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임종을 앞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자연스러운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의사를 미리 표명한 문서이다.
두 분의 등록증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함과 동시에 그분들의 결정을 존중해드려야겠다는 엄숙한 생각도 들었다.
부모님께서는 21년도 할아버지의 임종을 경험하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로 결심하셨다고 한다.
당시에 할아버지께서는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쓰러지셔서 뇌사 판정을 받으셨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는 환자의 인권을 이유로 연명치료를 임의로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할아버지께서는 며칠 뒤 자연스럽게 호흡을 멈추시고 편안한 모습으로 임종하셨다.
이때의 상황이 부모님의 결정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부모님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류는 많은 질병을 극복하였고 과거에 비해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의학적으로 소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도 생명 연장을 위한 다양한 시술과 처치를 받으며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고통스럽게 보내야 하는 환자들도 있다.
정부는 이러한 환자들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18년도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시행했다고 한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소개 페이지 캡처본 (제공 = 국립연명의료기관)
해당 정책은 필자와 가족에게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부모님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남양주풍양보건소에 방문하여 보건행정과 홍용현 주무관님께 인터뷰를 요청하여 진행하였다.
남양주 풍양보건소 전경(기자 제공)
보건소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관련 담당자 인터뷰 진행 사진.(기자 촬영)
Q.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어떤 제도인가요?
A. 쉽게 말하면, 임종이 임박했을 때 환자가 연명치료를 받을지 말지를 미리 결정해 두는 제도입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피하고 본인의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법적 장치죠.
Q. 누가 신청할 수 있나요?
A.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신청자가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만일 환자가 치매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라면 안 됩니다.
Q. 신청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A. 반드시 본인이 직접 신분증을 가지고 방문해야 합니다. 가족이 대신 동의하는 것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현재 보건소나 일부 지정 병원에서 신청을 받고 있고, 저희는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최근엔 종이 대신 PC나 태블릿을 통해 전자 등록하는 방식도 사용합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상담 공간을 별도로 갖춰야 한다. 실제 상담모습.(제공=남양주 풍양보건소)
Q.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 어떤 상황에서 효력을 발휘하나요? A. 의료기관 윤리위원회에 소속된 담당의와 전문의가 환자가 임종 과정에 들어갔다고 공식적으로 판정해야 합니다. 이 판정이 내려져야만 작성된 의향서가 효력을 갖습니다. 그전까지는 병원에서는 최대한으로 환자의 회복과 생명 연장을 위해 노력합니다.
Q. 의향서를 작성하지 못한 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요? A. 의식이 있는 상태라면 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의식이 없고 사전의향서도 없으면, 가족 전원의 합의 또는 평소 환자가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명확한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의 가족 2인 이상 일치된 진술이 필요합니다. 평소 본인의 발언 내용이 중요해지는 거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서, 최근에는 전자기기를 통한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기자 제공)
끝으로 서두에 이야기했던 부모님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을 보면서 평소에는 하지 못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먼저 '부모님은 이제 당신들의 죽음을 묵상하고 준비하시는 시기가 되셨구나'라는 생각과 이에 대한 먹먹함과 슬픔이 찾아왔다.
하지만 동시에 의연하게 이를 준비하시는 부모님의 태도와 결정에 대한 존경심도 들었다.
또한 부모님의 죽음 뿐만 아니라 나의 죽음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 또한 언젠가 죽음을 마주할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질 날이 있을 텐데, 여기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고 있느냐는 자문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