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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애틋한 만남, 해외에서 잠시 온 '이 땅의 문화유산' 깜짝 공개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 개최(6.25~7.20)
국내 최초 공개되는 미국 소장 병풍 2점, 보존 처리 후 귀국 전 마지막 전시
김만중 소설을 풀어낸 '구운몽도 병풍'과 다산을 기원하는 '백동자도 병풍' 소개

2025.06.27 정책기자단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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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6.25.~7.20.)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6.25.~7.20.)

국립고궁박물관 1층에서 열린 특별전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6.25.~7.20.)을 관람했다.

이번 전시는 미국 포틀랜드미술관과 덴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구운몽도 병풍'과 '백동자도 병풍'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두 병풍은 2023년 10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후 약 1년간 보존 처리를 거쳐 전시되었으며,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특별전이 열리는 1층 기획전시실
특별전이 열리는 1층 기획전시실

경복궁과 연결된 정문으로 들어섰을 때는 잠시 당황했다.

전시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전시 공간은 1층이고, 정문과 연결된 곳이 2층이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종종 방문하지만, 올 때마다 헷갈린다.

참고로 국립고궁박물관은 시설 정비를 위해 2층은 7월 8일부터 20일까지, 전체는 7월 21일부터 27일까지 임시 휴관할 예정이라 관람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점도 고려하는 게 좋다.

보존 처리된 <구운몽도 병풍>
보존 처리된 '구운몽도 병풍'

전시장에는 복원된 병풍 두 점과 함께 세심한 해설 패널, 그림의 디테일을 확대해 보여주는 영상, 그리고 약 6분 분량의 보존 처리 과정을 담은 영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영상 길이가 다소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끝까지 보기를 권하고 싶다.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보존 처리의 세계를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존 처리 전과 처리 후
보존 처리 전과 처리 후

이 작업은 보존 처리가 단순히 유물을 손 보는 일이 아니라 과학, 미술, 미술사, 역사, 기술을 정밀하게 결합한 고도의 전문 분야임을 보여준다.

꼼꼼함과 숙련된 손기술과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해석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그림 위, 아래 부분에 장황직물 부착
그림 위, 아래 부분에 장황직물 부착

'구운몽도 병풍'의 보존 처리 과정만 보더라도 그 정교함이 느껴졌다.

사전 조사부터 안료 안정화, 클리닝, 그림면 해체, 장황직물 분리, 배접지 제거, 손상 부위 보강, 색 맞춤, 1차·2차 배접, 병풍틀 제작 및 장황 부착까지 여러 단계에 걸친 작업이 이어졌다.

찢어진 부분 보강 전과 후
찢어진 부분 보강 전과 후
장황직물에 가려져 있던 그림이 새롭게 드러나기 전과 후
장황직물에 가려져 있던 그림이 새롭게 드러나기 전과 후

특히 배접지에서는 조선시대 고문서와 근대 신문, 그림 초본 등이 발견되었고, 장황 직물에 가려져 있던 그림이 새로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소설의 내용과 다르게 배치되어 있던 그림의 순서도 바로잡았다.

하나의 병풍을 되살리는 데 이토록 많은 손길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국어 시간에 많이 봐서 익숙한 <구운몽도 병풍> 속 양소유
국어 시간에 많이 봐서 익숙한 '구운몽도 병풍' 속 양소유

'구운몽'은 학창 시절 국어 시간에 배웠던 작품이라 더욱 반가웠다.

'양소유'라는 이름을 병풍에서 다시 만나니 어릴 적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

단순히 옛 그림을 본다는 느낌을 넘어서, 그 시대 사람들이 꿈꾸었던 부귀와 이상을 엿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보존 처리된 <백동자도 병풍>
보존 처리된 '백동자도 병풍'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금 '환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과거에 환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외규장각 의궤 환수는 내가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유럽에서 문화유산을 공부하면서, 특히 과거 약탈을 통해 유물이 이전된 사례들을 직접 접할수록 환수의 필요성을 더 크게 다가왔다.

'문화유산을 약탈한 나라'에서 '문화유산을 빼앗긴 나라의 국민'으로서 그 현장을 마주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으로 이어졌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덴버미술관과 한국실
미국 콜로라도주에 위치한 덴버미술관과 한국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시각이 달라졌다.

모든 유산을 환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모든 유산이 불법적으로 반출된 것도 아니고, 반출 경위 자체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해외에 남은 유산을 현지에서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파리 기메 동양박물관의 한국관은 일본이나 중국관에 비해 규모가 작고 전시 내용도 제한적이다.

이제는 우리도 문화강국으로서 한국 문화를 세계 곳곳에서 더 풍성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백동자도 병풍>에서도 배접지로 사용된 근대 신문
'백동자도 병풍'에서도 배접지로 사용된 근대 신문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환수에만 집중하지 않고 조사·보존·활용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 결과물이자 좋은 사례다.

문화유산이 해외로 떠나기 전, 이렇게 많은 국민이 직접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마련되기를 바란다.

짧은 한 달이지만, 이 병풍들이 다시 한국 땅에 '다시 살아난 모습'으로 돌아온 이 시간을 많은 이들이 함께 누리고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 '보도자료' (국영문 동시배포) 미 미술관 소장 병풍 2점 국내 보존처리 마치고 출국 전 첫 공개

정책기자단 정수민 사진
정책기자단|정수민sm.jung.fr@gmail.com
글을 통해 '국민'과 '정책'을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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