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망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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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 없는 양파는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
얼마 전 인근 마트에 갔다. 산처럼 쌓인 양파가 시선을 끌었다. 붉은 망 속에 있지 않고 낱개로 팔고 있었다. 푯말을 보니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서 하는 ‘농산물 포장 줄이기’ 시범행사였다. 벌써부터 톡~ 쏘는 양파 향이 입안에 훅~ 감돌았다. 지인의 부모님이 양파 농사한다며, 양파즙 몇 봉지를 줬던 기억까지 함께 떠올랐다. 그때 지인은 양파망 작업이 은근히 손이 많이 간다고 말했었다.
“양파망을 재활용하는 것도 한두 번이죠. 결국은 쓰레기잖아요.” 우리는 양파망이 애물단지라는 이야기에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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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망과 포장재에 담긴 양파. |
한국 음식에서 빼놓기 섭섭한 채소, 양파다. 그만큼 자주 사니, 양파망을 탓하고 싶진 않지만 늘 쌓인다. 간혹 양파망은 음식물 쓰레기나 분리수거로 잘 못 버려져 애를 먹기 일쑤란다.
“낱개로 파네. 맨날 많이 사서 몇 개는 꼭 썩혔는데.”
양파망 없는 양파는 반응도 좋았다. 옆에서 양파를 고르던 젊은 여성 말이 공감됐다. 더욱이 농축산물 소비쿠폰이나 카드 등으로 20%나 할인돼 제법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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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포장재 줄이기’ 행사는 가격까지 할인이 돼 더 좋았다. |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지난 2월 전국 17개 시·도 96개 대형마트에서 ‘농산물 포장 줄이기’ 시범행사를 진행했다. 행사는 일주일로 끝났으나, 체감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번 행사로 양파 173톤 기준, 약 11만5000개의 양파망 발생을 줄였다고 했다. 앞으로 이렇게 대형마트에 자리 잡으면, 1.5kg 양파망 1억7867개가 감소할 거라 예상된단다. 놀라지 마시라 무려 1억8000개!
문득 궁금해졌다. 그동안 내 작은 실천이 얼마나 환경에 도움이 됐을까. 장바구니나 개인 물병은 가지고 다녔지만, 도대체 이 크나큰 지구에 얼마만큼 기여를 한 건지 실감이 안 났다. 더군다나 그 와중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 모두 환경문제를 뼈저리게 느꼈지만, 실천하는 건 더 어려워졌다. 비대면, 비접촉이 급했으니까.
그래서일까. 그레타 툰베리(환경운동가)까지는 아니라도, 양파 구매만으로도 환경문제에 도움이 된 듯싶어 뿌듯했다. 이 참에 좀 더 일상에서 쉽게 환경 실천을 해볼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회용 컵에 담아온 음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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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용 컵 없는 매장을 찾았다. |
환경부는 6월 10일부터 1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커피 판매점 등에서 제품 가격에 1회용 컵 1개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하도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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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는 다회용기 반환 기계가 있었다. |
난 주로 커피를 사 들고 오는데, 1회용 컵 없는 시범매장이 있다고 해 찾아갔다.
“보증금 1000원을 받고 다회용 컵에 드리는데요. 기계에 반납하시면 현금 반환이나 적립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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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보여준 다회용 컵이 청결해 보였다. |
매장에선 늘 머그컵에 마시는데도, 들고 다니는 다회용 컵은 좀 낯설었다. 계산대 옆 가지런히 놓인 다회용 컵이 꽤나 깔끔해 보였다. “네, 다회용 컵에 주세요!”
1회용 수저, 포크, 불필요한 반찬 안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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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 앱에서 오랫동안 줄여 온 1회용품이 쌓였더니 꽤 됐다. 요청사항에 일회용품 선택을 할 수 있다.(출처=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
특히 코로나19 이후, 배달음식을 먹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요즘은 안 먹는 반찬이나 1회용 수저와 포크는 받지 않고 있다. 물론 설거지는 귀찮지만, 버리는 양이 어마어마한 걸 알기 때문이다. 난 그동안 얼마나 지구를 생각했었을까. 배달 앱을 보니, 그동안 내가 아낀 1회용품 횟수가 나와 있었다. 지구가 다시 미소를 머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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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은 내 물병으로 할인 혜택을 받고, 다른 한 잔은 다회용 컵을 사용해 환경실천을 했다. |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환경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기관, 업체 , 단체 등 곳곳에서 환경 캠페인이 진행된다. 평소 참여하기 어려웠다면 지금 한 발 내디뎌 보면 어떨까. 난 내가 산 포장 없는 양파와 다회용 컵이 조금이나마 지구에 도움이 된 걸 알게 됐다.
작은 일로도 환경 실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힘을 준다. 특히 양파는 농가의 일을 덜고 알맞게 살 수 있어, 젊은 여성과 지인의 부모님까지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잠시 멈췄던 내 환경 실천, 이렇게 다시 시작됐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