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올해 연말정산을 미리 계산해보니 세금을 토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줄곧 조금씩이라도 환급을 받아 왔었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전화를 끊고 지난 한 해를 곰곰이 돌이켜봤다. 생활 습관이나 소비 패턴에 큰 변화가 생긴 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더 내야 하는 걸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 연말정산에 대한 정보들을 이리저리 수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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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문화비 항목을 확인해볼 수 있다. |
몇 가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첫 번째는 작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이다. 미취학아동일 때에는 유치원에 내는 수업료 중 자부담 비용이나 기타 학원비가 모두 공제 대상 교육비로 잡혔지만 초등학생이 되면서 이 금액이 90% 가까이 사라졌다. 초, 중, 고등학생의 경우 아이들의 학원비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교육비 공제 항목이 확연하게 줄어든 것이다.
두 번째는 작년 봄 주로 쓰던 체크카드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이후 재발급받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를 사용해 왔다는 점이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세액공제율에 차이가 있어 아무래도 체크카드를 쓰는 게 유리할 텐데 내역을 보니 대부분 신용카드 사용액이었던 게 눈에 띄었다.
이제 와서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니 아쉽지만 올해에는 내년 연말정산 시 공제될 수 있는 항목들을 더욱 잘 챙기고 신경 쓰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취학아동이 되어 앞으로도 교육비 공제액이 거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공제 항목들을 자세히 살피며 소비하고, 또 체크카드 사용분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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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 소득공제 제도 소개 리플렛.(출처=한국문화정보원). |
그러다 문득 문화비 소득공제란 단어가 떠올랐다. 얼마 전 뉴스에서 해당 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다. 문화비 소득공제란 급여소득자의 도서 구입 및 공연 관람, 박물관 및 미술관 입장, 신문 구독을 위해 사용한 금액에 대해 연간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라고 한다.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 중 직불카드, 선불카드, 현금 등 사용액이 총급여액의 25%가 넘는 경우 받을 수 있으며 산식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근로소득 금액에서 공제해 준다. ‘문화비’는 추가로 100만 원의 소득 공제한도가 인정되고 공제율은 30%로 적용이 돼 이를 잘 챙긴다면 분명 더 꼼꼼한 연말정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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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을 즐기고 연말정산 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니 ‘문화비 소득공제’는 반드시 챙겨야 할 제도인 것 같다. |
현재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서 문화비 확인이 가능하도록 문화비 재화 판매 관련 사업자로부터 문화비 자료의 전자적 수집을 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연말정산은 아는 자가 더 쏠쏠하게 혜택 받을 수 있는 제도이므로 유심히 살펴보도록 하자.
문화비 중 누락된 항목이 있다면 먼저 문화비 소득공제 누리집에서 해당 지출과 관련해 소득공제 제공 사업자인지, 문화비 해당 품목인지 확인해 보고 만약 조건이 일치한다면 구매처에 문의해 구매 내역이나 영수증 등 문화비 상품을 샀다는 증빙자료를 재발급 받아 근로소득자 소득·세액 공제신고서에 누락 내용 작성 후 이와 함께 재직 중인 회사 방침에 따라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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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문화비 관련 티켓이나 영수증을 미리 챙겨보고자 2022년 문화비 영수증(티켓) 파일을 만들었다. |
남편과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다시 보니 도서공연 등의 항목으로 문화비가 조회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아는 대로 요건이 맞는지 살펴보긴 했는데 지난 1년간의 일정들을 정확히 떠올려 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문화비에 지출한 영수증들은 따로 모아보기로 했다. 아이가 어려 박물관·미술관에 자주 방문하는 편이고 또 공연 관람도 종종 하는 터라 2022년에는 계획적으로 문화비 소비를 해봐야겠다고 다짐도 해봤다.
더 깊게 느끼고, 질문하는 글쓴이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