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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임대인 운동은 코로나19 불황을 이기는 백신

정책기자 이재형 2020.10.14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는 어려운데 임대료가 그대로기 때문이다. 방송인 홍석천은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식당을 폐업했다고 한다. 18년 동안 이태원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코로나19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고 한다. 일반 자영업자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안 망하고 버티면 대박이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1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 착한 임대료 운동에 감사함을 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위해 임대료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거나 내려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20.3.15/뉴스1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phonalist@news1.kr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 착한 임대료 운동에 감사함을 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저작권자(c)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런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동참하기 위해 지난 2월 전주에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일어났다. 장사가 안되어 힘든 자영업자를 위해 임대료를 깎아주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착한 임대인 운동’을 권장하고 지원책을 내놨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민간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한 경우 최대 50%를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착한 임대인에게 세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이 정책은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삼가라고 하니 소상공인이나 영세자영업자는 내가 봐도 어렵다. 식당에 가봐도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다.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임대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매일 고생하는 만큼 인건비는 고사하고 임대료 내기도 힘들다. 그래서 9월 24일 정치권에서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고, 이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내가 사는 성남시도 착한 임대인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임대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위해 성남시가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인하해 준 건물주(착한 임대인)의 재산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하고 있다. 감면 대상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임대료를 감면해 준 임대인이며, 인하율을 근거로 계산해 재산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올해 정기분 재산세인 7월 건축물 분, 9월 토지 분 모두 감면받을 수 있다.

착한 임대인 세제 혜택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자발적으로 임차인의 임대료를 인하해 상생의 모범을 보인 건물주에 대한 지원책이다. 코로나19 이후 9월 25일 현재 성남시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건물주는 867명이다. 그리고 착한 임대인 세금 감면 현황을 보면 914건에 2억5000여만 원이다. 성남시청 세정과 임준교 주무관은 “세제 혜택 신청을 하지 않은 건물주를 생각하면 착한 임대인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시 위례동 서일로 마을 입주자 모임(이하 위례 입주자 모임)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10~30%씩 인하해 주고 있다. 위례 입주자 모임은 건물주 120명, 입주자 100명, 상가번영회 180명 등 모두 400명으로 구성된 민간단체다. 지역 상권 살리기와 건물 세입자를 위해 임대료 감면 운동을 펴고 있다. 

건물주 김용남 씨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통 크게 매월 70만 원씩 임대료를 감면해 주고 있다. 건물주 이순금 씨도 매월 50만 원씩 계속 감면해 주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건물주가 임대료 감면에 동참하고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 벌어지는 성남시 위례동 서일로 마을이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 벌어지는 성남시 위례동 서일로 마을이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서일로 마을에 직접 가봤다. 서일로 마을은 이국적인 카페와 공방, 빵집과 음식점이 많아 위례신도시에서도 핫한 곳이다. 일요일 낮에 방문했는데 사람 발길이 뜸하다. 비어 있는 상가도 많다. 코로나19 여파로 식당이나 카페 등에는 손님이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서일로 마을의 삼겹살 전문식당에 들어가 봤다. 이 식당은 착한 건물주에게 임대료 인하 혜택을 받았다. 코로나19로 한창 어려운 지난 5~6월 2개월 동안 월 100만 원씩 임대료 감면을 받았다. 식당 주인 전대성 씨는 “코로나19로 힘든 게 어디 우리 집뿐이겠습니까? 모두가 다 어려운 시기에 임대료를 감면해 준 것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영업자를 적극 응원해 주는 것이라 힘이 났습니다. 건물주도 힘든 건 마찬가지일 텐데, 임대료를 인하해 줘서 열심히 장사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 위례동 서일로 마을 상가거리다.
경기도 성남시 위례동 서일로 마을 상가거리다.


전대성 씨의 삼겹살 식당은 오는 10월 말 임대 계약이 종료된다. 2년 전에 월 350만 원의 임대료로 계약을 했는데, 그때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손님이 50%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에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금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국회가 9월 24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영업난으로 제때 임대료를 못 내는 소상공인을 감안해 체불로 인해 계약 해지를 당하지 않도록 일정 기간 보호하고, 영업난을 근거로 월 임대료 인하를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안의 조속한 시행이 필요한 만큼 정부는 새 법을 공포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위례 서일로 마을 임대인 남주희 씨와 임차인 전대성 씨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이겨내자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위례 서일로 마을 임대인 남주희 씨와 임차인 전대성 씨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이겨내자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대성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만난 남주희 회장(위례 서일로 마을 입주자 모임)은 “정부의 착한 건물주 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임대료를 인하해 주자는 취지에 공감한 건물주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상생하는 방안은 임대료 인하밖에 없습니다. 인하 금액이나 인하율이 다르긴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각자 형편대로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중에 동석한 또 다른 건물주 천정길 씨는 “정부에서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를 내년까지 연장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 혜택이 사실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건물주도 어려우니 세금 혜택을 조금 더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며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코로나19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경제백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코로나19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경제 백신이다.


위례 입주자 모임은 지난 추석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훈훈한 정을 나누고 싶다며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불우이웃으로까지 해피 바이러스로 전파돼 코로나19로 힘겹기만 한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위례 서일로 마을 입주자 모임은 지난 추석 때 불우이웃돕기로 마스크와 성금 등 600만원을 성남시에 기부했다.
위례 서일로 마을 입주자 모임은 지난 추석 때 불우이웃돕기로 마스크와 성금 등 600만 원을 성남시에 기부했다.(출처=성남시청)


아직 값비싼 임대료 부담은 자영업자의 몫인 곳이 많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건물주들도 고통 분담을 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착한 건물주들의 선한 행동은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더 많은 건물주들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이재형
정책기자단|이재형rotc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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