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특별전을 통하여 패션산업에서 청바지 산업의 중요성과 청년 디자이너에게 청바지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올해로 9년째 '청년 데님특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9년째 청년을 대상으로 한 무료 청년 데님특화교육이 열리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날, 무료 청년 데님특화교육, '2025 소잉마스터 아카데미' 8기 첫 수업이 열렸다.
청년재단이 주최하고 서울봉제산업협회와 청바지 공방 '데님647'이 주관하는 교육을 시작하는 첫날이다.
차경남 대표와 교육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는 청바지 제작자로서 자부심을 품고 후세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소잉마스터'는 봉제에 능숙한 패션디자이너를 지칭한다.
이 아카데미는 단순히 청바지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데님 디자인부터 원단구매와 워싱, 샘플 제작, 시장 유통, 마케팅, 실제 판매에 이르기까지 데님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친다.
데님 장인을 비롯한 숙련된 소잉마스터들이 직접 현장에서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청바지 제작에 필요한 공정을 가르친다.
교육을 마치면 청년 패션디자이너 및 패션모델 오디션인 '상상패션런웨이'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청년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던 '상상패션런웨이'가 지금은 폐지되었다고 하니 정말 아쉽다.
차경남 대표가 손수 제작한 청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가 입는 청바지를 표방하는 만큼 착용감이 편안하단다.
'데님'은 흔히 청바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은 검정, 하양, 연청색 등으로 다양하다.
데님은 면섬유, 인조섬유, 혼방섬유를 능직으로 짜서 만든 면직물을 가리킨다.
일반 소재보다 질겨서 쉽게 찢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데님 종류 가운데 '진'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청바지'가 꼽힌다.
청춘의 대명사로 꼽히는 청바지를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든 입는다.
차경남 대표는 4년 째 택배, 배달, 환경미화원. 지역 어르신 등 어려운 이웃에게 무더운 여름에 마시라고 우물 냉장고를 두 곳에서 운영 중이다.
냉장고 안에 든 시원한 생수를 공급하고 있다.
기부할 의사가 있는 분들에게 1년 회비 3만 원으로 기부를 받고 있다.
청바지의 주머니 뒷면에 차경남 대표의 브랜드 스토리를 담아 두어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또한 청주대학교 등 지방의 여러 대학에 실습용으로 원단, 부자재를 기부하고 있다.
자투리 원단을 판매할 수도 있지만, 지방 대학교 청년들을 위한 선행이다.
차 대표는 봉제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원단, 부자재를 지방 대학교 등에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아본 차경남 대표는 소공인으로서의 오랜 업력도 대단하지만, 우리 사회의 선순환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을 진작에 백년소공인으로 선정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님647 청바지 창고에 차경남 대표가 손수 제작한 다양한 종류의 청바지가 있다.
중기부의 '백년소공인 육성사업' 관련해서 차경남 대표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Q. '데님647'이 있는 이곳, 봉제 공장의 현황을 알려주세요? A. 동대문시장과 평화시장의 배후에 있어서 봉제 산업이 발달했어요. 그런데 고령화로 인해서 공장도 문을 닫고 또 공장의 인원도 절반 줄었어요. 재봉틀 같은 기계가 있어도 공간만 차지하죠. 7~8년 전만 해도 업자들이 가져가서 제3국에 수출했어요. 지금은 중국에 밀려서 수출하지도 못해요.
또한 공장의 80% 이상이 컴퓨터가 없어요. 그러니 소통에도 문제가 많죠. 창신동의 경우 봉제 산업 종사자의 근무 환경이 열악한 편이에요. 봉제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섬유 처리 문제도 있습니다. 폐섬유를 재활용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금 종량제봉투에 넣어서 버리고 있어요.
Q. 이번에 백년소공인으로 선정되신 거 축하합니다. 대표님 소감이 어떠신지요? A. 만감이 교차합니다. 기분이 좋긴 하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큽니다. 제가 사업자를 등록한 지 36년, 그 이전부터 이 업종에 종사한 지 47년입니다. 주변에서 진작에 신청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보다시피 직원 없이 저 혼자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원 서류를 준비하는 것부터 간단하지 않으니깐요.
'데님647' 청바지에 서울시 우수숙련기술인이 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태그가 달려 있다.
차경남 대표는 과거 서울특별시 우수숙련기술인으로 선정되었던 적이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으로 교육을 시작했던 게 2회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정책이 바뀌면서 지원이 중단되었다.
그런데 교육과정 개설을 원하는 청년들이 많았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일부를 후원받다가 지금은 청년재단이 주최하고 있다.
차 대표는 지속적인 청년 교육을 위해서라도 '백년소공인 육성사업'에 지원했다고 한다. Q. '데님647'이라는 상호에서 보듯 대표님이 데님을 소재로 청바지를 제작하고 있어요. 청바지에 매료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A. 청바지가 자유와 반항을 상징하는 옷이잖아요. 그래서 데님이 좋았어요. 정형화된 옷보다 자유로운 옷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게 청바지였던 겁니다. 1976년 데님을 제작할 적엔 국내에선 청바지를 생산하는 업체가 거의 없었어요. 제가 청바지를 제작한다고 하니깐 주변에서 말렸어요. 그거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면서요.
그러다 1980년 초에 청바지가 붐이 불었어요. '맨발의 청춘'에서 잘생긴 주인공이 청바지를 입고 출연하면서 호기심이 생긴 거죠. 또 외국 영화에서도 청바지, 가죽점퍼 등을 입은 주인공이 등장했어요.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외국 문화가 국내로 유입되었어요. 리바이스, 조다쉬, 게스 등등.
청바지 제작 후 남은 원단, 부자재 등을 대학에 실습용으로 기부하고 있다.
Q. 대표님이야말로 국내 청바지 역사의 산증인이신 것 같아요? A. 1980년대 청바지가 젊음, 청년, 자유의 상징으로 꼽혔어요. 현재 국내 패션 중 약 70%가 데님 소재입니다. 저가부터 고가의 명품까지 다양합니다. 청바지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입어요. 그만큼 대중성이 있어서 확장 폭이 넓어요. 글로벌 명품 의류업체는 대부분 청바지를 생산하고 있죠. 국내에서도 처음에 청바지 제작부터 시작했던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많아요.
Q. 대표님이 뒤늦게 '백년소공인 육성사업'을 신청하신 연유가 궁금한데요? A.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청년들 교육을 위해서 필요했어요. 과거 서울시 지원을 받았을 적엔 교육 수료증이 서울시장 명의로 발행되었죠. 그것은 공적인 인증입니다. 청년이 취업하거나 정부 과제에 지원할 적에 스펙으로 쓰일 수 있어요. 그런 것이 필요해요. 정부나 서울시가 인증한 수료증을 줬을 때 확실한 인증이 되는 거죠.
두 번째, 봉제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요. 창신동 봉제인 중에 저 포함해서 2명만 백년소공인으로 선정되었어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소공인들이 많아요. 그분들의 기술과 경험이 사장되지 않고 후세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Q. '백년소공인 육성사업'에서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A. 중기부가 '백년소공인 육성사업'을 시행해서 좋습니다. 다만 선정 방식을 보완하길 바랍니다. 백년소공인의 업력을 15년 이상에서 30년 이상으로요. 30년을 한 세대라고 하니깐 세대를 넘을 때 업력으로 인정한다면 그 가치가 더 빛나겠죠. 소공인이 많아도 기술의 차이가 커요. 지금 A급 기술은 거의 사라지고 있거든요. 또한 업력이 30년 이상인 백년소공인을 발굴해서 그분들을 후세 양성 등 교육에 활용한다면 좋겠어요. 소수의 인원이라도 제대로 활용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차경남 대표는 데님 디자인부터 원단구매와 워싱, 샘플 제작, 시장 유통, 마케팅, 실제 판매에 이르기까지 데님에 관한 모든 것을 교육한다.
Q. 백년소공인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A. 중기부가 백년소공인을 선정해서 어떻게 육성할지 궁금합니다. 제가 지금 청년 교육을 9년째 진행하고 있어요. 업력이 오래된 소공인이라면 지금까지 업계에서 살아남았잖아요. 나름 자신만의 축적된 기술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교육의 장을 마련해 주세요. 저를 비롯한 소공인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우리 세대에서 일구어 온 기술이 단절되는 것을 원치 않거든요.
Q.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백년가게는 개인의 명예가 중요해요. 예를 들면 가게가 오래된 맛집이라고 알려지면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죠. 그래서 백년가게는 주위에 기술을 전수하지 않아요.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함부로 알려줄 수 없으니깐요. 그런데 백년소공인은 백년가게와 달라요. 그래서 정책적인 지원도 달라야 합니다. 백년소공인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를 후세에게 전해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겠죠. 개인이나 소수 소공인의 의지만으론 어려워요.
청년들은 데님특화교육에서 데님 디자인부터 전 공정을 거쳐 청바지를 제작해 본다. 출처=차경남 대표
데님은 다른 의류완 디자인부터 달라요. 여기서 원스톱으로 제작해 볼 수 있어요. 그러면 학교나 학원에서도 가능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데님 전용 특수 기계를 갖춰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시스템을 만들려면 우선 데님 전용 특수 기계를 들여놓고 또 기술자를 모셔야 해요. 그런데 정부에서는 가능해요. 전국 단위로 교육생을 모집해서 한 곳에 모아서 교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실험적으로 9년 동안 청년을 교육하면서 대학교 전공 교수님들께 인정받았어요.
백년소공인기술전수센터가 설립되면 좋겠어요. 봉제 산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 부문도 해당할 수 있어요. 센터에 소공인 공방을 둡니다. 소공인이 자기의 일을 하면서 교육도 병행할 수 있을 거예요. 패션에는 의류, 주얼리, 구두, 가방 등이 다 포함되니깐 패션산업의 메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 취업, 지역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교육이 시스템으로 정착되어서 정책이 바뀐다고 해도 유지될 수 있길 바랍니다.
차경남 대표는 "전쟁으로 황폐해졌던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을 이룬 게 제조업 덕분입니다. 저는 청바지를 들고 전 세계를 여섯 번 돌았어요. 지금 패션은 사양 산업이 아니고 위기 산업이에요. 우리나라의 패션 제조를 위기로 몰아버리면 전국의 대학교 패션학과가 다 사라지는 겁니다. 그럼 그 많은 학생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이 항상 얘기했어요. 제조가 뒷받침이 되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요"라고 강조해서 말한다.
데님특화교육에 참여한 청년들이 청바지를 입고 패션쇼를 펼치고 있다. 제공=차경남 대표
중기부는 '백년가게 및 백년소공인 육성사업'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우수 소상공인을 발굴·육성해 왔다.
올해는 평가의 공정성과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종전의 서류심사 및 현장평가 외에도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인지도 투표를 처음으로 도입하였고, 업력뿐만 아니라, 경영 지속 가능성, 제품·서비스의 우수성과 차별성, 지역사회 기여도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 평가하여 최종 100개 사를 선정했다.
선정된 업체들에게는 '백년가게'·'백년소공인' 인증 현판과 함께 창업 이야기와 운영 철학을 담은 스토리보드가 제공된다.
또한, 소상공인 정책자금 및 컨설팅 우대,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및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등 중기부 내 소상공인 지원사업(12개) 신청 시 가점(3~5점)과 우선 선정 등의 우대 지원 혜택이 제공된다.
필자가 만나본 차경남 대표는 천상 장인이었고, 백년소공인으로서의 고민이 많았다.
아버지도 입을 수 있는 품이 넉넉하고 튼튼한 청바지를 제작하면서 한편으로 청년 교육에도 그의 역량을 쏟고 있었다.
그는 청바지 1세대 제작자로서 청바지를 비롯한 국내의 패션산업이 이대로 단절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