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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이면 깨우칠 수 있는 한글의 우수성

정책기자 최병용 2020.10.08

한 나라가 한글 같은 고유의 문자를 가진다는 건 쉬운 일 같으면서도 어렵다. 몽골도 과거에 문자를 가지고 있었다가 지금은 러시아 문자를 쓰고 있고, 터키도 고유의 문자를 버리고 알파벳을 변형한 문자를 쓰고 있다. 그만큼 나라 고유의 문자를 갖기도 힘들뿐더러 고유의 문자를 지키고 발전시키기는 더더욱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1443년(세종 25년)에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걸 기념해 1946년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1990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기도 했다가 국민적 요구로 2006년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한글날을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을 둘러봤다. 

세종대왕 동상 아래 조성된 세종대왕 박물관에서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찾아볼 수 있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하고 한글의 가치와 한글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 문을 연 박물관으로 작년에 77만여명이 방문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휴관했다가 9월 28일부터 재개관해 사전예약한 관람객에 한해 회차당 100명까지만 입장이 허용된다. 거리두기, 발열체크, 예약확인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2014년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체계적으로 전시한 공간이다.
2014년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체계적으로 전시한 공간이다.


박물관은 제1부,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제2부, 쉽게 익혀서 편히 쓰니, 제3부, 세상에 널리 퍼져 나아가니와 한글놀이터로 구성됐다. 

제1부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 전시관에서 만난 훈민정음 서문에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읽을 수 있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할 바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내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마다 쉽게 익히어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전시관 입구에서 만난 훈민정음 서문에서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묻어난다.
전시관 입구에서 만난 훈민정음 서문에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묻어 있다.


한글은 현대 언어학의 관점에서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제자 원리를 갖췄다. 한 음절을 초성·중성·종성으로 구분한 최초의 문자이다. 30개를 넘지 않는 자모음만으로 수천개의 음절을 표현할 수 있어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깨우치고, 어리석은 이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는 쉬운 문자’라고 했다. 독창성과 과학적 원리를 가진 문자로 인정 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제2부 쉽게 익혀서 편히 쓰니 전시관에서는 한글이 가져온 조선시대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변화로 구성했다. 배워서 쓰기 쉬운 한글이 우리나라 교육, 종교, 예술, 일상생활에서 더욱 폭넓게 쓰이게 된 과정을 볼 수 있다.

한글 박물관은 찾은 관람객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입장해 거리두기하며 한글에 매력에 심취해 관람하고 있다.
한글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관람을 하고 있다. 


한글 보급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조선 전기에 불교·유교 경전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언해’로 외국어 학습 교재나 의학 서적, 병법 서적을 비롯한 각종 실용 분야로 점차 확대돼 조선 후기에 한글이 일상적인 문자로 자리잡게 된다. 직접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쓰인 각종 문서나 편지 등을 비롯해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한글이 사용됐던 사료를 볼 수 있다.

한글을 만들었던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본
한글을 만들었던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본.


19세기부터 들여온 근대식 인쇄 기술 덕분에 신문, 잡지, 신소설 등을 대량으로 인쇄하여 더 많은 사람이 한글을 접하고 20세기에 시작된 ‘한글 기계화’(한글을 물리적으로 표현해 주는 타자기 등의 발명과 그 보급)는 한글을 단순한 문자에 머물게 하지 않고 문화를 꽃피우는 원동력으로 탈바꿈시켰다.

제3부 세상에 널리 퍼져 나아가니 전시관에서는 1894년, 한글이 조선의 공식 문자로 선언되는 과정, 그리고 1907년 국립한글연구기관인 ‘국문 연구소’ 설립 및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면서 우리말과 한글의 사용이 금지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말과 글이 금지되는 수난을 겪으면서도 한글을 지켜낸 위인들의 활약도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말과 글이 금지되는 수난을 겪으면서도 한글을 지켜낸 위인들의 활약도 마주할 수 있어 가슴이 뭉클해진다.


국어학자들과 연구 단체들은 일제 강점기에도 한글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일을 멈추지 않아 국어 문법서를 비롯해 한글 교육을 위한 교재를 끊임없이 만들었으며, 최초의 국어 대사전인 ‘조선말 큰사전’의 편찬에 착수하여 우리말과 한글을 지킬 수 있는 튼튼한 뿌리가 되었다.

한글놀이터는 5~9세의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한글이 가진 힘과 의미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전시공간으로 ‘쉬운 한글’, ‘예쁜 한글’, ‘한글 숲에 놀러 와!’로 구분하여 한글의 원리를 배우고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구성했다.

어린이들이 한글의 우수함과 한글창제의 의미를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한글놀이터
어린이들이 한글의 우수함과 한글창제의 의미를 쉽게 공부할 수 있는 한글놀이터.


이처럼 소중한 한글이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 한글 파괴 등으로 변질되고 있어 안타깝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통합지원 누리집(https://malteo.korean.go.kr/)에서는 외래어를 우리말로 고쳤으면 하는 언어를 신청받아 우리말로 바꿔 가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다듬은 우리말로 프랜차이즈->가맹점, 머스트해브->필수품, 굿즈->팬상품, 플래터->모둠접시 등이 있다. 행정기관을 이용하다 너무 어려운 공공언어가 있을 때 이를 개선하는 제안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통합지원 사이트에서 꾸준히 한글사랑 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국민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 통합지원 누리집에서 꾸준히 한글사랑 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국민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한글날은 민족 고유의 문자를 개발해 지금까지 쓰고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라는 사실에 자긍심을 느끼는 날이다. 574돌 한글날을 맞아 내가 쓰고 있는 말과 글의 소중함, 그리고 그 역사를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최병용
정책기자단|최병용softman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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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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