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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박물관 미술관 주간) 씨를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다

2020.08.18 정책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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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경주에 사는 친구에게 문자를 받았다. 휴가 동안 보낸 사진도 들어 있었다. 건강하게 지낸다니, 일단 안심. 석굴암과 다보탑 등을 보고 있으니, 경주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올해는 이런저런 이유로 휴가 계획마저 없어 더 삭막해진 느낌이었다. 불평할 상황은 아니지만, 솔직히 울적한 면도 없진 않았다. 더욱이 지금은 박물관 미술관 주간(박·미·주) 아니었던가. 

이곳저곳에서 박물관 미술관 주간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박물관 미술관 주간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거리에도, 박물관에도 박·미·주 포스터가 나부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된 지금, 실내로 들어가긴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그냥 보내기도 아쉬웠던 차에 박물관이 거리로 찾아왔다.

'거리로 나온 뮤지엄' 이 직접 사람들에게 찾아왔다.
‘거리로 나온 뮤지엄’이 직접 사람들에게 찾아왔다. 13일 현장을 찾았다.


박물관 안에서 숨 쉬던 작품들이 서울 한복판으로 나와 LED 스크린을 통해 국민들과 함께했다. 경복궁 정문 담장에 선보인 ‘거리로 나온 뮤지엄’. 신호에 걸린 차 안에서도, 지나가며 곁눈질로도, 멀리 떨어져서도 보이니 별 부담 없다. 근처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에 볼 수 있다는 건, 부럽기까지 하다. 

평상시 지나는 길에서 박물관을 본다면, 적잖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평상시 지나는 길에서 박물관을 본다면 적잖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작품은 2가지였다. 이이남 작가의 ‘다시 태어나는 빛’과 꼴라쥬플러스(장승효, 김용민 작가)의 ‘판타스틱히스토리(FantasticHistory)’가 상영됐다. 

‘다시 태어나는 빛’은 박물관 플랫폼에 갇힌 유물들이 일상에 와 다시 빛을 발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제한된 감상을 디지털 데이터를 통해 현대적 언어로 소통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판타스틱히스토리(FantasticHistory)’는 우리 문화유산들과 전 세계 문화재들이 함께 어우러져 같은 하늘 아래에 춤을 추며 인류의 화합과 소통, 공유의 의미를 살아있는 생명처럼 묘사했다. 

율곡 이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신사임당, 모나리자 가 함께 했다.
율곡 이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신사임당, 모나리자가 함께 했다.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 모나리자 등이 동시에 나타났다. 단지 같은 화면에 나타난 것만이 아니다. 생생하게 눈을 깜빡거리고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작품을 보고 있으니 치유를 넘어 활력까지 받는다. 

하얀 백자가 검은 화면을 압도했다. 밤이 될수록 더 멋지다고 담당자는 말했다.
하얀 백자가 검은 화면을 압도했다. 밤이 될수록 더 멋지다고 담당자는 말했다.


풍성하게 꽃이 피어나고 큰 황금새가 날아올랐다. 검은 화면 속을 휘감던 빛이 모여 흰 원을 만들어 흐릿한 백자 모양으로 변하더니, 실제 백자 모습이 됐다. 널따란 담장에 새와 나비가 날아다니고 석굴암, 고려청자, 첨성대, 다보탑이 번지듯 퍼져 나간다. 친구의 사진 속에서 보았던 문화재가 서울 한복판에 피어난 건,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강한 인상을 주었다. 

사람들은 문화가 그리웠던 듯, 저마다 각자의 폰에 담고 있었다.
모두 문화가 그리웠던 걸까. 저마다 각자의 폰 안에 소중하게 담고 있었다.


문화는 오가는 사람들 발길을 멈추게 하고 마음을 이끈다. 나 역시 그랬다. 그곳에서는 연령, 국적도 상관없이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었다. 사진 스타일은 가지각색이었지만 밝은 표정처럼 마음만은 훈훈하지 않았을까. ‘거리로 나온 뮤지엄’은 긴 코로나19에 지친 심신을 조금이나마 달래줬고, 앞으로 더욱 주의해야 할 코로나19 생활을 이겨나갈 힘을 주었다.  

문화재와 함께 디지털이 조화를 이뤄 더 근사하다.
문화재와 함께 디지털이 조화를 이뤄 더 근사하다.


이 행사는 문체부가 8월 14일부터 23일까지 박·미·주(박물관 미술관 주간)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세계박물관의 날을 맞아 다양성과 포용성을 주제로 ‘일상의 위로, 나를 위한 여행’을 내세웠으며, 올해부터 전국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넓혔다.  

12일에 설치돼있어 가보았다. 원 전시는 13일을 전야제로 14일부터 열렸다.
12일 시범운영을 마친 ‘거리로 나온 뮤지엄’은 13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4일부터 펼쳐졌다.


올 초부터 비자발적 은둔자로 지내오다 속속 문화 시설들이 개관하자 어둠 속 빛을 본 느낌이었다. 전시를 보러 갈 계획을 세우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소식이 들려왔다. 

기다리더라도 안심하며 찬찬히 전시를 보고 싶다.
기다리더라도 안심하며 찬찬히 전시를 보고 싶다.


찜해 둔 박물관 전시를 문화소비할인권을 사용해 예매하려 했으나,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전체적 사용 시기가 늦춰졌다. 일단 조금 기다리더라도 안전하게 즐기고 싶다. 우선 나부터 좀 더 조심할 생각이다. 다만 코로나19 스트레스는 덜 받도록, 가끔 드라이브 스루라도 ‘거리로 나온 뮤지엄’을 찾아볼지 모르겠다. 그 찬란한 빛이 코로나 블루(우울)를 중화시켜 주지 않을까. 

찬란하게 거리로 찾아온 문화는 분명 작은 힐링을 선사했다.
거리로 찾아온 뮤지엄은 분명 작은 힐링을 선사했다.


잠시였지만 ‘거리로 나온 뮤지엄’을 보고 나니 코로나19를 견딜 마음이 생긴 듯싶다. 그날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담던 사람들 역시 같은 생각 아니었을까.

현재 박물관 미술관 행사는 프로그램에 따라 취소 및 축소됐으며, 문화소비할인권 시기 역시 연기됐다. 자세한 건 누리집에서 확인하면 좋겠다. 2020 박물관 미술관 주간 누리집 : https://www.뮤지엄위크.kr/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네게 비춘 빛,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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