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이 없고 피곤할 때 산나물에 고소한 들기름 한두 방울 넣고 비벼 먹으면 잃었던 입맛이 확 돌아왔다.
그런 내가 미국에 거주했을 때 정말 아쉬웠던 건, 싱싱한 산나물을 구할 수 없다는 거였다.
미국의 자연은 더 넓었지만, 난 봄이 되면 쌉쌀한 풀 내음이 가득한 우리나라 임산물이 몹시 그리웠다.
목재로 만든 정문.
며칠 전 입맛을 찾아줄 '숲푸드'가 내 곁으로 찾아왔다.
호우주의보가 내린 금요일 오후, 도심 한복판에 산과 숲이 펼쳐졌다.
지난 5월 16일과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2025 우리 임산물 숲푸드 대축제'가 열렸다.
비가 퍼붓는 궂은 날씨였지만 많은 사람이 행사에 참여했다.
개막식에서 관계자들이 모두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5 우리 임산물 숲푸드 대축제'에 오신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개막식에서는 우수임업인 시상과 업무협약 및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임산물은 숲에서 자란 수실류(나무의 열매), 버섯류, 산나물 및 약초류 등 자연이 주는 건강한 먹거리를 뜻한다.
산림청은 지난 2월 우리 임산물의 새로운 브랜드인 '숲푸드'를 발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숲푸드'는 임업인이 국내에서 재배한 임산물 및 가공품을 지칭하는 국가 공동 상표를 뜻한다.
이에 지난 2월 대전청사에서 '숲푸드' 특별 판매전을 열었으며 네이버 스토어, 지마켓 등 온라인에서는 지난 4월부터 판매기획전을 열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져 즐거움을 선사했다.
광화문광장 행사는 크게 기획 전시 1, 2관과 임산물 판매 홍보부스 및 숲푸드 다이닝, 이벤트 부스 등으로 구성됐다.
임산물 판매 홍보부스부터 가보기로 했다.
"어쩜 산나물 향이 좋네."
"이 산나물은 엄나무라고 하는데요. 간이나 기관지에도 좋아요."
판매 부스에 들어선 여성이 관심을 보이자, 상인은 반갑게 이야기하며 어떻게 먹으면 더 맛있는지 알려줬다.
옆 부스에서는 외국어가 들렸다.
외국인들이 오미자차를 마시고 있다.
"오미자나무 열매로 만든 음료수입니다."
오미자차를 받아 든 외국인이 신기한 듯 맛보고는 엄지를 들었다.
오미자차를 따라주던 상인은 이 차가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의미로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 보였다.
오가피 양갱.
표고버섯으로 만든 포. 참신했다.
각종 나물과 버섯으로 만든 국수, 육포처럼 보이는 경기도 양평의 표고버섯 포와 강원도 오가피로 만든 양갱들도 선보여 흥미를 끌었다.
쉽게 보기 어려웠던 임산물이 특별한 제품으로 만들어진 모습이 신기했다.
◆ 이달의 임산물
5월 이달의 숲푸드인 어수리.
"어수리 나물이에요. 임금님이 드시던 나물입니다!"
강원도 삼척에서 온 어수리 나물은 산림청이 선정한 '5월 이달의 임산물'로 옛날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릴 만큼 귀한 산나물이다.
향긋하고 진한 풍미가 나며 봄철 원기 회복과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준다.
또 뿌리 추출물은 항산화 작용을 도와 면역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어수리 나물을 하나 날것으로 먹어봤다.
푸른 잎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상인은 한번 먹어 보란다.
마치 임금님이 선사한 것이라 생각하면서 생 어수리 나물을 잘라 입에 넣었다.
봄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쌉쌀한 듯하나 쓰진 않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입안은 어수리 나물 덕분에 봄을 맞이한 숲처럼 생기있게 느껴졌다.
어수리는 어떻게 먹으면 좋냐고 묻자, 상인은 주로 어린 순을 데쳐 나물로 무쳐 먹거나 볶음, 장아찌 등으로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날처럼 비 오는 날에는 어수리를 넣어 부침개를 하면 진짜 맛있다고 귀띔했다.
"퀴즈를 풀면 공을 던져 지역 임산물로 만든 캐러멜을 드립니다"
◆ 임산물 지리적 표시제
임산물 지리적표시 다트 이벤트.
각 지역 임산물 캐러멜. 모든 맛이 다 궁금했다.
임산물 지리적 표시제를 소개하는 부스도 있었다.
임산물 지리적 표시제는 우수한 지리적 특성이 있는 임산물 및 가공품의 지리적 표시를 등록 보호해 지리적 특산품의 품질을 높이고 지역 특화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64개의 임산물이 지정돼 있으며 마지막 64번째는 지난해 9월 지정된 완주 곶감이다.
설명을 듣고 다트 이벤트에 참여해 그 지역의 지도로 공을 던져 성공하면 상품을 받았다.
상품은 공주 밤, 가평 잣, 보은 대추, 상주 곶감, 고창 복분자로 만든 임산물 캐러멜.
개인적으로 복분자 캐러멜이 궁금했지만, 공주 밤이 당첨돼 한 갑을 받았다.
알록달록한 상자 안에 들어있는 캐러멜에 구미가 당겨 한 개를 꺼내 입에 넣으니 밤 맛이 살살 녹았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도 나와 임산물 개발과 계량에 관해 들려줬다.
버섯같이 많이 재배하는 경우 다른 품종을 사와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게 되면 사용료(로열티)를 내야 하는데 국산이 되면 그런 면에서 수익이 좋아진다고 했다.
백합 모종을 나눠주며 조경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꽃마다 색이 좀 달라요, 원하시는 품종을 말씀하세요."
조경수협회에서는 푸릇푸릇한 백합 모종을 나눠주고 있었다.
짙푸른 녹색의 줄기가 색칠을 해놓은 듯 건강해 보였다.
죽순 샐러드와 산딸기 요거트.
빠른 시간에 맞추는 퀴즈 시간에 한 시민이 참가하고 있다.
이벤트도 있었다.
엠블럼을 맞춰보고 한 호흡에 문장을 이야기하며 재빨리 숲푸드 퀴즈를 풀었다.
또 사전 예약을 받아 곶감 치즈 호두 말이 쿠킹클래스를 열고(아쉽게도 첫날은 비로 밀키트 대체했다) 산딸기 요거트와 죽순 샐러드를 맛볼 수 있었다.
산딸기는 산딸기잼과 산딸기를 토핑해 놓았다.
죽순 샐러드에는 감말랭이와 죽순, 참나물이 들어가 있었다.
비가 잠시 멈췄을 때 죽순 샐러드와 산딸기 요거트를 맛봤다.
건강한 '숲푸드'에 왠지 마음마저 상쾌해지는 듯했다.
농부의 시장 마르쉐나 푸드트럭에서도 임산물을 재료로 한 샌드위치와 음료수 등을 판매했다.
사람들은 독특한 재료가 들어갔다며 호기심을 보였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은 샌드위치에 우리의 산나물이 들어있는 걸 무척 흥미롭게 바라봤다.
산불피해 임업인을 돕기 위한 기부 행사도 열렸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산불 피해 임업인을 위한 임산물 판매 부스였다.
한국 임업후계자협회 등에서 임업인들이 마련한 임산물을 기부 판매하고 있었다.
경남 거창에서 온 노각차와 명이나물, 장아찌, 오미자청, 버섯 등이 보였다.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참 훈훈하게 느껴졌다.
더 궁금한 내용은 산림청 윤세정 사무관(사유림경영소득과)에게 들어볼 수 있었다.
안내와 인터뷰를 해준 산림청 윤세정 사무관.
Q. '숲푸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A. '숲푸드'는 국내산 임산물의 판촉을 위해 산림청에서 만들고, 한국임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임산물 국가통합 브랜드입니다. 임산물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새롭게 탄생했는데요. 숲푸드 로고는 평소에도 많이 접했을 대표 임산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 '숲푸드' 이전에 임산물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었나요?
A. '임업' 하면 '나무를 심는 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그렇지만 산에서 임산물을 길러 경제 활동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시고 그 부분을 좀 더 도와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에 'K-포레스트 푸드'라는 브랜드를 운영했었는데, 인증이 엄격한 편이어서 보다 많은 임산물 생산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브랜드인 '숲푸드'를 새로 기획했어요. 숲푸드도 청정한 생산을 위해 잔류농약검사 등 품질관리를 실시하고 있고, 국내산 임산물을 대상으로 하니 안심하고 드실 수 있답니다.
엄나무로 만든 국수와 엄나무 고명을 내고 있다.
Q. 임산물에 관한 효과 같은 정보를 어디서 알 수 있을까요?
A. 산림청에서 임산물 효능과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책자(우리 숲에서 자란 숲푸드 효능 효과)를 발간했는데요. 이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좋은지 나와 있어요. 산림청 누리집에서 검색하면 PDF로 볼 수 있어요.
A. '이달의 임업인'은 2022년도부터 시행했던 사업인데요. 3년 이상 단기소득임산물을 재배하는 임업인을 지자체나 협회 등에서 추천받아 검토 후 매월 1명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어요. 품목은 물론 지역 안배를 고려해 평가가 우수한 사람들을 선정하고 있어요. 이달의 임업인에 선정되면 임산물과 함께 영상이나 포스터 등을 통해 홍보해 드리고 있습니다.
Q. '숲푸드'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및 임업인의 수익 창출을 도모한다고 하셨는데요. 온라인에서도 판매하고 있나요?
A. 임업진흥원에서 협약을 맺어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온라인 마켓에 입점했고요. 온라인으로 프로모션 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온라인 판매가 더 많은 분을 접할 수 있는 걸 감안해 온라인 판매를 계속 늘려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숲푸드'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임산물도 매일 우리 식탁에 자주 보이는 식재료이고, 정말 다 몸에 좋은 것들입니다. 요즘 많은 분이 웰니스, 건강관리에 관심도 많으시니까 청정한 자연에서 생산한 임산물을 드시며 건강 챙기셨으면 좋겠고요. '숲푸드'를 통해 건강도 챙기고, 산촌을 살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보기만 해도 건강을 부르는 '숲푸드'.
산과 숲은 환경과 공기를 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숲푸드'를 주니 어찌 고맙지 않으랴.
제철을 맞은 '숲푸드'는 비가 몰아쳤던 행사 현장에도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첫날 행사가 단축될 만큼 비가 쏟아졌지만, 광화문광장이 결코 흐리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숲푸드'의 힘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