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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이 우리 지역에 스며들었다!

2022.11.25 정책기자단 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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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경남 지역에서는 요즘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줄 대형 전시회가 열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월요일 아침이면 직원들끼리 안부 인사처럼 관람 후기를 물을 정도다. 바로 이건희 컬렉션이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 기증 사례로 기록된 이건희 컬렉션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생전에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에 기증한 것이다. 기증 1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서울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특별전에서는 4개월 동안 23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서울과 지방 간 문화향유 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 순회전으로 경남도립미술관에서는 지난 10월 28일부터 이건희컬렉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과 지방 간 문화향유 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 순회전으로 경남도립미술관에서는 지난 10월 28일부터 이건희 컬렉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주위에서도 왕복 6시간이 넘는 KTX를 타고 서울까지 갈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예약이 치열한 탓에 나도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 내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서울과 지방 간 문화향유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 순회전을 개최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과 경남, 내년에는 대전을 비롯한 7개 지역, 2024년에는 제주를 비롯해 3개 지역 등 총 13개 지역에서 순회전이 열린다. 

그동안 지방에서 대형 미술전시가 열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고가의 미술품을 감당하지 못하는 환경 때문이었다. 일정 온도와 습도가 24시간 조절되어야 하는데, 지방 미술관에서는 노후한 건물로 인해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18년 된 경남도립미술관도 마찬가지였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위해 급하게 항온·항습 시설을 갖추는 눈물겨운 노력 끝에 전시가 열리게 됐다. 

미술 관람을 위해 KTX를 타고 원정을 가지 않아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첫날에는 야외마당까지 2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오픈런을 할 정도로 지방도립미술관 역사상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고. 하루 두 차례 도슨트 해설전시도 열려 미술전시를 제대로 관람하려는 이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관람 비용이 무료라는 점이다. 

이건의 컬릭션이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은 2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오픈런을 할 정도로 지방도립미술관 역사상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건의 컬렉션이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은 2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오픈런을 할 정도로 지방도립미술관 역사상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지난 11월 17일 목요일 오후 2시, 이건희 컬렉션 전시가 열리는 경남도립미술관을 찾아가봤다. 평소 여유롭던 주차장 입구는 주차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차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전시장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전시가 열리는 3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남특별전은 1930년부터 2010년까지 80여 년의 한국 근현대 미술을 아우르며 한국미술사를 대변할 수 있는 거장 40여 명의 한국화를 비롯해 회화, 조각 등 60점을 만날 수 있었다. 

오후 3시,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해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작품 제목과 작가 이름밖에 적혀 있지 않아 그림을 어떻게 이해할지 모를 때는 나처럼 도슨트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작품을 이해하는 시각과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무료로 진행하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참여해봤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무료로 진행하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참여해봤다.


“다음은 김기창 작가의 작품을 보러 가실까요?”

전시장에 들어서자 관람객들이 붐비는 곳을 따라 가보니 제일 먼저 김기창 화백의 ‘투우’라는 작품이 맞아줬다. 두 마리의 육중한 소들이 몸을 부딪치며 팽팽하게 대치하는 장면은 대형 화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생동감이 있었다. 산수화의 수묵 기법에 물감을 칠해 서구적인 화법이 접목된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소개됐다. 

이날 80대가 넘어 보이는 백발의 어르신들이 지팡이를 짚고 전시장을 찾은 모습이 인상 깊었다. 어르신들에게 단연 인기가 있던 투우 작품은 많은 관람객들이 인증샷을 찍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상범 작가의 ‘사계산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교육기관에서 전통화법을 배워 완성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당시 중국 영향을 받은 작품들의 틀에서 많이 벗어난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 10폭의 병풍 속에는 배를 타는 어부부터 산을 오르는 지게꾼 등 다양한 인물들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상범 작가의 '사계산수'는 10폭의 병풍 속에는 배를 타는 어부부터 산을 오르는 지게꾼 등 다양한 인물들을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상범 작가의 ‘사계산수’는 10폭의 병풍 속에 배를 타는 어부부터 산을 오르는 지게꾼 등 다양한 인물들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변관식 작가의 ‘금강산 구룡폭’은 해방 전 수차례 금강산을 오가며 구룡폭포의 모습을 담은 수묵채색이 인상 깊었다. 도슨트의 작품 설명에 따르면, 일제 말기 은둔하면서 금강산의 풍경을 스케치했다고 하는데, 금강산의 산세와 폭포, 바위를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해 화폭에 담았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금강산의 모습을 미술작품으로 관람할 수 있어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제2부, 오늘이 그림이 되니’ 전시장에서는 정감 있고 평범한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많았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등 당시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내가 보고 싶었던 이중섭 작가의 ‘가족’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일본 유학 후 한국전쟁으로 피란 생활을 하다 아내와 자식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혼자 통영과 대구를 전전하며 가족과의 이별, 그리움, 재회를 소망하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 부둥켜안은 모습은 가족과 따로 사는 그의 심리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말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작품 크기가 작아 놀랐지만 섬세한 붓 터치와 작가의 작품 세계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제2부 전시실에서는 이중섭 작가의 ‘가족’ 작품을 관람하려는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제2부 전시실에서는 이중섭 작가의 ‘가족’ 작품을 관람하려는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 옆에는 박수근 작가의 ‘나무아래’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커다란 나무를 중심으로 휴식을 취하는 두 여성의 모습은 평범한 농가의 일상 풍경을 담고 있었다.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박수근 작가는 한국전쟁 후 황폐해진 땅에서 소박하지만 끈질기게 살아가는 당시 서민들의 모습을 진실되게 표현한 점에서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제3부, 영원을 꿈꾸리’에서는 조각과 조형물을 중심으로 경남 출신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특히 하동 진교 출신 김경 작가의 추상화는 아기를 업고 있는 여인을 표현한 듯했다. 이 작품은 한국 현대 미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놓고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작품으로 이번 전시회에서 꼭 눈여겨볼 만한 보석 같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평소 지방미술관에서는 대형미술전시가 열리지 않은 까닭에 이날 전시장에는 80대가 넘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평소 지방 미술관에서는 대형 미술전시가 열리지 않은 까닭에 이날 전시장에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두 시간 동안 관람해본 이건희 컬렉션 전시는 근대와 현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누구나 일상적인 생활에서 미술을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국가의 문화적 역량을 꽃피울 수 있다고 판단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수집 철학을 공감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하나 hanaya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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