 깃들어 있는 현장을 인문학자와 함께 찾아가는 프로그램인데요.  

지난 4월 14일. 흔히 블랙데이라 불리기도 하는 그날은 때마침 음산하게 봄비가 내렸습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남원의 역사와 문화 탐방에 나섰습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정병설 교수 및 70여 명의 답사자와 함께 전북 남원으로 향하는 인문열차에 탑승했습니다. 

인문열차를 타고 남원역에 도착했다.
흐린 날씨 속에 인문열차를 타고 남원역에 도착했다.
 

평소 남원 하면 그네를 타는 춘향이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으슬으슬한 날씨 때문에 남원은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정병설 교수를 따라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남원의 슬픈 역사와 문화의 일부를 알게 되니 오히려 날씨가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방문한 곳은 만복사지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집 ‘금오신화’의 ‘만복사저포기’는 고려 말, 조선 초의 만복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만복사지는 고려 문종(1046-1083) 때 처음 세워진 만복사의 터로 정유재란(1597) 때 불타 없어졌다.
만복사지는 고려 문종(1046-1083) 때 처음 세워진 만복사의 터로 정유재란(1597) 때 불타 소실됐다.
 

만복사에서 외로이 살고 있던 총각 양생은 부처와 저포(윷)놀이를 해 이깁니다. 양생은 내기에서 이겼으니 소원으로 여인을 달라고 빌고, 그 소원이 이뤄져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내 여인은 사라지는데요.

나중에 그 여인은 왜적에 의해 살해된 귀족의 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후 양생은 다시 결혼하지 않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는데요. 안개 낀 흐릿한 날씨, 잠시 양생의 심정이 되어봅니다. 

만복사지 옆에 금오신화 벽화가 있다.
‘금오신화’의 ‘만복사저포기’는 만복사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 내용을 보면 당시에는 왜적의 침략이 잦았고 또 왜적에 의해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음을 알게 됩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어 흙과 풀이 젖은 만복사 터를 보고 있노라니 전쟁의 허망함 또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복사지에 남아있는 오층석탑, 석불입상, 석등대석, 당간지주 등이 화려한 고려시대 만복사의 옛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사진은 석인상.
만복사지에 남아있는 오층석탑, 석불입상, 석등대석, 당간지주 등이 화려한 고려시대 만복사의 옛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사진 속 석상은 석인상이다. 


만복사저포기의 배경이 된 여말선초 시대, 그중에서도 특히 남원은 왜적으로부터의 피해가 컸다고 합니다. 왜적으로부터의 잦은 피해를 잠재운 사람이 바로 태조 이성계라고 합니다.

고려 말 최영, 최무선 등의 활약으로 패한 왜적 세력들은 경상도와 전라도에 남아 기회를 엿보다 남원 지역을 공격했는데 이를 황산에서 이성계가 막은 것입니다. 이 전투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황산대첩입니다. ‘용비어천가’에도 이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는군요. 

황산대첩비를 바라보며 문학 속 역사를 설명하는 정별설 교수
황산대첩비지를 바라보며 답사자들에게 문학 속 역사를 설명하는 서울대 정병설 교수.

남원 황산대첩비지에 오자 비가 더 거세게 내렸습니다. 진짜 황산대첩비는 1577년(선조10)에 세워졌지만 아쉽게도 1944년 일본이 파괴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승리의 역사가 당시 조선의 통치를 어렵게 한다는 판단이었겠죠. 황산대첩비의 모든 글자를 깨버렸기 때문에 읽을 수는 없지만 다행히 탁본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황산대첩비지에는 원래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제작한 황산대첩비가 있다.
황산대첩비지에는 파손된 원래의 크기보다 조금 더 크게 제작한 황산대첩비가 있다.
 

남원 역사에 있어 가장 마음 아픈 사건은 정유재란 때의 남원성 함락이라고 합니다. 왜적에 의해 군사는 물론 남원 민중들도 몰살을 당해 남원 도시 전체가 무덤과 마찬가지였다는데요. 

지리산과 천왕봉을 마주하여 멋진 경관을 뽐내는 실상사
안개 속 지리산과 마주하며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는 실상사.

정유재란의 역사를 느끼기 위해 실상사를 찾았습니다. 지리산 천왕봉을 마주하고 있는 이 절은 통일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유재란(1597) 때 모두 불탔다는데요. 

정유재란의 아픔을 다룬 소설은 조위한의 ‘최척전’입니다. 소설 속에서는 정유재란에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최척과 최척 가족의 만남, 이별, 재회가 계속된다고 합니다.

남원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공간을 다루고 있다니 대서사시 분위기가 날 것 같습니다. 작가 조위한은 ‘최척전’을 쓰기 위해 직접 남원 주포에 살았다는군요. 

석인사에는 보물 제41호 철조여래좌상이 있다. 통일신라 시대의 유물이다.
실상사에는 보물 제41호 철조여래좌상이 있다. 하단에 좌상을 조금 더 높이 올려 두었을 단상이 있었을 것이나 일제시대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한다.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실상사는 국보가 1점, 보물이 11점이나 있어 우리나라의 보물창고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천 년의 향기도 느낄 수 있는데요. 정유재란과 일제시대 등 우리 민족의 역사의 아픔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가까이서 지리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잠시나마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느덧 강하게 내리던 비는 광한루로 이동하자 보슬비가 되었습니다. 광한루와 오작교를 거닐 때는 비가 완전히 멈췄는데요. 방문객들은 우산을 접고 광한루에서 사랑의 기운을 만끽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여행은 날씨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인가도 중요하죠? 저는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기자와 함께라서 더욱 좋았는데요. 김윤경 기자는 남원의 사랑 이야기에 푹 빠진 듯했습니다. 김윤경 기자가 전하는 사랑 이야기, 곧 이어집니다. 기대해 보시죠. 

    


박솔이
정책기자단|박솔이project_pop@naver.com
대한민국 정책기자단입니다. 함께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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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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