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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손끝에서 보이는 세상

정책기자 김윤경 2021.04.20

최근 자신 있다고 자부한 시력이 부쩍 나빠졌다. 평소 혹사하지 말고 잘 보살피라는 경고 같다. 동시에 그동안 체감 못 했던 또 다른 세상이 다가왔다. 어디가 불편하면 힘들겠구나 싶은 공감이 아니라, 실제 어려움으로. 

몬드리안 작품 '구성A' 의 파란색은 바닷속을 표현해 촉감으로 느껴 볼 수 있다. 방역을 준수해 비닐장갑 등을 사용, 전시를 볼 수 있었다.
몬드리안 작품 ‘구성A’의 파란색은 바다를 표현해 촉감으로 느껴볼 수 있다. 


비교적 장애인과 가족, 종사자를 많이 만났다고 생각했었다. 특수학급이 있었던 초등학교에 다녔고, 사회복지를 전공한 까닭이다. 최근 장애인 일터나 장애 체험 등을 통해 나름대로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고도 느꼈다. 그래도 직접 체감한 건 아니었으니, 분명 한계가 있었을 테다. 

시민청 갤러리에서 열린 베리어프리 촉각명화전.
서울시민청 갤러리에서 열린 베리어 프리 촉각명화전. 방역을 준수해 비닐장갑 등을 사용, 전시를 볼 수 있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둔 서울시민청에서는 촉각명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 일이 있어 들러 본 전시회는 색달랐다. 명화를 재구성한 작품을 직접 만져보며 체감하게 돼 있었다. 단순히 입체적인 것이 아니라 재질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 그림에 걸맞는 재료를 사용했다. 생선의 눈은 미끈거리는 실리콘으로 만들었다.

이중섭 작품 '물고기와 노는 세아이' 속 물고기 눈이 실감나게 표현됐다.
이중섭 화가의 작품 ‘물고기와 노는 세 아이’. 물고기 눈이 실감나게 표현됐다.


담당자는 신기해 하는 내게 예전에는 점자와 글자만으로 된 그림 없는 전시회도 열렸다고 알려줬다. 비로소 동등한 시점인 걸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상상 속에 교감할 수 있는 전시라 생각하니 어쩐지 뭉클했다.

문체부에서 시행하는 '점자출판시설지원사업'으로 만들어 진 터치로드 점자책.
점자출판시설지원사업으로 만들어진 터치로드 촉각테마지도.


한쪽에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구들이 전시돼 있었다. 과학책이나 촉각테마지도책 표지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점자출판시설지원’이라 쓰여 있었다. 문체부는 점자 보급과 사용 환경 개선을 위해 2019년부터 ‘점자발전기본계획’ 일환으로 점자출판시설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도 똑같이 전시를 관람하고 문화를 누리도록 만들어진 배리어 프리 전시. 정선 작품 '금강전도'
시각장애인도 똑같이 전시를 관람하고 문화를 누리도록 만들어진 배리어 프리 전시. 정선 작품 ‘금강전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각 부처와 지자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앞선 4월 13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등 개정안을 공포 시행했다. 이를 통해 꾸준히 제기돼 온 장애 인정 범위가 확대되고, 심의 절차 등이 달라졌다. 특히 의료적 기준 외에 개인별 욕구와 필요도를 고려한 심사 인정 절차가 제도화된 점은 그 의의가 크다. 

주요 사항은 현재 장애가 아닌 시야 20도 이내 복시(하나의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현상)나 백반증 등이 심하지 않은 장애로 개정됐다. 만성 간질환자의 합병증 범위도 확대되고, 정신 장애 인정 기준도 달라졌다. 현행 심한 장애였던 조현병, 재발성 우울 장애 등에 경증을 신설했고, 강박 장애 등을 장애로 분류했다. 장애 정도 심사 절차도 보완해 공정성을 강화했다. 혹 이번 개정안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민센터에 방문해 변경 신청하면 된다. 

문자로 학대, 피해 신고와 상담이 가능해졌다.
문자로 학대, 피해 신고와 상담이 가능해졌다.


또한 4월 13일부터 청각·언어장애인이 문자, 카카오톡으로 직접 학대 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진 수어통역센터 등을 이용하거나 직접 기관에 가서 필담을 해야 했다. 비장애인이라도 힘든 일이다. 

이제 학대 신고 전화 1644-8295로 문자를 보내면 관할 지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 바로 연결되고, 카카오톡 ‘장애인학대신고 16448295’ 채널로 상담, 신고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문자로 즉시 피해 사진 등을 보낼 수 있다는 건 큰 장점 아닌가. 번호 뒷자리 8295(팔이구오). 기억하기도 쉽다.  

전시 옆에는 QR코드로 들을 수 있거나 점자로 읽을 수 있게 해설이 부착돼 있다.
전시 옆에는 QR코드로 들을 수 있거나 점자로 읽을 수 있게 해설이 부착돼 있다.


눈이 나빠진 후, 장애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곱씹고 있다. 문득 얼마 전 장애인 센터에서 직원들과 즐거워하던 장애인들 모습이 떠올랐다. 특히 서로 수평적으로 눈높이를 맞추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코로나 시대일수록 교감이 절실하기에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예전 방문했던 장애인 센터 입구. 출입구만 해도 실내,외 휠체어 자리 등 넓은 공간을 필요했다. 많은 이의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방문했던 장애인 센터 입구. 출입구만 해도 휠체어 자리 등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 훈훈한 장면을 계속 보고 싶다. 무엇보다 힘겨운 일이라 장애인과 가족, 직원들이 오래오래 지치지 않길 바란다. 크진 않더라도 모두가 힘을 더하는 소중한 방법은 꾸준한 관심 아닐까.    

장애인 심사 절차 등 문의처 : 주소지 주민센터 혹은 보건복지콜센터(국번 없이 129)
장애학대 신고 문자 및 전화: 1644-8295(해당 지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 자동 연결), 카카오톡 : 친구 검색에서 ‘장애인학대신고 16448295’ 검색 후 상담원 채팅.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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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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