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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의 역사를 훑다

대한민국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특별전 관람기

정책기자 이재형 2020.08.04

6.25전쟁(1950년 6월 25일~1953년 7월 27일)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끝났다. 아니 끝난 게 아니다. 지금까지 휴전 중이다. 전쟁이 끝난 후 상흔을 복구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였다.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한 것은 1950년 6월 14일이다. 아이러니하게 유네스코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쟁이 발발했다. 그리고 휴전 후 우리나라는 유네스코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유네스코(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는 영문 약자다. 공식 명칭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다. 1946년 11월 최초로 설립된 국제연합전문기구다. 2019년 기준 회원국은 193개국이며, 11개의 준회원국이 있다. 유네스코는 이름 그대로 교육, 과학, 문화의 보급 및 교류가 목적이다. 특히 인류가 보존 보호해야 할 문화, 자연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한다. 우리나라는 7월 7일 유네스코로부터 한탄강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특별전이 열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다.


올해가 우리나라가 유네스코에 가입한 지 7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는 특별전시가 외교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공동 주최로 7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가입 이래 70년 간 한국과 유네스코가 함께 해 온 동행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유네스코 가입이 지닌 역사적 의미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생각해보려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코로나19로 사전 예약자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코로나19로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나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태어난 전후 세대다. 내가 태어나기 10년 전에 우리나라가 유네스코에 가입했다.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우리나라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는데, 그 역사를 돌아보고 싶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았다. 관람은 코로나 방역 조치로 인해 시간당 100명(70명은 홈페이지 사전 예약, 30명은 현장 입장)까지 가능하다.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전시를 준비해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나는 사전 예약을 한 후 갔다.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기념 특별전은 총 2부로 구성됐다.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기념 특별전은 총 2부로 구성됐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기념 특별전은 크게 2부로 구성됐다. 1부 ‘가입과 재건활동에 나서다’에서는 정부 수립 이후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극적인 유네스코 가입 과정과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유네스코의 중추적인 교육 재건의 역할을 다루었다.

정부 수립 이후 우리나라는 국가 발전을 위해 외국 지식과 기술의 도입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했다. 하지만 1949년 일부 공산국가의 반대로 유엔 가입이 좌절됐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 진출을 위해 두드린 문은 바로 유네스코였다. 당시 유엔에 가입하지 못했던 우리나라는 별도의 가입 절차를 거쳐야 했으나, 여러 회원국 지지를 받아 55번째 유네스코 회원국이 되었다.

대한민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할 당시 가입신청 안건 상정 문서다. 이런 원본(직접) 자료는 70년 만에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할 당시의 가입 신청 안건 상정 문서다. 이런 원본(직접) 자료는 70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사무총장 귀하
대한민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의 회원국으로 가입을 신청하고자 합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대한민국이 유네스코에 가입할 당시 가입 신청 안건 상정 문서다. 유네스코(프랑스 파리 소재) 본부 아카이브 협조로 어렵게 전시하는 것이다.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 과정을 보여주는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 신청서’, ‘제10차 유엔경제사회이사회 결의문’, ‘제5차 유네스코 총회 한국 가입 승인 결의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런 원본(직접) 자료는 70년 만에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입할 당시 신청서와 가입안 표결 후 한국 대표로 참석했던 공진항 주불공사의 연설 내용을 보니 가슴 한켠이 뭉클하다. 공진항 공사는 ‘대한민국은 앞으로 유네스코의 숭고한 이념을 실현시켜 나감에 있어 모든 유네스코 회원국과 상호 협조하여 헌신할 것을 다짐하겠다’고 했다.

부모를 따라온 학생들이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부모를 따라온 학생들이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하지만 가입 11일 만에 6.25전쟁이 일어났다. 유네스코는 전쟁이 발발하자 가장 먼저 한국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국제기구 중 하나였다. 한국의 황폐화 된 교육 재건을 위한 유네스코의 원조는 우리나라가 전쟁의 상처를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

유네스코는 1951년 우리나라에 10만 달러를 지원했다. 우리는 그 돈으로 매년 교과서 3000만부를 발간할 수 있는 국정교과서 인쇄공장을 설립했다. 이는 전후 우리나라 교육 체제 구축의 기반이 되었다.

한국전쟁 후 폐허 속에서도 교육에 전념하는 오래된 흑백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있다.
한국전쟁 후 폐허 속에서도 교육에 전념하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있다.


전시관에는 초등학교 교실을 축소해서 만들어 놓았다. 교실 칠판에는 한국전쟁 후 폐허 속에서도 교육에 전념하는 오래된 흑백 다큐멘터리가 상영되고 있다. 나는 조그만 의자에 앉아 그 영상을 한참 동안 관람했다. 내가 태어날 무렵인데, 그 시절 힘들게 공부해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끈 세대가 60대다. 나 역시 그 세대다. 그 아련했던 빛바랜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2부 ‘평화의 방벽을 세우는 활동을 펼치다’에서는 교육, 과학, 문화 등 각 영역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유네스코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추진되었던 다양한 모습들을 다루었다.

매년 여름 전국을 걸어서 행진했던 조국순례대행진 깃발과 복장이다.
매년 여름 전국을 걸어서 행진했던 조국순례대행진 깃발과 복장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평생교육에서 세계시민교육에 이르기까지 평화 이념을 한국에 뿌리내리며, 유네스코 학생회 등 미래 세대인 청년 활동을 지원하였고, 세계 각국 청년들의 교류의 장을 마련한 모습 등을 전시하였다. 과학 분야에서는 국내 해양과학의 산파 역할을 하는 한편,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인권, 정보윤리 등 과학 기술을 윤리적으로 고찰하는 모습도 소개하였다.

특히 매년 여름 전국 방방곡곡을 도보로 행진하며 민족의 얼을 되새기는 ‘조국순례대행진(1974~1993)’은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나도 대학생 때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적이 있다. 한 달 동안 땅끝 해남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걸었다. 행진, 조국, 청년의 삼중주라 불렸던 국토대장정 사진과 옷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다.

1995년 국내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석굴암 불국사 등재 인증서
1995년 국내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석굴암·불국사 등재 인증서.


문화 분야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 간의 이해와 교류 뿐 아니라 문화 다양성 증진, 문화유산의 보호와 가치의 노력들을 전시하였다. 1995년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지금까지 한국의 유산 50건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와 같은 유네스코 문화 사업은 우리나라 문화 정책의 질적 발전과 국제교류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1995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석굴암과 불국사 등재 인증서가 전시 중이다.

유네스코 헌장이 주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강익중 작가의 작품 ‘우리, 꿈, 평화’가 전시장 입구 벽면에 전시되고 있다.
유네스코 헌장이 주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강익중 작가의 작품 ‘우리, 꿈, 평화’가 전시장 입구 벽면에 전시되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헌장이 주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강익중 작가의 작품 ‘우리, 꿈, 평화’가 입구 벽면에 전시되고 있다. 이 작품은 2009년 강익중 작가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기증한 것이다. 유네스코 헌장 정신과 평화 염원을 한글로 표현하고 중간중간에 달항아리를 삽입하였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내듯이, 분열된 세계가 한글의 원리로 평화의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가입 초기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던 우리나라는 이후 비약적인 정치·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유네스코 내에서도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현재 한국은 유네스코 회원국 중 10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다. 11개 유네스코 기구에 진출하는 등 유네스코 정책 결정에 대한 참여 폭도 확대됐다.

지난 7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이제 유네스코의 당당한 파트너로서 국제협력을 통해 평화를 심고 세계를 품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네스코의 당당한 파트너로서 국제협력을 통해 평화를 심고 세계를 품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7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이제 유네스코의 당당한 파트너로서 국제협력을 통해 평화를 심고 세계를 품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시회를 둘러보니, 6.25전쟁 이후 한국 현대사 70년의 한 단면을 들여다 봄은 물론 평화와 인류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나아가고자 하는 유네스코 정신을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기념 특별 전시회 포스터(출처=정책브리핑)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 포스터.(출처=정책브리핑)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기념 특별전뿐만 아니라 3층에서 6.25전쟁 70주년 특별전 ‘녹슨 철망을 거두고’(2020년 6월 19일~12월 31일)와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2020년 5월 13일~10월 31일)과 5층 상설전시실에서 대한민국 근현대사 여정을 함께 볼 수 있다. 한 번에 3개의 전시를 볼 수 있으니 많은 관람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대한민국 유네스코 가입 70주년 기념 특별전

기간 : 2020.7.16.~9.15
장소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수요일은 오후 9시까지 야간 개관)
관람료는 무료이며, 문의는 (02)3703-9200

※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
예약 홈페이지 http://www.much.go.kr/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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