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이는 기다림’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장기 실종아동 가족들의 심정입니다. 언제든 문을 열고 올 거 같아 물건을 못 버린다는 실종아동 가족들. 이들은 모두 한순간에 벌어진 일로 가정이 무너지고, 멈춰진 시간 속에 살게 됩니다.
 |
실종아동의 날 부스. |
얼마 전, 서울시청 인근에서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5월 아동권리의 달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요. 실종아동의 날 부스도 보였습니다.
 |
얼굴 나이 변환을 접목해 추정한 사진들. |
오래전 전단에서 봤던 아이는 여전히 사진 속에 남아있었습니다. 현수막에서 본 간절한 문구 속 아이도 아직 못 찾았나 봅니다. 방송에서 본, 평생 전국을 찾아다녔다는 실종아동 부모님의 인터뷰가 생각났습니다.
 |
효정이를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
그 때는 저도 아직 학생이었는데요. 제가 변한 것처럼 실종아동도 당시 모습은 아니겠지요. 그들의 현재 모습을 추정한 사진을 보니,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됐습니다. 얼굴 나이 변환 기술은 2015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가 부모의 유전자 정보 등을 통해 주름, 피부 노화까지 나타나도록 개발한 기술입니다.
 |
행사장에는 실종 예방 교육 워크북이 전시돼 있었다. |
올해 5월 25일은 법정기념일로 지정되고 처음 맞는 ‘실종아동의 날’ 입니다. 또 실종아동의 날로부터 1주간은 실종아동주간으로 지정해 집중 교육, 홍보 등을 합니다.
작년 한 해 아동 42명과 장애인 26명이 실종됐습니다. 20년 동안 825명(2020년 12월 기준)의 아동들이 장기실종으로 이어졌습니다.
 |
고지서 등에서도 놓치지 말자. |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요. 2019년 아동권리보장원이 공공기관으로 새롭게 출범했으며, 아동안전지킴이집 및 아동안전수호천사, 실종아동 조기경보 시스템 코드아담, 앰버경보, 지문 등 사전등록제가 있습니다. 또한 6월 9일부터는 경찰청에서 실종아동 문자 발송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
올해부터 새로이 입장권에 새겨진 실종아동 사진과 정보. |
제도만이 아닙니다. 민간과도 협업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작년 신규 실종아동 찾기 무료 협력 기관은 70여 곳이며, 올해는 현재까지 33곳이 신규 기관 등이 홍보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
커피를 마실 때도 유심히 봐주면 좋겠다. |
올해부터 커피전문점 컵홀더와 햄 포장지, 놀이공원 입장권 등에 실종아동 사진과 정보를 넣었습니다. 5월 한 달, 경찰청과 에어서울이 협업해 기내 좌석 개인 모니터로 장기 실종아동 당시 및 현재 추정 사진 정보와 안전드림 앱 QR코드를 보여 준다고 합니다.
BGF리테일과 퍼스트유니온 엔터테인먼트사는 혹시 모를 해외 입양까지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실종아동 포스터로 신규 앨범 재킷을 만들고, 음원 사이트에서 노래를 스트리밍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실종아동 포스터가 나타납니다.
 |
앞으로 햄을 먹을 때 사진을 좀 더 유심히 볼 수 있도록. |
확률은 줄어도 포기할 수 없는 건, 20년 만에 찾은 사례가 있어서겠죠. 2020년 9월 동네 편의점 실종아동 사진 속에서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보고 가족을 만난 일도 있었습니다.
많은 업체가 실종아동 캠페인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모두의 관심 아닐까요. 장기 실종아동으로 되지 않기 위한 골든타임은 48시간 이내라고 합니다.
아동권리보장원 정진화 과장은 “실종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본인의 일이 될 수 있다는 보호자의 인식이 중요하다”며 “ 평소 실종 상황 예방 및 대처 방안을 이해하고, 자녀에게도 충분히 사전 교육을 해주면 좋겠다”고 조언했습니다.
 |
오래전 고속도로서 본 현수막. 오늘도 길거리에서 펄럭인다. |
거리의 전단은 단지 인쇄된 종이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실종아동 가족의 절절한 고통의 무게가 들어 있습니다. 버려진 전단과 무심한 모습에서 실종아동 가족의 괴로움은 더해진다고 하는데요. 그 심정을 헤아린다면 함부로 버리긴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
희택이는 이제 아이가 아닙니다. |
이제는 희택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실종아동들입니다. 희택 씨, 혜희 씨, 은지 씨… 그들이 가족 곁으로 돌아올 날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
아동이 행복한 세상. 두 번째로 갔을 때는 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행사장에는 아동이 행복한 세상이라는 모양에 공을 넣는 설치물이 있었는데요. 20일 뒤에 다시 가보니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공을 넣을 때 느낀 마음이 계속 가길 바랍니다.
 |
한 기관에 붙은 실종아동 사진과 현 추정 모습. 모두의 눈길이 필요한 일이다. |
‘당신의 기억이 기적을 만든다’
작년 말 개봉한 실종아동 영화 ‘증발’의 문구입니다. 아동이 행복한 세상, 장기 실종아동으로 가지 않는 길. 모두의 꾸준한 관심 아닐까요.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의 날 : http://dayforchild.ncrc.or.kr/?page_id=4896
실종 신고 : 실종아동 찾기 대표번호 182 혹은 경찰청 112
실종아동 제보 및 지원 문의 : 02-777-0182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