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어서니 이제 더 이상 나이를 먹는 게 반갑지 않다. ‘50대에는 시속 50km, 60대엔 시속 60km로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체감되기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나이 듦에 공포를 느끼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내 몸 어딘가 고장이 나서 혹여나 내 자식에게 폐를 끼칠지 모른다는 걱정, 그리고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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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 봉사를 하는 어르신. |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다. 공원에서 운동기구를 소독하거나 청소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고, 우체국에서 체온 체크 등을 안내하고, 학교 앞에서 교통 정리를 하는 등 수많은 곳에서 그야말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이른바 공공근로 어르신들이다.
60대 중반인 어머니도 올해부터 지역구청이나 교육청을 통해 일자리를 찾으셨다. 긴 육아 도우미를 끝내고 처음 하셨던 일은 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에게 위치 추적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전달하고 수거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 학교에서 방역 도우미로 일하고 계신다. 하루에 세 시간 가량 일하고 받는 금액은 한 달에 60만 원이 채 안 되지만 엄마는 뿌듯하고 즐거워하신다.
엄마의 지인들도 대부분 공공근로에 참여하고 계신다. 초등학교 앞에서 교통 봉사를 하시는 분, 장애인 학교 스쿨버스에서 등·하원 도우미로 일하시는 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실버카페에서 일하시는 분 등… 가끔 이런 노인 일자리를 두고 비판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라도 어르신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에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내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내 힘으로 일해서 돈을 번다는 것 그 자체에 어르신들은 굉장한 기쁨을 느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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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가구의 소득원별 구성 및 평균금액.(출처=보건복지부 2020 노인실태조사) |
실제로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에 걸쳐 65세 이상 노인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 노인의 개인소득은 2008년 700만 원, 2020년 1558만 원으로 계속적으로 증가했고 경제활동 참여율 역시 2008년 30.0%, 2020년 36.9%로 증가했다. 특히 65~69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8년 39.9%에서 2020년 55.1%로 무려 14% 이상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공공기관의 노인 일자리 외에도 지속가능한 민간 영역의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도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령자친화기업은 직원 다수가 만 60세 이상으로 구성된 기업을 설립하면 최대 3억 원을 3년에 걸쳐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48개 기업이 신규로 선정돼 총 301개가 됐다.
또 중소·중견기업이 60세 정년을 넘은 고령자를 계속 고용할 경우 정부가 인건비의 일부를 지급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의 지원 대상도 이달 들어 확대됐다. 지난 해 신설된 계속고용장려금은 정부가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등을 통해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고령자에게는 고용 안정을, 기업에겐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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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친화기업 사업 유형 및 지원 내용.(출처=보건복지부) |
어머니 친구 분도 작은 회사의 행정 업무를 30년 이상 맡아서 일하고 계신다. 회사로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장려금까지 받으며 고용할 수 있어서 좋고, 어머니 친구 분은 나를 믿고 일을 맡겨주는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대한민국은 2026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노인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한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될 것이다. 백세시대라 할 정도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만큼 고령층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명진 uniquekm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