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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디자인’ 아세요? 편의점에서 직접 체험해보니

2024.09.02 정책기자단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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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던 지난 8월 청계천에 조금 특별한 편의점이 선보였다. 저시력자나 보행 약자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이곳에서 실제 판매는 하지 않는다. 전시 기간 동안 비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거나 저시력자 체험 안경과 안대, 지팡이 등을 착용해 유니버설디자인을 체험해볼 수 있다.

청계광장에서 열린 '유니버설디자인 공감주간' 전시 및 체험.
청계광장에서 열린 ‘유니버설디자인 공감주간’ 전시 및 체험.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함께 하는 ‘유니버설디자인 공감주간’이 지난 8월 3일부터 9월 11일까지 열리고 있다. 매년 진행되는 이 주간은 유니버설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성을 이해하고 모두에게 편리한 환경으로 나갈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주간이다. 올해는 ‘모두가 누리는 우리 동네’를 주제로 한 전시와 공모전, 세미나가 준비돼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편의점은 무엇이 다를까. 유니버설디자인을 체험해보고 싶어 전시가 열린 청계광장을 찾았다.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시 입구에 설치된 휠체어경사로.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시 입구에 설치된 휠체어경사로.
전시는 편의점을 모델로 구성됐다.
전시는 편의점을 모델로 구성됐다.

먼저 편의점 입구에 휠체어가 이동하기 편리하도록 설치된 경사로가 눈에 들어왔다. 문은 여닫이가 아닌 자동문이었고 휠체어가 회전할 공간은 넓게 조성돼 있었다. 내부에 있는 영상 모니터나 게시판들은 휠체어에서 보기 편하게 비스듬히 설치됐다. 

체험은 모두 3가지였는데 나는 전부 해보기로 했다. 먼저 휠체어를 타고 냉장고와 진열대 상품을 꺼내 구매하는 체험이다. ‘물건만 구매하면 된다니 이건 넘 쉬운거 아닌가?’  바로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용 구매 카트를 휠체어에 부착했다. 사실 이런 카트가 있다는 것도 잘 몰랐던 터라 신기했다.

휠체어와 휠체어용 쇼핑카트가 놓여있다.
휠체어와 휠체어용 쇼핑카트가 놓여있다.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천천히 이동해주세요.”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음료수를 꺼내봤다.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음료수를 꺼내봤다.

조심스레 휠체어를 움직여 봤다. 보기엔 수월해 보였는데 막상 휠체어로 이동하며 회전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곳은 전시공간인 만큼 방향 전환하는 공간이 넓었다. 실제 편의점은 좁기에 꽤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 손잡이는 휠체어 높이에 맞췄고 긴 바형으로 생겨 잡기 쉬워 보였다. 손잡이를 당겨 음료수를 꺼냈다. 

색상으로 온도 등을 나타내 저시력자들도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색상으로 온도 등을 나타내 저시력자들도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이번에는 진열대에서 상품을 찾을 차례. 진열대는 색상에 맞춰 상품을 배치해놓았다. 색상에 따라 뜨겁고 차가운 음식을 구분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이런걸 컬러 유니버설디자인이라고 한단다). 저시력자들에게 유용해 보였다. 또 손이 닿기 쉬운 하단에는 많이 구매하는 상품을 진열했다. 손을 뻗어 구매상품을 바구니에 담은 후 계산대로 갔다. 계산대 하부공간이 휠체어가 들어가게 돼 있어 편리했다. 

저시력자 체험 안경 및 안대, 헤드셋, 지팡이 등을 가지고 체험을 했다.
저시력자 체험 안경 및 안대, 헤드셋, 지팡이 등을 가지고 체험을 했다.

이어 다른 체험에도 도전했다. 안내자의 설명에 따라 희뿌연 안경과 헤드셋을 끼고 지팡이를 짚자 몹시 불편해졌다. 이 상황에서 현금인출기와 무인 계산대를 이용해야한다. 다행히 유니버설디자인 현금인출기는 저시력자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인지하기 쉬운 그래픽과 음성이 표출됐다. 마지막으로 꽤 흐릿하게 보이는 안경을 쓰고 점자로 된 상품을 찾았다. 아직 시판하는 모든 상품이 점자로 표기돼 있지는 않아 이곳에서 임의로 만들어 놓았단다. 시원한 음료 하나와 과자를 고르는데 적잖은 시간과 수고가 들었지만, 유니버설디자인이 아니었다면 아예 포기하지 않았을까 . 그렇게 생각하니 이런 곳이 진짜 우리 동네에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계산대 높이는 휠체어를 고려했고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도 마련돼 있다.
계산대 높이는 휠체어를 고려했고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도 마련돼 있다.

체험을 마치고 얼마 안 있어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 장애인이 근무하는 편의점이 첫 선을 보였다. 지난 8월 23일 제주도에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 ㈜BGF 리테일 등 3개 기관이 함께 한 민관 첫 장애인편의점이 개소했다. 제주 혼디누림센터 1, 2층에 위치한 ‘CU 제주 혼디누림터점’에는 중증장애인 2명이 월~금 하루 4시간씩 주5일 근무를 한다. 

분리수거함 모양이나 높이도 휠체어 등을 타고 이용하기 쉽게 돼 있다.
분리수거함. 모양이나 높이도 휠체어 등을 타고 이용하기 쉽게 돼 있다.

이곳에는 청계광장에서 본 유니버설디자인이 어떻게 적용돼 있을까. 궁금한 생각에 한국장애인개발원 UD 환경팀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는 “전시 체험 행사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중심으로 구현했고, 실제 편의점은 운영공간의 제약상 가능한 부분에서 최대로 반영하고자 했어요. 우선 휠체어가 회전하는 공간, 다양한 높이의 테이블, 물품 및 진열대 높이와 하부공간을 확보한 계산대 등을 적용했습니다. 또 장애인 근무자들의 활동공간 등을 고려했어요”라고 답했다. 더 흐뭇한 건 9월에는 2호점인 국립 평창 청소년수련원점이, 10월에는 3호점인 부산 글로벌테크노점이 개소를 앞두고 있단다.  

상하단 상품 배치를 휠체어 높이 등에 맞춰 적절하게 고려했다.
상하단 상품 배치를 휠체어 높이 등에 맞춰 적절하게 고려했다.

요즘 다양한 곳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유니버설디자인에 관해 정확히 알고 있을까. 혹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진 않을까. 유니버설디자인은 성별, 나이, 국적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는 제품, 또 그런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즉 모두를 위한 디자인인 셈이다. 

안내견과 함께 앉을 수 있는 배려석이 마련돼 있다.
안내견과 함께 앉을 수 있는 배려석이 마련돼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UD 환경정책기획 담당자는 “유니버설디자인이 장애인 만을 위한 디자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임산부, 노약자들을 넘어 모두에게 편리한 디자인이다”라며 “유니버설디자인에 관한 인식이 더 확산하길 바라는 취지로 올해 주제를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우리동네로 정했다”라고 말했다. 

점자를 새겨 키링을 만드는 체험과 점자 카드를 만드는 체험을 해봤다.
점자를 새겨 키링을 만드는 체험과 점자 카드를 만드는 체험을 해봤다.

생각해보니 남의 일이 아니다. 난 요즘 눈이 침침해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무릎이 아프신 엄마는 많이 걷지 못하신다. 아직 어린 조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면 경사로 없이 이동하기 어렵다. 알다시피 큰 여행 가방을 든 관광객에겐 작은 문턱도 꽤 힘이 든다. 이런 모든 걸 생각해 유니버설디자인은 알아보기 쉽고 직관적이며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등 여러 점을 고려해 추진한다.   

국제세미나 사전등록 이벤트. <출처=유니버설디자인 누리집>
국제세미나 사전등록 이벤트.(출처=유니버설디자인 누리집)

‘유니버설디자인 공감주간’ 중 전시는 끝났지만, 국제세미나는 9월 11일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진행된다. ‘모두가 누리는 우리동네’를 주제로 물리적, 인지적 환경에 대한 국내·외 연사가 정책과 사례 등을 발표한다.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위해 온·오프라인으로 열리며 온라인은 유튜브에서 송출할 예정이다. 또 9월 4일까지 사전등록을 하면 추첨을 통해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또 공모전 시상식과 수상작 전시 또한 국제세미나와 같은 날, 동일 장소에서 진행된다. 

바닥에 휠체어가 회전할 공간을 표시해 놓았다.
바닥에 휠체어가 회전할 공간을 표시해 놓았다.

나, 너 우리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이 아니던가. 모두에게 편리한 환경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세미나를 들어보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해외관광객 방문이 늘고 초고령화 시대를 앞둔 요즘, 더 많은 유니버설디자인이 곳곳에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2024 유니버설디자인 공감주간 

기간: 8월 3일 ~9월 11일 

누리집: https://www.koddi.or.kr/ud/index


정책기자단 김윤경 사진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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