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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별찬이 어떠신가요?

경복궁 ‘장고’ 개방 행사 참석기

2020.10.20 정책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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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은 이미 나뭇잎이 수줍게 물들어 있었다. 선선한 가을 바람 속 궁궐은 평온해 보였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난 온라인 공연을 보고, 집밥을 많이 해 먹었다. 공연 채팅창을 보며 해외에서 부는 신한류 열기를 실감했다. 자연스레 요리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경복궁은 울긋불긋 색을 둘렀다.
경복궁은 울긋불긋 색을 둘렀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경복궁 ‘장고’를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개방했다. 장고 개방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특별한 행사다. 장고 개방에 맞춰 경복궁 장고 행사가 10월 15, 16일 이틀 간 열렸다. 장고는 궁중 연회나 제례, 수라상에 쓰인 장을 관리하는 곳으로 경복궁 함화당과 집경당 동·서쪽에 각각 있었다. 

이번 행사는 전통문화와 음식, 이 두 요소를 모두 갖춰 더더욱 흥미를 끌었다. 신청 시간에 맞춰 재빨리 예약했다. 행사는 순종의 별찬인 궁중음식 시연과 궁중 식생활 자료로 구성됐다. 

시연을 통해 여러 정보를 알 수 있어 더 좋았다.
시연을 통해 여러 정보를 알 수 있어 더 좋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맛은 어떻게 될까요?”
“더 짜게 되겠지요.”

궁중음식 시연을 보던 참가자가 대답했다. 웬걸, 놀랍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장은 단맛이 강해진다고 했다. 수분이 날아가 염분이 장독 면에 붙기 때문이란다. 받아 적는 어르신도 핸드폰으로 찍는 학생도 모두 호기심이 가득했다. 솔솔 부는 바람 속, 고즈넉한 궁궐에서 자글자글 맥적(된장 양념에 재워 구운 돼지고기)이 익어가는 소리가 운치를 더했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나와 음식 시연 등을 들려줬다. 질시루를 설명하고 있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나와 음식 시연 등을 들려줬다. 질시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행사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이어졌다. 내용이 유익했다. 더해 흥미로웠다.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흑설탕이 없던 시대, 약식 색깔을 어떻게 냈을지 생각해 볼 일이 있었을까. 그 갈색 빛은 까만 질시루에 넣어 여러 번 쪄내 만들어졌다. 경이로웠다. 

궁중음식 시연과 궁중 식생활 관련 자료를 전시했다.
궁중음식 시연과 궁중 식생활 관련 자료를 전시했다.


약고추장, 약식 등 ‘약’ 자가 붙은 음식은 꿀과 참기름이 들어간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 약고추장으로 떡볶이를 만들면 더 맛있다는 비법은 당장 써볼 생각이다. 이 가을 잠시나마 해박한 조선의 장꼬마마(장을 관리 보관하던 상궁)가 돼 본 느낌은 무척 좋았다. 

행사가 열린 경복궁 '장고'
행사가 열린 경복궁 장고.


행사를 담당한 궁중음식연구원 이소영 실장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아 우리 전통문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알리고 싶다”며 코로나 이후 계획을 넌지시 들려줬다. 

이번 행사는 구한말 김명길 상궁이 펴낸 ‘낙선재 주변’이라는 책을 참조해 이뤄졌다. 특히 영조가 순창 조씨의 약고추장을 즐겨했고, 불면증이 있던 고종이 식혜나 야참을 좋아했다는 걸 비롯해, 순종이 김쌈을 약고추장과 곁들여 먹는 것도 발췌했다. 재미에 유익, 더해 역사 지식까지 보태니 누군들 흥미롭지 않을까.

도시락으로 만들어진 순종임금의 별찬(맥젓, 약고추장, 약식 등).
도시락으로 만들어진 순종의 별찬(맥적, 약고추장, 약식 등).


코로나19로 대부분 행사가 최소화됐다. 장고 행사 역시 체험 활동이나 인원을 줄였고, 도시락으로 대체했다. 옆 사람과 간격을 넓혀 접촉할 일이 없었다. 내용은 알차나 시간은 대폭 줄였다. 

궁중문화축전 중 고궁사진전.
궁중문화축전 중 고궁사진전.


나오면서 경복궁 내 궁중문화축전 사진전을 둘러봤다. 예년과 달리 온라인 행사가 많아져 조금 아쉬운 감도 있었던 터. 궁중문화축전 키트를 배달해 준다길래 정성껏 신청했다. 배달 온 궁중문화축전 키트는 AR책과 조선 왕실 등, 미니 소반함, 수문장 방패로 구성돼 있었다. 먼저 AR책을 봤다. 증강현실이라도 왕이 몸소 우리 집에 찾아와 식사하다니 황송할 지경이다. 비대면이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줄지도 모르겠다. 

 광활한 궁궐과 넓은 인터넷 세상은 의외로 닮아 보인다. 광활한 궁궐과 넓은 인터넷 세상은 의외로 닮아 보인다.
광활한 궁궐과 넓은 인터넷 세상은 의외로 닮아 보인다.

  

또한 경복궁 오른편에 있는 고궁박물관에서는 지난 2월부터 ‘디지털 문화유산 나눔방’을 운영 중이다. 다면 미디어 아트 영상 체험존에서 3면 영상을 통해 사찰과 창덕궁 등을 보고, VR체험에서는 디지털 영상을 볼 수 있다.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탄탄한 문화재는 무한한 콘텐츠가 가능하지 않을까.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탄탄한 문화재는 무한한 콘텐츠가 가능하지 않을까.


코로나19 이후, 우리 생활 속 디지털은 더 가까워졌고, 콘텐츠는 점점 다채로워졌다. 문화유산도 다르지 않다. 100여년 후, 순종 임금의 별찬을 먹게 될 줄 알았겠나. 

한국의 3대 장인 된장, 고추장, 간장에 대해 알았다.
한국의 3대 장인 된장, 고추장, 간장에 대해 알았다.


한국판 뉴딜 중 디지털 콘텐츠산업 생태계가 커진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전통문화가 첨단 기술을 통해, 더욱 옛 모습에 충실해지기 때문이다. 재미는 물론이다. 탄탄한 전통문화가 정확한 디지털 기술을 만나니, 무궁무진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전국 각지에서 모았다는 장독에 가을이 내렸다.
전국 각지에서 모았다는 장독에 가을이 내렸다.


정부는 지난 9월 말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 보고회에서 기술 기반 경제에 따뜻한 문화의 힘을 입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3차원 정밀 데이터베이스 등을 사용, 3차원 지도 서비스와 문화재 복원을 돕고 궁궐과 무형 문화재 등을 활용한 실감 콘텐츠를 계속 만들 예정이다. 국민이 문화재를 시공간 없이 자유롭게 즐기도록 신기술로 과거와 미래를 결합해 나갈 계획이다. 

궁중문화축전 키트는 궁궐에서 전해준 아기자기한 선물세트 같았다. AR책으로 만난 임금.
궁중문화축전 키트는 궁궐에서 전해준 아기자기한 선물세트 같았다. AR책으로 만난 임금.


디지털로 엄밀히 고증하고 만들어진 다채롭고 생생한 콘텐츠가 쏟아진다니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앞으로 별찬을 넘어 전통문화를 겸비한 다양한 콘텐츠가 계속 나오길 바란다. 어찌 알랴. 혹 다음에는 왕세자가 별식을 들고 우리 집에 찾아올지!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네게 비춘 빛,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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