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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랜선 체험키트 배달 왔습니다~

2020.11.24 정책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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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0시부터 거리두기가 수도권 2단계, 호남권 1.5단계로 격상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며칠 새 코로나19 확진세가 심상찮았던 차였다. 이미 전남 순천과 경남 하동은 2단계로 상향했다.

햇빛 보기 힘든 겨울철, 장기간 누적된 코로나19로 피로까지 더해 우울해지기 쉽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전문가들과 함께 ‘마음 건강수칙’ 7가지를 발표했다. ①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 받아들이기 ② 지나친 걱정을 피하고 방역지침 따르기 ③ 규칙적인 생활 유지 ④ 취미, 여가 시간 갖기 ⑤ 꾸준한 신체활동 하기 ⑥ 사람들과 비대면 소통 늘리기 ⑦ 전문가 도움 받기(심리상담 전화 : 1577-0199, 앱 : ‘마음프로그램’, ‘마성의 토닥토닥’ 카카오톡 채널 : 국가트라우마센터)다. 

이중 난 4번째 취미 갖기에 시선이 갔다. 올해 우리 삶 속에 가장 깊이 들어온 건 랜선 아닌가. 랜선 생활 덕에 윗옷만 잘 팔리거나, 화면 속 벽만 예쁘게 꾸민다는 소리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렌선 강좌로 만든 조그만 곰(하리보) 비누.
렌선 강좌로 만든 조그만 곰(하리보) 비누.


나도 올해 랜선에 푹 빠졌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사진과 소개 영상 정도로만 생각했다. 차갑고 제한된 랜선에서 이렇게 훈훈한 웃음을 지으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참여할수록 문화 콘텐츠가 나날이 발전하는 걸 실감하고 있다. 

여러 박람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출처=문화체육관광부>
공항산업 신기술 온라인 전시회.(출처=문화체육관광부)


외부와는 단절됐지만, 랜선 문화라는 백신에 살았던 듯하다. 조금이나마 위로와 치유를 받으며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초반 랜선 전시회와 콘서트에도 놀라웠는데 웬걸, 패션쇼, 박람회, 축제, 회식, 구직 등 이제는 어디까지 가게 될지 궁금하다. 물론 코로나19 전에도 콘텐츠는 있었지만, 지금만큼 간절하게 찾진 않았다.

몇 분만에 세계를 다닐 수 있어 좋다. 사진은 필리핀 코른. <출처=https://www.aseankorea.org/kor/gallery/>
몇 분만에 세계를 다닐 수 있어 좋다. 사진은 필리핀 코른.(출처=https://www.aseankorea.org/kor/gallery/)


랜선을 통해 하루에도 여러 번 세계를 누볐다. 거장들 공연을 편안하게 만났다. 그동안 무대 위 천장을 뚜렷이 본 적 있었을까. 360도로 보는 VR 영상은 또 달랐다. 공연에 가면 전체 모습이나 연주하는 악기에만 집중했었다. 뒤돌아 있는 지휘자 표정은 알 수 없었다. 잘 보이지 않는 오케스트라 뒷줄 타악기에 관심을 두고 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360도 VR 공연에서는 내가 보고 싶은 걸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잠시 연주를 쉬고 있는 악기나 연주자 눈빛까지도 느껴볼 수 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이 공연 중 악기를 유심히 보게 되었을까.
역설적으로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이 공연 중 악기를 유심히 보게 되었을까.


현장에서 볼 수 없는 랜선 1열만이 가진 랜선 공연의 묘미 아니겠는가.  

따로 또 같이, 발전하는 랜선 문화 

매일 간단하게 주어진 질문에 드로잉하고 마지막 날 배송키트에 들은 안경과 음료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숙제 같았던 그림이 일주일이 되니까 습관처럼 그려졌다.
매일 간단하게 주어진 질문에 드로잉하고 마지막 날 배송키트에 들어있는 안경과 음료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숙제 같았던 그림이 일주일이 되니까 습관처럼 그려졌다.


랜선 강의는 더 이상 혼자 보는 일방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과도 어울리는 활동이 많아졌다. 더욱이 소통이 있다. 난 얼마 전, 서울문화재단 ‘랜선 집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일주일 동안 집에 대해 그림으로 그려 공유하고, 마지막 날 함께 랜선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여유 시간이 없어 처음에는 오가는 지하철이나 부엌에서 스마트폰으로 쓱싹 그렸는데, 그 작은 습관이 큰 위안을 줬다. 

랜선 카페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미리 받은 키트를 마시면서 무드등을 이용해 타인의 고민에 공감해준다.
랜선 카페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미리 받은 음료를 마시면서 무드등을 이용해 타인의 고민에 공감해 준다.


‘랜선 카페’에서는 여러 고민을 편견 없이 듣고 나눴다. 모두 다른 세대들이었는데, 고민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랜선이라 용기 냈다는 사람들이 많았던 건, 꽤 인상적이었다. 더군다나 자존감이 높아졌다거나 앞으로 자신있게 살겠다는 다짐들을 들으니 위로를 뛰어 넘어,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랜선강의를 이용해 만든 DIY키트들. 다양하게 예쁘다.
랜선 강의를 이용해 만든 DIY 키트들. 다양하게 예쁘다.


랜선 콘텐츠도 점점 풍부해졌다. 화면 앞에서 요리를 하며 서로 만드는 걸 보기도 했다. 사실 다른 사람 볼 시간 없이 내 요리하기에 바빴다. 다양한 비누, 양초 탁자를 만드는 공예는 물론 테라리움, 리스 같은 원예, 러닝과 요가 등 운동, 문학, 예술적인 노력들이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문체부에서 시행할 ‘예술처방전’.
문체부 ‘예술처방전’ 키트.


더욱이 컬러링 같은 미술은 흔히 알고 있었지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드는 키트는 흥미로웠다. 문체부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추진하는 ‘찾아가는 예술처방전’도 그렇다. 의료진과 국민에게 배부가 되는데 국민에게는 5000여개의 꾸러미를 배부한다. ▲ 걱정인형 만들기 꾸러미 ▲ 나만의 음악 제작 꾸러미 ▲ 조각으로 표현하는 꾸러미다. 또한 이 예술꾸러미로 만들어진 5000여개의 국민들 작품은 온라인 전시회로 또 다른 치유와 감동을 줄 예정이다. 내가 신청한 음악 제작 꾸러미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디면서도 설렌다. 나는 또 어떤 음악을 만들어 낼까.

참여 방법도 다양해졌다. 얼굴 노출을 꺼리는 사람을 위해 가면이나 변장 안경, 셀로판 가림막을 줬다. 또 미리 키트로 차나 간식, 무알콜 칵테일, 무드등, 잠옷 등을 보내줘 먹고 마시면서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온라인 독서회에 참여해봤다. 독서회라니 30년 만이다.
온라인 책읽기 모임에 참여해봤다.


무엇을 만들고 후에 전시를 하거나, SNS에 올리거나, 책으로 만들어 결과를 남겼다. 그 중에는 서울로 7017에서 하는 온라인 책읽기 모임도 있었다. 책을 읽고 감상을 자유롭게 이메일로 사진 찍어 제출하면 후에 누리집에 아카이빙됐다. 

서울로에서 식물관객에게 콘서트를 열고 있다. 화상으로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로 걷다 제공>
서울로에서 식물 관객에게 콘서트를 열고(왼쪽) 화상으로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로 걷다 제공)


나 대신 내 이름표를 붙인 식물 아바타가 무관중 공연을 듣고, 나중에 식물을 찾아오는 공연도 참신했다. 신문 등에 한정되던 구독 서비스가 커피나 꽃, 술 등으로 늘어난 것도 코로나19가 바꿔놓은 현상이다. 또 집콕으로 찾아가는 방식이나 키트 역시 확대됐다. 만약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볼 수 없거나 참여하지 못했을 기회라 그런 면에서는 뜻깊다.    

평소에 비해 오가는 시간이 줄었고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비대면이 아니라면 참여하지 못했을 먼 곳에서 함께 하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가장 좋다. 체념하고 있었던 동안, 놀라울 만큼 랜선 문화가 발전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활력을 준다.

이런 활동이 근본적인 해결(치료)는 되지 않아도 치료를 받을 힘을 준다. 기획해내는 문화예술인들의 무궁무진한생각을기대한다,
이런 활동이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아도 치료를 받을 힘을 준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긍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마음에 심어 놓은 백신의 놀라운 힘을 믿어 보고 싶다. 현재 달라질 수 없는 건 기다리고, 마음을 다져보면 생각 못 했던 좋은 방안도 생기지 않을까. 적어도 마음만이라도 절망하고 불안한 것보다는 여러모로 낫다. 

랜선프로그램을 위한 집콕키트 (준비물)을 택배로 받아 풀러볼 때 설렘은 상상이상이다
랜선 프로그램을 위한 집콕 키트(준비물)를 택배로 받아 풀어볼 때의 설렘은 상상 이상이다.


물론 나 역시 이 시간이 쓰디쓰다. 연말 모임도 크리스마스도 즐기고 싶다. 친구와 만나면, 이 쓰디쓴 잿빛도 사그라질 듯싶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걸 생각하자. 잿빛 마음을 다독여 줄 처방전을 주자. 아직 백신은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마음 백신은 다양하게 있으니까. 그래서 난 오늘도 랜선 프로그램을 위해 온 키트 상자를 두근거리며 뜯어본다. 


김윤경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네게 비춘 빛,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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