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3월 입대한, 23살 사회복무요원입니다. 지난 27일, 여느 때처럼 근무를 서는 사이 단톡방이 난리가 났습니다. 친구들 너댓 명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순식간에 무려 300개가 넘는 메시지가 쌓였습니다. “카톡~카톡~” 소리가 정말 그칠 줄을 모르더군요. ‘또 쓸데없는 잡담들이나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에 카톡을 열어보는 순간, 저는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군 복무기간이 단축된다니!
이날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의 내용이엇습니다. 장군 수를 감축하고,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는 한편, 병사 휴대전화 사용, 사역 민간업체 위탁 등 병사 복지와 관련된 내용도 포한돼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와 같은 현역들에게 가장 반가웠던 소식은 바로 군 복무 단축이었습니다.
육군은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로, 해군은 23개월에서 20개월로 단축됩니다. 공군과 해병대의 경우, 각각 24개월, 21개월에서 22개월과 18개월로 줄어듭니다. 보충역인 사회복무요원과 산업기능요원은 각각 24개월, 26개월에서 21개월, 23개월로 줄어듭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공군은 2개월, 그 외 군대는 3개월씩 단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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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및 해병대 복무 단축표(출처=병무청) |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알렸던 단톡방은 저와 함께 근무 중인 사회복무요원들의 대화방인데요. 뉴스에서 군 복무 단축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이들은 저마다 단축일을 계산해보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믿지 못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더라고요. 복무단축 공약 때문에 대통령에 투표했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단톡방은 육군훈련소에서 4주간 동고동락을 하며 전우애를 굳게 다졌던 훈련소 동기들의 대화방입니다. 이 방에선 제가 가장 먼저 동기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단톡방은 ‘폭발’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다들 소집해제일을 따져보며 부푼 희망에 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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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카톡방. 처음에는 다들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반응도 가지각색이었습니다. 복무 단축에 가장 열정적으로 반응했던 한 동기는 “복무기간에 생일을 한 번만 보내면 되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고, 또 다른 동기는 “대통령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진짜 실현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제 단톡방 중에는 육군과 해병대 친구들이 섞여있는 대화방도 있는데, 이 방에서도 군 복무 단축은 ‘핫이슈’였습니다. 휴가를 나온 한 현역병 친구는 “나는 고작 이틀밖에 줄지 않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48시간 동안 군복을 입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라며 좌중을 웃겼습니다.
육군훈련소에서 지뢰병이라는 주특기를 받아 전방에서 복무 중인 친구는 “지뢰 찾기를 22일씩이나 열외할 수 있다는 거냐. 군 복무 단축, 이거 실화냐”라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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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기간 단축으로 생일 이전에 소집해제를 맞게 된 한 사회복무요원 |
이날 카톡방은 하루종일 뜨거웠습니다. 전국의 모든 군 장병들의 염원 군 복무 단축, 이번엔 실화됩니다. 저도 복무기간이 38일이나 줄어듭니다. 한 달하고도 8일이 남는 기간인데요. 원래 소집해제일이 내후년 3월 14일이었는데, 한 달 가량이 줄어 2월에 제대할 수 있으니 엇학기(학기중 제대해 한 한기를 쉬는 것)도 피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방개혁 2.0, 두 손 들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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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무기간이 이틀밖에 줄지 않지만, 그래도 행복하다는 친구 |
그분이 말했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대학생입니다.
왠지 지금은 그 세상이 온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