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옷을 갈아입기 귀찮아 그냥 살 때가 있다. 집에 와 구매한 옷을 입어보면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 ‘아까 본 나풀거리던 옷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인터넷 구매는 더하다. 가급적 모델이 아닌 구매자들이 올린 실제 후기를 보곤 하지만, 어디 나랑 같은 사람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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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패션 행사가 열린 강남섬유센터. |
메타패션이 뜨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에 메타패션 규모가 5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MZ세대들은 메타패션을 친환경 패션이자, XR(확장현실) 경험으로 생각해 전망이 더 밝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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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패션 쇼케이스 전시장. |
메타패션은 말 그대로 가상의류를 뜻한다. 메타패션은 패션테크의 일종으로 현실에서 옷감의 재질, 색감 등 제약으로 실제 구현이 힘든 패션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제작하며 넓게는 메타버스 상 아바타 스킨까지 포함한다. 얼마 전 이런 메타패션을 실제 체감해볼 기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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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지 않는 곳을 찍기 위해 땀흘렸던 행사장. |
지난 12월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패션산업협회가 주최한 ‘2022년 대한민국 패션대상’ 행사가 열렸다. 패션대상 오프닝 무대로 지난 11월 30일 출시한 메타패션 30벌 중 9벌이 하이브리드(실물+디지털) 패션쇼로 선보였다.
메타패션을 직접 만난다? 신기한 마음에 당장 신청을 했다. 나같이 생각한 사람이 많았나보다. 전시회는 예상보다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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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스캐너로 5초 내에 신체 측정이 된다. |
“이 짧은 시간에 별별 치수가 다 측정되네.”, “여기선 감출 수가 없겠어.”
먼저 시선을 잡은 건,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이 선보인 사이즈 코리아 메타커머스(가상쇼핑몰) 플랫폼이었다. 3D 인체 스캐너로 측정해 개인 아바타를 생성하고 맞춤형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한 청년이 장비에 올라가자 인체 측정 스캐너가 1분도 안 돼 측정을 끝냈다.
데이터를 산출하기 위한 스캐너에서 3D 생성은 1분 이내, 실제 신체 측정은 5초 정도 걸린다. 데이터 산출 후에는 본인 아이디에 신체 데이터가 저장되며, 로그인하면 메타커머스 안에서 정확한 쇼핑이 가능하다. 또 알고리즘으로 알맞은 의류들을 추천해 줘, 바로 구매할 수 있다. 꽤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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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측정을 통해 치수에 맞는 의자도 추천해준다. |
“제품에 따라 옷이 좀 크게 나오기도 하잖아요. 그런 사이즈 차이 없이 정확하게 조절하니 딱 맞는 옷이 가능하죠.”
측정 장비는 얼마 전부터 육해공군에 납품되고 있다고 한다. 입영자들이 입는 피복을 정확한 신체 지수로 재어준다니 왠지 고맙다. 맞는 옷을 입는 게 얼마나 편한지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않는가.
놀라운 건 또 있었다. 인체 사이즈에 맞는 의자 같은 가구도 구매 가능했다. 안경, 속옷, 액세서리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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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디자인 옷들을 제작할 수 있다. |
맞춤 주문 부스도 흥미로웠다. 즉석에서 디자인을 골라 주문할 수 있다. 기존에도 옷을 맞출 수 있었지만 정해진 업체, 제한된 디자인 주문이 일반적이었다. 이곳은 다양하게 디자인을 해 직접 주문할 수 있고 누구나 생산 업체로 등록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디자인이 생긴다니 좋다. 유행에 따라 자신과 맞지도 않는 옷을 입는데 지쳤고, 점점 소비자는 다양한 개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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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을 통해 유명 디자이너 옷을 입어볼 수 있었다. |
또 KT 메타패션 플랫폼에서는 아바타에 유명 디자이너와 셀럽이 협업, 시범제작한 메타패션 의류를 입어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국내 유명 패션디자이너 3인과 셀럽 3인이 협업하여 30벌의 디지털 의류가 선명한 색감과 소재를 지닌 고화질 디지털 영상으로 제작됐다.
향후 기술이 발전되면 그 옷을 입고 가상회의에도 참여할 수 있단다. 눈부신 회의가 되지 않을까. 앱을 통해 내 아바타에 맘에 드는 디자이너의 옷을 입혀 어울리는지 확인해보며 할인쿠폰 등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전문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제작 가능해서 예비 디자이너에게도 도움이 되고 구매자들은 실제 피팅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이런 메타패션이 다양해진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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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오디션 톱10 브랜드 부스에서 사람들이 살펴보고 있다. |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메타패션이란 신시장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어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앞으로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콘텐츠 등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거 같아요.” 행사를 주최한 담당자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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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오디션 톱10 브랜드 부스. |
“현재 메타패션은 소비자보다는 기업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어요. 옷 한 벌을 위해 여러 차례 수정 작업으로 발생하는 소모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니까요. 그렇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되면서 일반인들도 여러모로 관심이 높아졌고요.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과 패션을 접목시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고 그걸 기반으로 국내외에 선점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어요.” 또 다른 담당자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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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트로 다채로운 메타패션을 만날 수 있었다. |
패션테크 부문은 신성장동력으로 새로운 수입원이 된다고 했다. 난 무엇보다 메타패션 플랫폼이 확대돼 예비 디자이너들에게는 참여 기회를, 또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의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메타패션을 통해 거리에서, 또 가상공간에서 각자에게 맞는 다채로운 패션 문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김윤경 otter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